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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아, 그런 나는 없다
홍창성 지음 / 김영사 / 2023년 6월
평점 :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이 잘못되었다는 글을 읽으며 제 관점이 완전히 뒤틀렸습니다. 혼돈 그 자체였죠. 이 책은 진정한 ‘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붓다의 ‘무아無我’를 현대적 관점에서 논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나’가 존재하지 않는다니! 그럼 나는 누군데?” 다시 회귀 되는 이 질문을 수십 번 한 끝에서야 그 진리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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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아란 실체 없는 자아를 의미합니다. 몸과 의식을 구성하는 어떤 것도 내가 아니죠. 만물은 고정불변하지 않고 생멸하기에 무상할 수밖에 없고, 모든 것이 원인과 결과에 따라 이루어지기 때문에 공하다는 것입니다.
내가 존재한다면 나와 내가 아닌 것을 구분 짓는 ‘경계’가 있을 텐데 과연 이런 선이 존재할까요? 마음과 환경이 독립되어 그 자체로 할 수 있는 일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적습니다(85p, 100p 참조). 저자는 ‘전체가 하는 일은 모두 부분들이 도맡아서 한다. 그러므로 전체는 독자적으로 하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 이름뿐인 존재에 불과하(128쪽)며, 진정한 나의 존재는 여러 부분이 모인 전체와 관련이 없(133쪽)다고 말합니다. 그렇기에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쯤에서 등장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의 데카르트!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아주 유명한 명언을 남겼죠. 여기서 그 생각조차도 쉼 없이 변하기에 생각함은 진정한 나일 수 없다고 반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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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는 과정은 실은 나를 내려놓는 과정이다.”
_137p.
저는 이 문장을 보면서 꽤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진정한 나’나 영혼 같은 것은 없으므로 우리는 모두 자신을 스스로 내려놓아야 자유롭고 행복해진다(7쪽)”는 가르침 덕분에 비로소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이 몸을 빌려 그저 경험할 뿐 그 경험이 내 자체가 될 수 없고 나라는 사람은 이런 사실로 정의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내가 없기에, 나를 가리킬 수 없기에 비난할 이유도 없다는 것! 그런 마음의 집착을 내려놓으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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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는 그런 ‘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무아無我’를 가르치며 정반대의 길을 간다. 불교는 ‘진정한 나’나 영혼 같은 것은 없으므로 우리는 모두 자신을 스스로 내려놓아야 자유롭고 행복해진다고 가르친다.“
_7p.
손가락은 달을 가리킬 수 있지만, 그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 자체를 가리킬 수는 없다. 손가락이 스스로를 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은 아무것도 향할 수 없다. 이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데 스스로를 향할 수 없다면 스스로를 비난할 수도, 또 변화시키려 원할 수도 없다.
_65p.
“만물은 조건이 모이고 흩어짐에 따라 생멸한다는 진리가 연기다. 조건의 모임 자체가 사물의 생기生起이고, 조건의 흩어짐 자체가 그 소멸消滅이다. 그래서 만물이 생멸을 거듭하여 무상한 이유는 그것의 조건이 모이고 흩어지기 때문, 즉 그것이 연기하기 때문이다.”
_71p.
* 위 서평은 출판사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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