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문학의 탄생 - 한국문학을 K 문학으로 만든 번역 이야기
조의연 외 지음 / 김영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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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런 온>에서 번역이란 '말과 말 사이에 다리를 놓는 일'이라고 표현한 대사가 있어요. 이 말이 너무 근사하고 예뻐서 꽤 오랫동안 곱씹었던 기억이 납니다. 《K 문학의 탄생》은 '한국문학을 K 문학으로 만든 번역 이야기'를 주제로 번역을 다루는 실제 '번역가'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책입니다. 말과 말 사이에 다리를 놓는 일은 말을 있는 그대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창의성이 요구되는, 그 자체로 예술이 되는 작업이었습니다.

 

한 번역가의 이야기가 끝나면 그 이야기가 영어로 번역되어 함께 수록되어 있는 점이 인상 깊었어요. 한국어를 번역하는 외국 번역가를 알게 되는 기쁨도 있었고요. 이 글을 영어로 옮기는 데도 어떤 단어로 어떻게 문장을 구성할지 고민했을 번역가들의 노고가 느껴져서 섬세하게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전에도 시를 한 번 사랑해 보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김혜순 번역가가 《The Southeast Review》 와 인터뷰하면서 시 번역의 핵심적인 요소를 말하는 부분이 너무 멋진 거예요! '번역 대상인 언어보다 번역가 자신의 언어 지평을 넓혀간다고 생각하는 것, 번역가의 모국어 잠재력을 확장하고 있다고 믿는 것', '가능하다면 번역 대상인 시를 감옥에서 탈출시켜주는 것(자신의 번역이 아니면 이 시가 감옥에서 영영 나올 수 없다는 사명감을 갖는 것)', '그리고 무한한 자유'. 그리고 무한한 자유라니... 입틀막!

 

시 번역을 이야기하면서 '익숙한 언어를 낯설게 보이게 함으로써 우리가 보지 못한 현실에 눈뜨게 하고 새로운 시선을 열어주는 시는 언어의 창조성이 가장 두드러지는 장르(143쪽)'라고 표현해요. 이런 마음을 끝에 도착한 시라는 언어가 나를 통과할 때 그 벅찬 마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Modern Poetry of Pakistan(파기스탄 현대 시)》의 서문 'String Up a Vespiary'(말벌집 들쑤시기)에서 와카스 크와자(Waqas Khwaja)는 '문학 번역은 흔히들 불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번역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포기되지 않는다. 그 많은 시인과 번역가가 번역 작업에 매혹되었던 이유는 어쩌면 그 불가능성 때문인지도 모른다'라고 말합니다. 저자 옆에 있지만 미처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했던 옮긴이의 마음, 번역가라는 사람을 찬찬히 알아가고 싶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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