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관계를 생각하는 시간 - 노력해도 괴로운 당신을 위한 관계 심리학
에린 K. 레너드 지음, 박지선 옮김 / 빌리버튼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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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유행으로 인해 과거의 일상이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종종 나는 홀로 여행을 떠나곤 했다. 일정을 세우고 카메라를 둘러메어 눈이 머무는 곳, 가슴을 뛰게 하는 것들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는다. 풍경이나 들꽃, 새와 같은 하나의 대상을 관찰하며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어차피 죽으면 그만인데 부질없는 짓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땅에서의 삶은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로 인해 사진과 영상으로 담는 그 순간, 사색을 누리는 그 시간은 오히려 나에게 더 없이 소중한 찰나가 된다.


혼자 여행을 다닌다고 하더라도 사람들과의 만남을 피하기는 어렵다. 위험에 처했던 적도 있었으나, 감사하게도 친절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마실 차나 먹을 것을 대접받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전통행사나 문화재를 촬영할 때면 담당자에게 청하여 관련 설명을 얻어 듣는 경우도 있었다. 때로는 어느 가정집에 초대되어 함께 식사를 하고 대화하며 며칠을 묵기도 하였다. 즐겁고 뜻깊은 여행을 위한다면 도중 만나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도 소중하다. 삶도 하나의 여행이라면, 삶의 모든 짐을 내려놓는 순간까지 맺어지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또한 그러하다.


기왕이면 즐겁고 뜻깊은 삶의 여행을 위하여 이 책을 집었다. 읽으면서 위로를 얻거나 해방감을 느끼기도 하였고,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도 있었다. 나의 인생 가운데 나를 괴롭게 했던 사람들이 생각났고, 내가 다른 사람을 괴롭게 했던 때도 떠올랐다. 사람마다 성격과 태도, 가치관 등이 다르기에 사람들과의 만남 가운데에는 성숙한 사람과 미성숙한 사람이 있고, 정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이 책의 지은이는 아동청소년 전문 박사 학위를 받고, 20년 넘게 다양한 사람들의 고민과 문제를 들으며 그들과 상담해 온 권위자이다. 저자는 이 책의 목적을 독자가 타인의 정서적 성숙도를 파악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하였다.


저자는 정서적으로 여유가 있는 성숙한 사람과 정서적으로 여유가 없는 미성숙한 사람의 특징 및 그 내면에 대해서 설명하였다. 독자는 이 책을 읽으면서 타인은 물론 본인이 정서적으로 얼마나 여유가 있는 사람인지 가늠해 볼 수 있다. 혹시 다른 사람과의 관계로 인해 힘들어 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위로를 얻을 수 있다. 다만 글쓴이는 읽는 이가 미성숙한 사람이라면 상대방의 감정이나 관계 따위는 애초부터 신경을 쓰지 않아서, 이 책을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생각하건대 인간이라면 누구든지 상대방의 처지가 되어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을 만나길 원한다. 누구든지 타인으로부터 존중을 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부드러우면 삼키고 딱딱하면 뱉는 것[柔則茹之 剛則吐之]”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한다면, 상대방의 처지가 되어 공감할 줄 아는 능력은 끊임없이 연습되고 훈련되어야 한다. 학벌, 직업, 가정환경, 종교성 등 사람의 외모와 표면적 모습들은 인간 내면의 성숙도와 관련이 없다고 한 부분에서는 일말의 위안마저 느낀다.


정서적 친밀감을 이루는 공감과 책임은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적용되나 보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함께 울고 웃던 가족과 이웃들이 코로나19’로 인하여 고귀한 생명을 잃는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는 가운데, 남은 이들은 자신과 타인을 지키기 위하여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자가격리에 힘쓰고 있다. 총선 다음날인 416일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월호 6주기를 추모하는 글에서, 세월호의 아이들이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우리에게 공감사회적 책임을 유산으로 남겼다고 하였다. 함께 아파할 줄 아는 마음, 잘못을 시인할 줄 아는 용기와 전철을 답습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더욱 소중한 시대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2020. 0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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