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지하철에서 모르는 여자가 말을 건다 앗코짱 시리즈 2
유즈키 아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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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향한 위로 한 잔>

일요일 저녁,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금요일까지는 느리게 흘렀던 것 같았는데! 눈 깜짝할 사이 월요일이 성큼 다가와 있고, 시간이 가면 갈수록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 회사에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채웠던 적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내일을 위해 오지 않은 잠을 억지로 청하며 뒤척거렸던 적이 있었다. 나의 경우 업무적인 문제보다는 사람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에 취약했었다. 상사 복이 없어도 이렇게 없나? 할 정도였다. 능력 없는 상사를 둔 죄로 나는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고, 비효율적인 방법의 업무지시를 따라야 했고, 갑질까지.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가는 기분이다. 크고 작은 직장 내 문제들은 비단 나만 겪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 직장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보다 넓게는 세계 어느 곳이든 직장인이 있는 곳이라면 그들 나름의 애환이 존재하는 것 같다. <매일 아침 지하철에서 모르는 여자가 말을 건다>에 등장하는 직장인들 또한 현실 세계와 다를 게 없다. 사회 초년생이든 취업 준비생이든 경력이 쌓인 직장인이든 이런저런 문제들로 고통받고 있다. 다만, 현실과 다른 하나는 바로 앗코짱이 그들 곁에 있다는 것이다. <나는 매일 직장 상사의 도시락을 싼다>의 두 번째 이야기이기도 한, 이 책은 위로의 글과 함께 음식들이 등장하는데, 소설계의 셰프라 불리는 작가 유즈키 아사코 작품의 특징이기도 하다. 음식이 주는 치유와 힐링, 그리고 위로가 얼마나 큰지 나는 알고 있다. <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는 아직 읽어보지 못해 앗코짱은 처음 만나보는데 꽤 흥미로운 캐릭터였다. 따뜻함이 느껴지는, 정성이 가득한 음식을 전해주지만, 말과 행동은 직설적이고, 돌려 말하는 법도 없다. 따끔한 충고로 정신이 번쩍 들게도 하고, 도움을 청하지도 않았는데, 다가와 일상을 마음을 마구 흔들어 놓고 홀연히 떠나버린다. 그 결과는 변화와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남기고 말이다.

 

목적지는 한 곳이어도 가는 방법은 한 가지가 아니에요. 더 편한 환승 방법이 있다는 말이죠. 지각만 하지 않으면 어떻게 가도 상관없는 거예요. 다른 역에서 내려서 한 정거장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전환이 될걸요. 햇볕도 좀 쬐는 편이 좋고. /29

 

"충분한 휴식은 근무 중 실수를 방지하고 인간관계를 원활하게 합니다. 좋은 식사는 집중력을 높이고 일의 능률을 올립니다. 무엇보다 직장을 벗어난 곳에서 업종과 세대가 다른 사람과 소통함으로써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기고 상상력이 길러지고 힌트를 발견하는 일이 많이 있죠." 갑자기 목 안이 뜨거워졌다. 마음속 깊이 느껴왔던 것을 말로 해주는 사람이 나타났다. / 40

 

현실에서 앗코짱을 만난다면? 나는 그녀의 진심이 담긴 간섭과 조언을 받아들였을까? 요즘 같은 시대에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는 타인을 믿고 마음을 열 수 있을까? 아마도 앗코짱을 만나도 나는 외면했을지도 모르겠다. 시원시원한 성격에 물고기를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주며 물가로 나갈 수 있게 등 떠밀어주는 그녀, 더 이상 다른 사람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새롭게 늘어나지 않게, 자기 자신이 더 이상 작아지지 않게 이끌어 준다. 앗코짱이 건네는 스무디는 단순히 몸에 좋은 음료가 아니다. 매일 똑같이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묻어놓고, 괜찮다. 괜찮다. 방치해놓았던 나를 다시금 챙기는 계기를 선사해준다. 그리고 내 일상을, 내 삶을 다시 한 번 점검하는 스위치 같은 것이다.  늦여름 지하철에서 만난 앗코짱은 스무디로 한여름 3시에 만난 앗코짱은 홍차와 달콤한 디저트로 어두웠던 무채색의 일상에 조심스레 불을 다시 밝힌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음식 일러스트는 내 눈을 사로잡았고, 자연스레 맛을 상상하게 만들었다. 비록 상상 속에 그친 디저트들이지만 보는 내내 행복함이 번졌다. 역시 아는 맛이라 더 달콤했던 것 같다. 나의 이야기 같았기에 더 공감이 되었고, 사이다 발언도 거침없이 날려주는 앗코짱식 위로에 푹 빠지는 경험하게 되었다.  순식간에 다 읽어버려 아쉬움이 남았다. 그리고, 3번째 이야기가 기다려졌다!

 

직장생활을 오래 한 사람도 사회의 매서움에 잔뜩 움츠려든 사회 초년생도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도 각자의 위치에서 회사라는 공간 안에서 상처받고 자신을 낮추며 점점 방치해버린다. 내 인생에서 길을 잃고 헤매거나 단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할 때 누군가의 위로 한 잔이, 누군가의 토닥임 한 번이 인생을 대하는 자세의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진심이 느껴지는 응원과 위로 누군가가 나의 삶을 지지해 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잘 살아갈 용기가 생길 것 같다.  나 또한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그런 사람이 되어주고 싶었다.

 

이봐, 의외로 먹고 살 방법은 많아, 찾아보면. 지금 있는 곳을 떠나도 당신이 살아갈 수 있는 곳은 분명히 있을 거야. / 50

 

사람의 일생을 늘리는 것도 줄이는 것도 그런 별것 아닌, 한심하고, 사소하고, 없어도 아무도 곤란해하지 않을 것들이지. / 57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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