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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건설 엔지니어 시점 - 철근 콘크리트를 사랑하는 일. 건설 엔지니어 일일드라마
양동신 지음 / 김영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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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철근콘크리트를 사랑하는 일’

초등학교 시절 장래희망이 변호사, 천문학자, ‘이도 저도 안 되면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저자는 어느덧 15년차 건설 엔지니어가 되었다. 넥타이를 매고 하이바를 쓴 채 회사와 현장을 바쁘게 오가는 이 직업도 ‘평범한 회사원’에 그칠 수도 있겠지만, 건설 엔지니어의 시선으로 만들어 나가는 세상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철근을 매고 콘크리트를 타설하고 이 작업이 실제로 사회적 효용이 있는지 끊임없이 두드리는 일은 가장 섬세한 구조물을 설계하는 일이기도 했지만 누군가를 살리는 일이기도 했다. 이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벽돌 한 장이라도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오늘도 건설 엔지니어로 살아가는 그의 삶은 철근콘크리트만큼이나 견고하고 아름답다.

2.

‘보이지 않지만 반드시 필요한 존재와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진심 어린 고백’

‘보이는 것이 보여지기 위해 보이지 않는 영역이 필요하다’는 드라마 <미생>의 대사가 떠올랐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촘촘히 엮어 보이는 세계로 만드는 일, 그러나 나는 철저히 지워야 하는 일은 앞으로 내가 꿈꾸는 일과 다르지 않기에 건설 엔지니어를 향한 저자의 걸음, 걸음이 응원이자 위로였다.

보이는 것 그 이면에 놓인 무언가를 더듬어보는 게 오랜 습관처럼 남아있다. 다 끝난 영화 엔딩 크레딧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방영되는 드라마보다 그들의 비하인드 영상을 기다리고, 무언가를 만든 사람을 떠올리며, 누군가의 내면을 살핀다.

그래서인지 누군가의 삶을, 그가 사랑하는 일을, 그리하여 만들어진 무언가를 오래도록 찬찬히 읽어나가는 이 시간이 즐거웠다. 나는 내가 앞으로 해나갈 일을 무엇으로 정의 내릴 수 있을까 고민하게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고 싶은 일을 품게 했다. 여전히 일과 삶은 불확실한 것들 투성이지만 이 또한 가슴 두근거리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저자로부터 배웠다.

-

🫧 김영사 ‘일일드라마’ 시리즈?

‘일과 일상이 만나는 순간 우리의 인생 드라마가 펼쳐진다
일의 기쁨과 슬픔으로 프로를 꿈꾸는 인생 성장 극장으로의 초대’

>> 직업 밀착 에세이 시리즈. 내부자의 시선을 통해 직업의 기쁨과 슬픔을 바라보고, 일을 통해 성장해가며 일과 삶의 교집합을 꿈꾸는 프로들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



☑️ 요즘 출판사마다 특색있는 시리즈물이 다양하게 출간되는데, <유 퀴즈 온 더 블록> 처돌이는 이런 이야기 너무 조우하-
++ 콘셉트 장인이 만든 게 분명한 게 이 책은 목차가 <건설 공정표>라는 이름으로 공사 설계 과정으로 이야기를 꾸렸어! 일러스트 그림도 너무 귀엽고 찰떡이고,,, 자주 출간해 주라,,,🤍

☑️ 일과 삶에 대한 태도를 보면 같은 업에 종사한 사람뿐만 아니라 업을 해나가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아울러 해당 직업늘 꿈꾸는 사람들에게 한 권의 지침서이자 응원, 그리고 원동력을 줄 수 있는 책이야.

☑️ 이제는 N잡러의 시대가 왔잖아? 새로운 직업을 고려할 때 조금이나마 그 직업을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참고하기에도 좋아!


* 위 서평은 출판사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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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물음표가 아닌 느낌표
썸머 지음 / 문장과장면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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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나의 걸음들에 대한 이야기다.

힘차게 달리다가도 숨이 차면 잠시 쉬어가기도 하며

나만의 속도와 걸음을 찾는 이야기.

_들어가며 中.



그 시절은 내 생애 가장 혹독했던 겨울인 동시에 가장 뜨거웠던 계절이었다.

가장 안쓰럽고 힘든 시간이었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그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살아가게 한다.

불안하고 위태로웠던 그 시절에 나는 나에게 약속했다.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나는 분명히 할 수 있다고.

_45p.


저자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내 지난 10대와 현재의 20대, 그 어느 순간이 자꾸만 떠오른다.

나와 비슷한 삶을 살아온 누군가에게

차마 손 내밀 수 없었던 날을 위로받는 기분이란 이런 것일까.

나도 이제 ‘잘 지내?’ 하는 물음에 진심으로

‘응, 잘 지내’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잃어버렸던 것들, 그래서 놓지 못했던 것들을

저자의 문장으로 채웠다.

‘그때는 그래야만 했던 시간이었다고, 잘 자라주어 고맙다고(p.112).’

잘 지내야 했고, 괜찮아야 했던,

그래서 모질게 대했던 날들에 건네는 서툰 작별 인사를

이렇게 대신한다.



씨앗마다 어울리는 흙을 덮어주고, 물을 주는 일.

베란다에 햇살이 내려와 앉을 때면

화분들을 모아 볕이 있는 곳에 데려가 주는 일.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며 기다려주는 일.

126p.




기울어진 것들에는 수많은 애정과 시간이 담겨 있다. (...)

기운 마음을 안고도 넘어지지 않고 씩씩하게 걸어 올 수 있었던 건

다정한 마음과 진한 시간으로 함께 기울어진 이들이 곁에 있었기 때문일 거다.

기댈 수 있는 서로가 있었기에 우리는 마음껏 기울 수 있지 않았을까.

_25p.



나를 알게 될수록 나는 더 내가 궁금해진다.

고아라라는 사람이 정말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지,

서글플 때면 어떤 마음으로 눈물을 삼키는지.

모든 걸 쏟아 부었던 촬영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왜 그렇게도 길었는지 알고 싶어서

오늘도 나는 나의 작은 카메라와 함께

새로운 여정을 떠난다.

내가 나를 궁금해하는 일이 더 나은 나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수많은 내가 모여 지금의 내가 여기에 있는 것처럼.

_9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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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뼘의 계절에서 배운 것
가랑비메이커 지음 / 문장과장면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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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과 애정도, 옅은 질투도 겨우 한 뼘의 계절에서 왔다. 한 뼘의 계절에서 배운 것은 무궁무진하다.







계절 산책자, 가랑비가 사랑한 사람과 사물에 대한 이야기

저자의 이름 앞에 붙은

‘계절 산책자’라는 수식어에 마음이 들떴던 이유는

‘누군가의 계절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오랜 바람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겨울에서 봄, 봄에서 여름, 여름에서 가을,

그리고 다시 겨울이 되는 이야기에는

저자가 이 계절을 사랑하는 방식이 곳곳에 녹아있다.

한 뼘의 계절 속에서 차곡차곡 채웠을 사유의 순간들은

한 뼘으로는 결코 다 가릴 수 없는 바다로 나아간다.



편지를 읽으며 이토록 아름답고 찬란한 계절에 가난한 마음에 되었던 이유는 오래된 이름에 있지 않다는 것, 내 좁은 가슴을 채워야 하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나라는 것을 알았다. 두터운 믿음과 다정한 시선을 찾아서 지난 기억 속을 헤집는 일을 멈추고 이제는 내 안을 들여다보아야 했다.

_49p.


나를 붙들고 살게 하는 것은 결국 한 철의 꽃과 열매가 아니라 묵묵하게 제자리를 지키는 뿌리와 가지일 테니까. 

_65p.


머무름 없이 흘러가는 시간 가운데 어렵게 움켜쥔 것을 내려놓아야 할 때가 찾아온다. 모든 게 이대로 저물어버린 것만 같겠지만 어둠 뒤에 어둠만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 (…) 다 끝난 것만 같은 순간에 다시 시작되는 이야기가 있을 거라 믿는다.

_15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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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먹이 - 팍팍한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간소한 먹거리 생활 쏠쏠 시리즈 2
들개이빨 지음 / 콜라주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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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타인의 먹고사는 이야기가 궁금했다. 지친 하루 끝에 놓인 필자의 밥상은 어김없이 무너진 자존감과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공허함, 결코 일어설 수 없는 나약함, 뭐 이런 것들로 채워지곤 했다. 나에겐 그 한 끼, 한 끼가 나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소박하지만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운 밥상을 마주할 때면 스스로 귀한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디서도 존중받지 못하는 내가 이렇게 대접받을 수 있구나’ 생각했다. 


‘밥 먹었어?’, ‘끼니는 잘 챙겨?’라는 말이 그저 스치듯 건네는 인사가 아니라, 그 사람의 안위를 걱정하는 필자의 서툰 마음이었다. 혹시나 나와 같은 감정들이 타인의 식탁에도 놓이진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이런 이유로 저자의 이야기에 자연스레 이끌렸고, 읽는 내내 고개 끄덕이는 순간이 많았던 것 같다. 필자는 오히려 더 채워야 한다는 생각에 든든한 먹거리 생활을 추구한 반면, 저자는 자격지심으로 인해 간소한 먹거리 생활을 지향한 점이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열등감으로부터 우리를 지킬 수 있는 식생활이라니, 더 의미 있게 느껴진다. 


부족하거나 비었다 싶으면 채우려고만 했지, 더 거둬 내는 생각은 왜 못 했을까? 겉치레로 보이는 것들을 하나씩 지워냄으로써 마침내 재료 그대로의, 어쩌면 내 본연의 가치를 마주하는 모습이 참 멋져 보인다.


「나의 먹이」는 웃기지만 슬펐고, 그 슬픈 상황이 필자 인생 어느 시점에 닿아 있어서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더욱이 저자와 이 책을 읽을 모든 독자들의 먹이를, 하루의 밥상을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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