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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먹이 - 팍팍한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간소한 먹거리 생활 ㅣ 쏠쏠 시리즈 2
들개이빨 지음 / 콜라주 / 2022년 3월
평점 :
언제나 타인의 먹고사는 이야기가 궁금했다. 지친 하루 끝에 놓인 필자의 밥상은 어김없이 무너진 자존감과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공허함, 결코 일어설 수 없는 나약함, 뭐 이런 것들로 채워지곤 했다. 나에겐 그 한 끼, 한 끼가 나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소박하지만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운 밥상을 마주할 때면 스스로 귀한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디서도 존중받지 못하는 내가 이렇게 대접받을 수 있구나’ 생각했다.
‘밥 먹었어?’, ‘끼니는 잘 챙겨?’라는 말이 그저 스치듯 건네는 인사가 아니라, 그 사람의 안위를 걱정하는 필자의 서툰 마음이었다. 혹시나 나와 같은 감정들이 타인의 식탁에도 놓이진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이런 이유로 저자의 이야기에 자연스레 이끌렸고, 읽는 내내 고개 끄덕이는 순간이 많았던 것 같다. 필자는 오히려 더 채워야 한다는 생각에 든든한 먹거리 생활을 추구한 반면, 저자는 자격지심으로 인해 간소한 먹거리 생활을 지향한 점이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열등감으로부터 우리를 지킬 수 있는 식생활이라니, 더 의미 있게 느껴진다.
부족하거나 비었다 싶으면 채우려고만 했지, 더 거둬 내는 생각은 왜 못 했을까? 겉치레로 보이는 것들을 하나씩 지워냄으로써 마침내 재료 그대로의, 어쩌면 내 본연의 가치를 마주하는 모습이 참 멋져 보인다.
「나의 먹이」는 웃기지만 슬펐고, 그 슬픈 상황이 필자 인생 어느 시점에 닿아 있어서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더욱이 저자와 이 책을 읽을 모든 독자들의 먹이를, 하루의 밥상을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