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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산 ㅣ 책가방 속 그림책
레베카 구거.사이먼 뢰슬리스베르거 지음, 서희준 옮김 / 계수나무 / 2022년 2월
평점 :
산을 보는 관점이 동물마다 다르다. 곰은 산을 숲으로, 양은 초원으로, 문어는 물이 많은 곳으로 생각한다. 실제 산을 보지도 않고 각자 자신의 생각만을 고집하는 모습이 우리와 닮았다. 결국 새가 산꼭대기로 가서 직접 보고 말해보길 권한다. 정상에서 본 산은 모두의 말이 틀리자 않고 다를 뿐 모두 옳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이야기이다.
‘그냥’ 그런 줄 알고 각자의 입장과 시각으로 세상을 본다. 타인의 생각을 다양하게 인식하고 공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는 책이 바로 ‘그냥 산’이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고 말한 성철스님을 떠올리게 하는 책 제목이다. 만물의 근본이 무엇임을 보고 알았다면 스스로가 완성된 존재로 착각하고 함부로 인식하지 않을 수 있고, 내가 보는 겉모습이 아니라 진리의 눈을 열고 산을 봐도 산이 아니고, 물을 봐도 물이 아닌 지혜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이 인식한 세상과 물리적으로 본래 존재하는 세상이 다르고 차별없는 있는 그대로 왜곡없이 세상을 인식하는 우리의 관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운다.
산을 모두 다르게 인식한 동물들이 산꼭대기에서 깨닫게 되는 과정은 현상에서 본질을 꽤뚫어 가는 통찰의 탐색 과정과 같다. 자신이 가진 고정관념과 편견으로 세상을 보고 타인을 이해하다보면 내 생각이 맞다고 우기고 타인의 생각을 받아들이기 어려워진다. 산은 누가 어디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시시각각 달리 보일뿐 그냥 산은 산일뿐이다. 내가 머물고 살고 있는 공간의 산이 전부가 아니라 모든 것은 상대적이라는 개방적인 관점을 이야기한다. 같은 것을 다르게 볼 줄 아는 눈이야말로 세상을 열린 마음으로 보게 한다는 것을 철학책이다.
산은 그냥 산이다. 여기에 잠시 너와 나, 그리고 산이 있고, 물이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