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웨이>를 읽으며 9년 전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베이징에서 직장을 다녔던 9년 전 봄, 시아버지께서 국제우편으로 부쳐주신 상자를 열어보니 여러 물건들 사이로 검은 표지에 무게감 있는 책 한 권이 들어 있었다. 바로 이 책이었다. '왜 이런 책을 보내 주셨지?'라는 질문이 머릿속에 스쳤다. 책 제목만 봐서는 예술가들의 이야기일 것 같은데, 나는 그저 매일 출퇴근을 반복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기 때문이다.
한 장 한 장 책을 넘기면서 깨달았다. 세상에 그저 '평범한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우리 안에는 실로 반짝반짝 빛나는 창조성이 있고 아이와 같은 호기심과 상상력이 가득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는 비단 글을 쓰고 음악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매일 직장을 오가고 생업에 종사하며 예술과 아무 상관이 없는 듯한 사람들 역시 내면에는 무한한 창조성을 갖고 있다. 단지, 우리 안에 그것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은 채 살아가는 것뿐이다.
당시 저자가 강조하는 '모닝 페이지'와 '아티스트 데이트'를 실천하고자 몇 번 시도했었다. 블로그에 비공개 페이지를 만들어 모닝 페이지를 썼다. 하지만 높고 단단한 '벽'을 느꼈다. 너무 오랜만에 글을 써서 그랬을까. 자꾸만 '내면의 검열관'이 하는 비난과 짜증 섞인 목소리에 움츠러들었다. 무엇보다도 내 안의 창조성을 찾는 과정을 통해 삶의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 내고자 하는 동기가 약했다. 결국 얼마 못 가 흐지부지 되어 버렸다.
믿기지 않은 속도로 9년이 훌쩍 흘렀다. 그 사이 나는 몇 권의 책을 공저했고 앞으로도 글을 쓰며 살고 싶다는 소망을 갖게 되었다. 글쓰기가 나의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의미 있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쓰면 쓸수록 막막했다. 내가 무엇을 쓰고 싶은 건지, 그 책을 왜 쓰고 싶은 건지, 왜 이렇게 잘 못쓰는 건지, 지금 내게 필요한 노력과 방법은 무엇인지 수많은 질문이 내 안에 엉켰다. 나는 이 질문들 앞에서 곧잘 휘청거렸다. 쓰기 전보다 더 큰 난관과 절망감에 부딪힌 것 같았다.
그런 시기에 <아티스트 웨이>를 다시 만났다. 출간 30주년을 맞아 기념 특별판으로, 새로운 표지로 돌아온 책은 나에게 옛 친구처럼 다정히 손을 내밀었다. 포기하지 말라고, 다시 시작해 보라고 속삭이는 책을 용기 내어 펼쳐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