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곡차곡 - 2022 볼로냐 THE BRAW AMAZING BOOKSHELF 선정 도서 Studioplus
서선정 지음 / 시공주니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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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 속의 풍경과 삶의 시간이 차곡차곡쌓이며 계절이 변해갑니다. 앞표지와 뒷표지의 표면이 종이가 아니라 연한 아이보리의 부드러운 삼베같은 천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천의 촉감을 매만지는 순간 초록빛으로 물든 숲 이미지에 내 시선이 고정되고 손은 계속 책을 어루만지며 차곡차곡이라는 책의 제목에 마음이 사로 잡혔습니다.

 

급히 책장을 넘기지 않고, 책표지를 만지고 또 만지며 차곡차곡이라는 책의 제목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차곡차곡 쌓아봅니다. 작가는 우리의 삶도 이 모든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여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기억들도 어딘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시간 속에서 쌓여가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작가는 우리의 시간 속에서는 무엇이 차곡차곡 쌓여 가고 있는지 질문을 던집니다.

 

봄꽃 향기와 따스함이 차곡차곡 쌓이며 봄이 시작됩니다. 부엌에서도 봄 기운이 나고, 집안 곳곳에 봄이 쌓여갑니다. 초록이 짙어지고, 장마가 오면서 여름이 차곡차곡 쌓입니다. 엄마의 식단에도 여름 과일, 바닷가에서 여름의 향기가 납니다. 가을 햇볕을 받아 잘 여물어가며 가을이 옵니다. 바람, 풀벌레, 가을 숲에서 가을을 느낍니다. 조용히 가라앉는 시간 속에서 독서를 즐기고, 눈이 내리는 소리가 차곡차곡 쌓여 겨울이 왔습니다.

 

책을 다 본 후 눈을 감고 책의 표지에 손을 다시 매만지며 따스함과 시원함이 차곡차곡 쌓이고 쌓인 사계절을 다시 한번 느껴봅니다. 쌓이는 세월 속에 한 사람의 인생이 쌓인다는 작가의 글을 다시 읽으며 음미해봅니다.

 

삶에 대한 태도와 사고방식도 차곡차곡 쌓이며 한 사람의 인생이 되고, 물건이 차곡차곡 쌓이고 그 사람의 공간이 되며, 그 물건을 통해 그 사람의 인생을 느끼기도 합니다. 재빠르게 지나가는 일상은 기억하기 쉽지 않지만, 그 일상조차도 차곡차곡 쌓여 우리의 삶이 되었습니다. 내 인생에서 나는 어떤 재료를 가지고 차곡차곡 쌓을 것인가? 나는 어떤 기억들을 차곡차곡 쌓아갈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귀한 인생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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