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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결혼 대신 야반도주 - 정해진 대로 살지 않아도 충분히 즐거운 매일
김멋지.위선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8월
평점 :
갈까 말까 할 때는 가자! 할까 말까 할 때는 하자!
10년 지기 친구와 함께 718일 5대륙 24개국을 여행한 김멋지작가와 위선임작가 (본명은 따로 있다.)
* 스스로 멋지다 생각해 본인이 하사한 별명 : 김멋지 / 직장생활을 하며 얻은 별명, 회사의 직급인 '선임'에 성을 붙여 : 위선임
여자 나이 서른이면 사회적으로 다른 사람이 속히 말하는 어떤 위치, 어떤 자리인지 너무나도 잘 알기에 그녀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나 또한, 그 자리를 겪어 봤기에 너무나 잘 안다.
<서른, 결혼 대신 야반도주> 야반도주까진 아니지만 온갖 이유를 붙여 가며 떠나야 할 이유를 쭉 나열할 때가 있었다. 그때 나이가 바로, 29살이었다. 호기롭게 자주 나갈 거라며 만들었던 10년짜리 여권은 서랍 깊숙이 잠자고 있었고, 30살 된다는 알 수 없는 부담감과 걱정이 무수히 쏟아질 때, 어릴 적 내가 그리던 멋진 어른의 모습은 아닌 것 같은 불안감에 하루하루가 힘겨웠었다.
코앞까지 다가온 30살이 주는 중압감에 조급했었고, 변화가 필요했었다. 단순히 기분 전환으로 끝나버릴 변화 말고, 색다른 기분 전환과 감정이 필요했고, 한 번도 내 여행지 목록에 오르지 않았던 곳을 장소로 무작정 떠났다. 이 모든 결정은 떠나기 3일 만에 이루어졌고, 그 기간 또한 짧았다. 다녀와서 크게 변한 것도, 달라진 것도 없었지만, 하지만 내가 알고 있었다. 20대의 마지막 크리스마스를 보냈던 그 한 번의 여행이 내 인생에서 얼마나 큰 추억이 되었는지, 그 안에서 만난 인연들, 앞으로 두고두고 꺼내 볼 내 이야기가 생겼는지, 그러기에 그녀들의 이야기에 더 공감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는 혼자였지만 말이다.
학교를 그만두어야 하나, 전공을 바꿔야 하나, 고민하면서도 주류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두려웠다. 이 길이 내 길인 걸까, 시시각각 흔들리는 사이에도 시간은 꾸준히 흘렀다. 고민의 깊이는 얕았고, 두려움의 크기는 컸으며, 새로운 길로 나설 용기는 부족했다. / p.19
어느 병원에서도 딱히 이렇다 할 병명을 듣지 못했다. 스트레스 때문이라 했다. 편히 마음먹고 푹 쉬라는 말을 들었다. 그걸 누가 모르나. 이 세상 누가 쉬고 싶지 않아서 쉬지 않는단 말인가. / p.22
세월은 신경 쓰지 않을수록 쏜살같이 흐른다는 것을./ p.23
아름다운 사진이 실리지도 않았고, 화려하게 포장된 여행기를 담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부터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소소한 이야기들. 그리고 힘든 상황에서도 서로를 배려하려는 모습들, 긍정적으로 문제를 바라보려 노력하는 모습들
여행의 기록들을 모아 둔 책인 동시의 그녀들의 삶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베여있는 책이다.
그렇기에 책장을 넘어감에 따라 함께 웃고, 울고 안쓰러워하며 감정을 공유하며, 어느새 나도 함께 여행길에 오른 듯한 착각에 빠졌다. 그녀들의 여행이 무사히 끝날 수 있게 그리고, 또 어떤 유쾌한 일들이 벌어질지 몰라 호기심에 반짝이는 눈으로 책을 읽었다.
그러다, 끝내 손에서 책을 놓아야 할 타이밍을 놓쳐버렸고, 그렇게 나는 아침해가 떠오르는 걸 오랜만에 볼 수 있었다.
창문 밖으로 점점 밝아오는 듯한 느낌에 고개를 들었다. 매일 보던 풍경인데, 파스텔톤 하늘색과 붉게 번지고 있는 붉은색이 오묘하게 섞여 나도 모르게 한참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그녀들의 여행에 푹 빠져있어서 일까? 여행지에서 맞이하는 아침의 설렘과 벅찬 감정이 꿈틀거렸다. 그리고 눈에 담았다. 너무나 아름다운 일출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하며
1유로짜리 슬리퍼가 명품 구두보다 소중한 이 순간이 즐겁다. 작은 기쁨 앞에 인색하지 않은 내 모습이 좋다. 넉넉지 않은 여행경비지만 그 안에서 사치와 절약을 고민하는 지금이 행복하다. 아직 남아 있는 와인과 발가락에 끼워놓은 슬리퍼를 바라보고 있자니 오늘 하루도 멋대로 잘 살았다 싶다. / P.85
헛! 나도 모르게 어떻게 해!! 하고 소리쳤던 부분이다! 과연 나라면 얼굴과 엉덩이 중 어디를 내다 팔 것인가?
나도 모르게 진지하게 고민이 되기 시작했고, 쉽지 않은 선택이지만, 아마도 작가와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저 상황에 내가 있지 않아 다행이다며, 절대 저런 식의 곤란한 선택지 중 골라야 하는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랐다.
그리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음식 중 하나인 떡볶이를 그녀들이 떡부터 만드는 모습을 나는 읽지 말아야 했다.
고요한 새벽 감성을 깨우는 식욕이라니! 더 낭패는 집엔 떡볶이도 없고, 떡부터 만들어 먹을 자신이 없다는 것이었다.
*떡이 아닌 듯하면서, 뭔가 떡 같은 맛, 맛이 없는 듯하면서, 뭔가 맛이 있는 맛, 성공과 실패 사이를 아찔하게 오가는 맛
오늘을 축하하자!
왜? 무엇을?
오늘 하루도 멋대로 잘 살았잖아!
누구나 꿈꾸던 여행을 하며 여러 나라를 누비는 것이 부러웠던 건지, 안온했던 일상을 두고 무작정 떠난 그녀들의 용기가 부러웠던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자신들이 선택한 것들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려보내기도 하고, 담아뒀다 자신의 반짝이는 무언가로 재 탄생 시키기도 하고, 확실한 건 그녀들이 '멋'있다는 것이다.
책과 함께 도착한 컬러링 세계지도는 내가 가던 곳을 색칠해 주면, 한눈에 내가 여행했던 곳을 볼 수가 있다.
아직 많은 곳을 다녀보지 않은 나에겐 아직 채워야 할 나라가 더 많지만, 잘 보이는 벽 한쪽에 붙여놓았다.
그리고, 언젠간 하나씩 하나씩 채워질 꿈을 꿔본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감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