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각자의 말로 사랑을 했다
조성일 지음, 박지영 그림 / 팩토리나인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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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SNS엔 '이별, 왜 우린 그렇게 힘들었을까'에는 연인과 이별 후 그 상실감을 달래기 위해 한 편씩 올라오던 글이 있었다. 그 글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었다. 만남과 이별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전해 주었던 글이 이제는 이별한 지 얼마 안 된 사람도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아직도 이별의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에게도 조성일 작가식의 담담한 위로를 건넨다. 이별 때문에 많이 아프지? 하는 따뜻한 다독거림보다는 내가 겪은 이별 이야기는 이런 거야. 난 이별로 이런 걸 깨달았어. 너도 널 한번 돌아봐. 이별이 마냥 아프고, 상처로 끝나는 건 아니야.라는 말을 건넨다. 분홍분홍한 표지와 <우리는 각자의 말로 사랑을 했다>라는 제목에 사랑 에세이를 예상했는데, 사랑의 마지막을 이야기하는 이별에세이었다.

 

언제부터 사랑이 노력이었을까.
한 번도 수고로움을 느껴본 적이 없는데 어느새 해야만 하는 숙제로 남았을까.
당연한 것들이 번거로워지고 습관이 수고가 돼버렸을까
언제부터,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갑작스러운 이별도 있고, 서서히 마음이 멀어지는 이별도 있고, 사랑의 다양함만큼이나 이별이 찾아오는 시기도, 이유도 다양하다. 하지만 거기에 딱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이별은 누구에게나 흔적과 아픔을 남긴다는 것이다. 책 곳곳에는 헤어짐을 떠올림과 동시에 찾아오는 감정들이 자리 잡고 있다. 슬픔, 분노, 후회와 반성, 아직 남아있는 미련 등 작가가 느꼈던 이별의 모든 감정을 쏟아낸다. 그렇기에 이별이 아픔이나 상처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한 층 성숙할 수 있는 기회라 말하는 것 같았다. 예쁜 일러스트와 함께 사랑을 이야기한다. 이별 역시 사랑의 연장선 위에 있다고, 사랑의 시작점이 서로 다를 수밖에 없는 것처럼 이별 역시 그 마지막 점을 찍는 시기가 다를 수 있다고.

 

사랑을 잃은 이유
1.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2. 우리가 서로 잘 맞는 행복한 연인이어야만 한다는 생각은 강박이었다.
3. 그것은 합의라기보다 무언의 강요였다.
4. 어쩌면 살짝 어긋난 톱니를 억지로 끼워 맞춘 건지도 모른다.
5. 언제부턴가 우리는 스스로 만들어놓은 틀에 갇혀버리고 말았다.
내가 사랑을 잃은 이유는, 결국 나였다.

 

이별이 다가온 순간부터 이별을 받아들이기까지 각 챕터마다 짧은 글과 시선이 머무는 그림을 만날 수 있어서 어디에서든 쉽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다. 이별을 경험한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이야기를 써놓은 듯 공감을 할 수도 있고, 이별이란 단어는 자신의 사전에서 지운 듯 한참 사랑에 빠져있는 이에게는 반대로 사랑을 지키는 지침서가 되어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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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하게 산다는 것 - 불필요한 감정에 의연해지는 삶의 태도
양창순 지음 / 다산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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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찰나처럼 짧은데, 왜 불필요한 감정에 시간을 쓰는가?"
한동안 베스트셀러에서 좀처럼 내려오지 않았던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의 저자 양창순 작가의 관계 심리학의 결정판이라 불리는 <담백하게 산다는 것>
이 세상 당연히 내 편이 되어줘야 할 나 자신을 불필요한 상처로부터 지켜내고, 나 또 한 상대에게 불필요한 상처를 주지 말자는 책이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었다면, <담백하게 산다는 것>은 조금 더 나의 감정에 집중한 책이다. 관계에 대한 심리학을 주제로 한 책들이 요즘에 많이 보이는 것을 보니 현대인의 고민거리도,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도 인간관계에 비중이 높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선가 들었던 말 중에 우리나라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너무 많은 관계 속에서 엉켜있고, 관심과 애정이란 탈을 쓴 많은 간섭과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했다. 나 또한 무수히 스쳐 지나갈 관계들 때문에 상처받고, 마음 상해했었던 건지. 그때는 그 사람들 때문에 나름 심각해지기도 하고, 나를 끊임없이 힘들게 했었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정도 별일이 아니었다는 게 헛웃음이 나올 정도다.

 

늘 어딘가에 얽매여서 남들 따라 흔들리면서 재고 따지고 비교하고 평가하면서 그렇게 아등바등 살아왔다. 그러나 이제는 대단한 사람이 되기 이해 양손에 이것저것 꽉 쥔 채로 살고 싶지 않다.
내려놓아야 할 것은 내려놓고 버려야 할 것은 미련 없이 버리고 싶다.
내 삶에 정말 필요한 것과 쓸모없는 것을 구분하면서 단순하고 담백하게 삶을 살아가고 싶다.

 

상처 없는 인생이 어디 있으랴. 그로 인한 흉터와 얼룩이 없는 인생도 없다. 그러므로 또 다른 최선은 인생 자체에 얼룩이 질 수밖에 없음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앞에서 조금

이라도 의연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 12

 

느끼하지 않고 깔끔한 맛이 느껴지는 음식을 먹을 때 담백하네,라는 말을 사용한다. 그런데 삶을 담백하게 산다는 건 어떤 것일까? 불필요한 감정에 의연해지는 삶이란 게 가능한 것일까? 하는 의문에서 읽기 시작했다. 지극히 감정적인 나에게 과연 가능한 삶일지.
태생적으로 비관주의자이고, 지나치게 감정적이기에 생겼던 수많은 인생의 얼룩들, 그로 인해 어느 순간부터 입버릇처럼 말하던 '제발 좀 담백하게 살아보자'라는 저자의 마지막 버킷 리스트가 되었고, 나의 큰 인생 목표가 되었다.
저자가 생각하는 담백함은 아주 심플한 것이었다. 컴퓨터 언어인 '이진법'처럼 1과 0처럼 지극히 단순하면서 모든 걸 다 포용할 수 있는 마음이다. 예를 들어 결정을 내리면, 선택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완전히 미련을 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삶은 이처럼 단순하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너무나도 많아 단순함을 추구하고, 행동에 옮기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머리로 알고 있다고 그게 하루아침에 변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또, 그렇기 때문에 정신의학과 전문의인 저자마저도 버킷 리스트에 올린 게 아닌가!

 

음식에서 담백한 맛을 내기 어려운 것처럼 우리의 삶이나 인간관계에서도 담백해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음식도 인간관계도 어느 정도 내공을 갖춰야 비로소 담백하면서도 마음을 끌어당기는 '맛'을 낼 수 있는 법이다. / 28

 

사실 인간관계에 따르는 비법이 없지는 않다. '상대를 존중해주고 경청하고 배려해주기'가 바로 그것이다. / 38

 

총 5장으로 쓰인 이야기들은 담백한 삶에 대한 정의부터 담백하게 사는 삶이 주는 이로운 점, 그 삶을 방해하는 요소들, 담백하게 이 순간을 살아가는 법까지 인간관계에 꼭 맞는 레시피는 없다고 했지만, 담백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레시피가 잘 정리되어 있다. 그중 소 제목들은 한 줄의 짧은 명언을 읽는 것처럼 마음에 와닿는 글귀들의 나열들이다. 조금 더 들여다보면 우화도 등장하고, 자신의 소소한 이야기는 물론이고, 상담한 내담자의 이야기까지 짤막한 에세이 글이라 부담이 읽힌다. 변화무쌍한 삶 속에서 주변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문제점이나 사건들은 나의 의지로 피하거나 일어나지 않게 할 수 있는 경우는 대부분 없다. 하지만 내 마음 정도는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고,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겠지만 가능성이라는 무궁무진한 조건이 있으니, 도전해 보고 싶다. 더 나은 나의 삶을 위해서.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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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츠러들지 않고 용기있게 딸 성교육 하는 법 - 성교육 전문가 손경이의 딸의 인생을 바꾸는 50가지 교육법
손경이 지음 / 다산에듀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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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교육 전문가 손경이의 딸의 인생을 바꾸는 50가지 교육법

 

"딸을 세상의 중심으로 용기있게 키워라!"
손경이 강사님을 처음 본 건 <어쩌다 어른> 이란 프로그램이었다. 그 강의를 본 순간. 학교에서 배운 내용들과 다양한 정보들로 인해 어느 정도 성교육에 대한 기본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건 나만의 착각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지금이라도 이 책을 읽게 된 게 아닐까 싶다. 돌이켜보면 학교에서 배운 성이란 내 몸은 소중하다. 하지만 위험하고, 내가 조심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게 초등학교 성교육 시간에 배운 말이다. 낯선 사람이 만지려고 하면 '안돼요. 싫어요'라고 소리치라는 것이었다. 빈번하게 일어나는 성추행과 성폭행을 저런 말 하나로, 나 자신을 지킬 수 있을까?

부모님과 성에 관련해서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 또한 부끄러움에 먼저 꺼낸 적도 없었고, 부모님께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을 예초에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내 아이가 태어난다면 나는 달라지고 싶었다. 더 이상 덮어두고 쉬쉬할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다. 성교육이란 성에 관련된 지식을 알려주는 것이 그 전부는 아니다. 자신의 성에 대한 판단을 본인이 스스로 내릴 줄 알아야 하고, 상대방이 성에 대해 이해하고 존중을 할 수 있게 성 의식과 성 평등에 초점을 맞춰 일상 대화처럼 대화를 이어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교육들은 어릴 때부터 필요하다. "우리 딸 예쁘네?" 하며 뽀뽀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딸 예쁘다. 뽀뽀해도 될까?" 하고 아이의 동의를 구하는 표현을 하는 것이다. 부모가 아이의 몸을 대하는 방식과 태도가 모두 성교육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사소한 행동과 말이지만 아이의 감정과 판단을 존중한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고, 아이 스스로 뭘 원하는지,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자신을 객체가 아닌 주체로 여기는 연습을 하게 도와주는 셈이다. 성교육은 학교가 아닌 가정에서 먼저 이뤄져야 한다.

1부 딸이라서 성교육이 더 필요하다 - 딸 성교육을 위한 12가지 핵심 원칙
2부 성교육은 부모에게서 시작된다 - 사춘기 이전의 15가지 성교육
3부 성교육은 부모와 아이를 더 가깝게 만든다 - 사춘기 시기의 14가지 성교육
4부 사춘기 여자아이들은 성에 대해 어떤 질문을 할까요? - 사춘기 여자아이들의 21가지 질문들
5부 딸이라서 성폭력 교육이 더 필요하다 - 딸 부모가 성폭력에 대해 알아야 할 19가지 사실들
6부 부록
- 기존과 다른 여성 캐릭터가 나오는 어린이책 소개
- 성교육 추천 도서 소대
- 성교육 추천 동영상 소개
- 성폭력 신고 전화

책을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딸을 가진 부모든, 그렇지 않든, 아들을 가진 부모든, 그렇지 않든 남자, 여자를 떠나 모든 사람이 한 번쯤은 다 읽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딸이든 아들이든 성을 대하는 태도는 크게 다르지 않으며, 성교육의 기본적인 원칙은 같기 때문이다. 다만, 아들은 성교육에선 존중을, 딸의 성교육에선 주체성을 더 비중 있게 강조하는 차이뿐이다. 아이를 주체로 보고 양육할 수 있는 방향의 중요성까지 깨닫게 해주며, 올바른 성교육의 방향과 잘 몰라서 벌어지고, 당연하다고 생각됐던 성편견 버리기의 그 방법과 시작을 알려줄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책 한 권으로 뚝딱, 해결되버리는 성교육은 당연히 아니다. 다만,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하고 아이와 또는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의 시작을 알려주는 건 확실한 것 같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아들성교육하는법까지 읽어봐야겠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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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헤미아 우주인
야로슬라프 칼파르시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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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이 되고 싶었던 한 남자의 사랑과 야망에 관한 우주 오디세이

체코의 역사, 사회비평, 풍자를 조화롭게 담아내고 있다는 평을 받는 보헤미아 우주인은 아마존 베스트셀러 중 하나이다. 체코계 미국인인 야로슬라프 칼파르시의 데뷔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그 배경이 특이하게도 우주이다. 공활한 우주는 손 닿을 수 없는 머나먼 곳이지만, 많은 사람들의 상상력과 연구를 통해 어렴풋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미지의 공간이다. 우주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지구의 모습은 우주를 소재로 한 다양한  SF 영화에서 접할 수 있어서 쉽게 머릿속에 그려지지만, 실제로 볼 수 있는 기회는 특정인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그런데 여기 우주비행사에 지원한 한 남자가 있다. 관측된 적 없는 혜성 하나가 나타나면서 우주 먼지 모래 폭풍이 일어났고, 금성과 지구 사이에 형성된 구름은 '초프라'라고 이름이 붙는다. 그리고 그 초프라의 입자를 채취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지원, 선발된 것이다.

 

나는 내가 이해할 수 있는 편안한 시간, 날 얀 후스 1호로 데려온 삶 속 어딘가에 있어야 했다. 우리라는 존재는 미래를 향해 가는 에너지로 움직이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존재의 출발점, 우리로 하여금 피할 수 없는 진로를 만들어준 빅뱅을 찾기를 절대로 그만두지 않는다. 축제를 벌이는 사람들을 비추는 모니터를 끄고 눈을 감았다. 기억과 부딪히는 시간의 깊은 고리들 속 어딘가에서 시계 하나가 째깍거렸다. / p.19

 

과학자로서의 사명감이나 호기심이 아닌 과거 체코가 공산주의 국가가 되는데 일조했던 아버지의 과오 청산과 그 때문에 무너진 집안을 일으킬 기회라고 생각했고 거기에 나라의 영웅이 되고자 하는 야망까지 더해진 것이다. 지구에서 4개월이나 떨어진 알 수 없는 것 투성이인 우주로 스스로 뛰어든 그의 걱정은 단 하나, 사랑하는 아내 렌카를 두고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야망과 목표를 위해 당분간의 이별을 선택한다. 아버지의 과거 사건들 때문에 야쿠프는 힘든 어린 시설을 보내야 했고, 그것은 고스란히 마음의 상처가 되어 흔적을 남겼다. 헌신적인 사랑과 내조를 해주던 아내에게 매번 상처를 주는 행동을 했지만, 자신의 상처에 갇혀 아내가 상처받는 건 보이지 않았나 보다. 그리고 머나먼 우주로 날아가 지나면서, 비로소 깨닫게 된다.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던 것인지, 아내의 사랑이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
홀로 우주에서 생활하게 되면서 느끼는 극심한 고독과 아내를 향한 그리움, 모든 생활이 공개적이고 제한된 공간이 주는 심리적 불안감까지 스스로 지원해 그 자리에 있는 것이었지만, 점점 감정적으로 무너져내린다. 자신의 야망과 아내를 향한 사랑, 자신이 소홀했던 결혼 생활, 일상의 소중함에 대한 많은 갈등과 후회 섞인 주인공 내면의 심리 묘사가 잘 쓰여있다. 과학소설의 겉옷을 걸치고 있지만, 그 안은 철학을 품고 있고, SF 소설을 그 바탕으로 두었지만, 그 배경이 우주일 뿐 삶에 대한 성찰을 논하고 있기에 과학지식이나 SF 분야에 대해 전혀 지식이 없어도 무리 없이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책이다. 우리에서 지구로 보내는 한 남자의 결코 가볍지 않은 성찰기. 특별한 SF 이야기에 반짝이는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나 또한 소중함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정반대 상황이 되어보지 않고는 자신이 현재 처한 상황이 어떤지 도저히 알 수 없다. 그리고 자신이 누리는 것은 잃어보아야 가치를 알 수 있다. / P.41

"말라깽이 인간, 정신적으로 고통을 일으킬 수 있는 질문을 하나 해도 될까?."
"나한테는 언제든 이야기할 수 있어. "나는 하누시에게 말했다.
"왜 그렇게 간절하게 인간인 후손을 원하나? 텔레비전에 나오는 연속극이라는 꾸며낸 프로그램에서 보기로는, 너희 종족은 성적인 관계를 오로지 번식을 위해서만 맺는 것만은 아니던데." (중략)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될까 봐 보험을 들어두는 거지." 내가 말했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
"글쎄, 그건 중요한 사람이라는 말의 반대겠지. 사람들이 묻고 싶은 대상인 몸을 갖는 것."
"너희 언어로 쓰인 기록으로는 그 말의 의미를 제대로 모르겠군. 모든 인간은 중요한 사람 아닌가?" / P.132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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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뻬 씨의 핑크색 안경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양영란 옮김 / 마시멜로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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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오늘 어떤 안경으로 세상을 보고 있나요?

꾸뻬 씨의 행복여행이란 책을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 뒤로 개봉한  영화까지 봤지만, 자세한 내용은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행복을 찾아 떠났던 꾸뻬 씨가 여행을 통해 행복에 관한 다양한 교훈을 발견했다는 건 기억에 남아있다. 어렴풋 기억을 속의 그가 14년 만에 돌아왔다. 또 한 번 인생의 궁극적인 과정 위에 놓여있는 행복의 조건들을 찾기 위해서이다.

아내의 꿈을 응원해 미국 파견 근무에 흔쾌히 보내주지만, 그 뒤로 둘의 관계는 삐걱거리기 시작했고,  여전히 진짜 부부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는 아내의 말과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자신의 위치에 대해 자꾸 자문하는 상태가 된다. 상황에 맞는 안경을 끼고 세상을 본다면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들로 인해 꾸뻬 씨는 또 한 번의 여행길에 오른다. 여행의 목적지는 아내 클라라가 있는 미국이지만, 그곳으로 가는 과정에서 경유지가 있다. 살면서 뭔가 커다란 번민이 생기면 늘 찾아가던 장-미셸, 에두아르, 아녜스 세 친구를 차례대로 먼저 만나보는 것이다. 인생의 목표인 행복과 위기에 놓인 아내와의 사랑을 다시 찾기 위해 여행길에 오른 꾸뻬 씨는 과연 이번 여행에서 무엇을 발견하고 깨닮게 될까?

 

옛날 옛날에 꾸뻬 씨란 정신과 의사가 살았다.
그는 사람들한테 핑크색 안경을 만들어주는 일이 자기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환자들이 주변을, 자기 자신을, 또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꿀 수 있게 도와준다는 건 이를테면 이들에게 새로운 안경을 만들어주는 일과 같다고 생각했다. (중략) 스스로 적당히 핑크색을 띤 안경을 만들어가도록 도와주고자 했다. / p.10~11

 

시력이 나빠지면 안경을 쓰듯 자기 자신이나 주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살짝 바꿀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새로운 안경을 만들어 주는 일이라 생각했고, 삶을 덜 암울하게 덜 왜곡되게 바라보는 핑크색 안경을 만들어 주는 일이 자기 직업이라 생각했고, 스스로 적당한 핑크색을 띤 안경을 만들어가도록 도와주는 조력자가 되길 원했다. 그는 여행을 하면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 덕분에 다양한 사례들과 깨달음을 바탕으로 다양한 핑크색을 띠는 안경들을 수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다른 사람뿐만 아니라 자신 또한 이미 이런저런 색의 안경을 끼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우리는 자신의 모습을 선택하지 않는다. / p. 18
며칠 전 SNS에서 본 글귀 중에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라는 짧지만, 굉장히 공감되는 문구를 발견했다. 그 뒤로 종종 잊지 않기 위해 되새기는 말이 되었다. 누구나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기분에 따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보이지 않지만 우리는 상황에 따라 자신도 모르게 잿빛 안경을 쓰기도 하고 핑크색을 띠는 안경을 쓰기도 하기 때문인데 그 사실을 스스로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 자신이 쓰고 있는 안경은 우리가 세상과 자기 자신을 보는 방식을 결정하고 그 결과 감정과 행동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스스로 자신이 쓰고 있는 안경이 어떤 빛을 띄고 있는지 인지할 수 있다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이 쓰고 있는 안경의 색을 적당한 핑크색 안경으로 바꿔 쓸 수 있다. 바로 부정적인 생각에서 비롯된 부정적인 시선을 긍정적으로 바꿔주는 게 핑크색 안경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행복을 느끼는 기준이 다양한 만큼 행복이란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시선으로 자신의 삶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행복할 수도 있고, 불행하게 느낄 수도 있다. 스스로 행복한 시선으로 자기 자신과 삶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하며, 그 일은 결코 한순간 마법처럼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매일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기분에 따라 그에 어울리는 핑크색 안경을 스스로 꺼내 쓰는 법을!

 

행복하다는 건 때에 따라 그에 어울리는 안경을 낄 줄 아는 것이다!

행복하다는 것은 행복이 불확실하고 불안정하며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 p.208

 

"내가 나이를 잊는 더 멋진 방법을 말해주지."
"나이를 생각하지 않는 것?"
"그보다 더 나은 건 마치 나이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듯 행동하는 거라네!"/ p.220.

 

"사람들을 고통에 빠뜨리는 것은 세상이 아니고 그 세상에 대한 그들 자신의 견해이다." / p.302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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