칠드런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6
이사카 코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몇일 전 지하철에서 파는 <한겨레 21>의 표지를 보니 가네시로 가즈키의 <플라이 대디 플라이>의 표지가 한겨레의 표지로 나와 있는 걸 보았다. 그것은 한국에 부는 일본문학열풍에 관한 것이었는데, 이젠 너무 진부한 글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라. 내가 '요시모토 바나나'나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알게 되고 읽었던 것도 몇년이나 지났으니까. 어찌되었던, 나도 일본문학의 팬임을 피해갈 길이 없다. 모든 일본문학 작품들이 그런 건 아니지만, 사실 가벼워보이긴 하다. 재미나 위트를 느끼기엔 다른 번역작품들에 비해 일본문학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생각할 꺼리를 주긴 하지만, 그것이 그렇게 깊이있진 않다. 그래서 예전엔 무조건 책을 사서 보는 위주였는데, 요즘은 일본문학 책을 사게 될 경우는 조금 주저하게 되는 경향이 없지 않다. 한번 읽고 더 이상 들춰보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도 작용하기 때문이다.

  난 무서운 것을 잘 못보는 편이지만, 많이 도전하려고 하고 억지로라도 좀 보려고 한다. 그것은 영화뿐만 아니라 문학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예전엔 추리소설은 손도 못댔다. 그러다가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읽기 시작하면서 추리소설에 관심이 많이 가게 되었는데, 거기서 또 일본문학을 만났다. 예전에 교수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 다른 건 몰라도 출판문화에선 우리가 일본을 지금 따라잡을 순 없다. 우리나라야 문고반이나 포켓북이 잘 나오진 않지만, 일본이나 다른 나라는 거의 대부분이 그 버전으로도 나온다. 한국사람들이 책을 기피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책 값이나 무게 때문이라는 의견이 전혀 무의미 하다고 보이진 않는다. 어찌되었던, 그러한 바탕 때문인지 추리소설은 일본에서 꽤나 자리를 잡은 상태고 역사 라고 불려도 좋을 만큼 계보도 존재하고 있다(이러한 흥미로운 점 때문에 교양과목중 논문관련 교양을 들었는데, 주제를 추리문학으로 잡았었다). 이러한 정보를 찾고 찾다가 일본 미스터리 문학 즐기기 라는 곳을 알게 되었고 거기에서 난 <사신 치바>라는 작품으로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을 접하게 된다. 

 

  난 왜 이 작가의 이름이 입에 익숙치 않은 것일까. 또 이 책을 고르고 나서야 같은 작가 라는 걸 깨달았다. 내가 읽는 독서의 흐름은 한번은 깊이 있게, 한번은 가볍게 라는 흐름이다. 그 '가볍게'에 일본문학이 자주 자리를 차지하곤 한다. 글 읽는 집중력이 너무나 떨어졌다고 느낀 나머지 학교 도서관에서 일본추리소설이나 가벼운 문학을 잔뜩 빌려보고 싶었다. 그래서 고른 <칠드런>. 역시 똑같은 방식이다. 단편이지만 하나의 장편이나 마찬가지다. 작가도 그랬단다. 띠지에 적힌 단편집이라는 말에 속지 말라고. 맞다. 그 이기에 이걸 하나의 장편으로도 볼 수 있다, 아니 그냥 장편이다. 내가 그를 지지하게 된 계기다. 지금까지 봐온 그의 말하기는 가볍긴 하다. 하지만, 그 가벼움을 얘기 하기 위한 방식이 대단하다. 각 챕터로 보면 단편이기에 그 속에 많은 이야기 관련 복선이나 트릭들을 설치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걸 잘 포착해 버리는 나로서는 큰 '뒤통수맞음' 잘 없었고, 그것이 지날수록 반전도 받아들이기에 무뎌지는 경향도 없지 않지만, 작가의 능력 면에선 꽤나 칭찬해 줄만하다. 그의 머리는 원래 좋은 건지, 아니면 하나의 글을 쓰기 위해 엄청난 고민을 하는 것인지, 더 나아가 그의 머리 속에는 이야기가 엮이는 지도가 수백장 펼쳐져 있는진 모르겠지만, 여하튼 대단하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독자로서는 그냥 그것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감탄하고 또 감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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