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 왜 민주주의에서 마음이 중요한가
파커 J. 파머 지음, 김찬호 옮김 / 글항아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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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공정할 수 있는가? 우리는 너그러울 수 있는가? 우리는 단지 생각으로써가 아니라 전 존재로 경청할 수 있는가? 그리고 의견보다는 관심을 줄 수 있는가? 살아 있는 민주주의를 추구하기 위해 용기 있게, 끊임없이,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동료 시민을 신뢰하겠다고 결심할 수 있는가?

                                                                                   

                                                                      _본문 3장 ‘정치의 마음’에서

 

 

연일 통합진보당 사태가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있다. 통상적 의미에서 진보의 가치는 정치적 도덕성을 기반으로 사회적 약자(소수자)의 편에서 세상의 프레임을 보다 민주적이고 정의롭게 조정해나가는 데 있다. 따라서 반칙을 일삼는 개인 혹은 집단이 더 많은 이익을 얻는다는 우리 사회의 굳어진 속물적 통념을 깨뜨리고, 부정과 비리를 비판하고 고발할 때 진보세력은 존재 의미를 획득한다. 거기에 더해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구조가 진보세력의 활동을 장악하고 있을 것이라는 사회적인 바람 내지는 믿음이 있다. 한국 정치사가 보여준 구태를 벗어던지기 희망하는 것이다. 통합진보당 사태가 모든 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준 것은 바로 이러한 상식적 수준의 진보에 대한 믿음을 산산조각 냈기 때문이다. 독점적 세력의 권력 장악이라든가 선거조작과 그에 대한 진상조사를 저지하려는 폭력행사 등은 우리가 그간 질리도록 경험한 천박한 불의함 아니던가.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은 이러한 정치적 사태에 ‘비통함을 느끼는(heartbroken)’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영감을 준다. 일종의 정치학적 멘토라고 하면 적당할지 모르겠다. 대부분의 정치학이 사회적 구조와 작동원리를 설명하면서 민주주의라는 목표에 도달할 이론적인 방법을 제시한다면 이 책은 그와는 정반대에서 시작한다. 바로 인간의 마음(가짐)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언뜻 김홍중의 『마음의 사회학』(문학동네, 2009)이 떠오르기도 한다. 김홍중이 80년대 한국을 경험한 ‘살아남은 자의 슬픔’에서 논의를 시작한다면, 이 책은 9․11테러 사건 이후 벌어진 미국의 패권적 정치에 대한 통탄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두 책 모두 정치가 야기한 대중의 우울을 다룬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무엇이 우리를 비통하게 하는가, 그리고 그것은 어떻게 극복될 수 있는가. 이 책은 ‘완전한 민주주의’라는 목표달성에서 그 해법을 찾기보다는 그것을 이뤄가려는 과정에서 실마리를 풀어간다. 이상적인 상태에 도달한 평화라든가 민주주의는 환상이며 오히려 그것을 성취하는 과정에서의 긴장과 저항을 어떻게 풀어가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그 정치적 긴장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비폭력주의를 제시한다는 점이다. 정치행위의 과정이자 목표라고도 할 수 있는 비폭력주의는 어찌 보면 가장 지독한 방법론이다. 위에 인용한 것처럼 다른 입장을 가진 정치세력과의 투쟁에서 어떤 시련을 겪더라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 맞설 수 있어야 하나 그것은 방어적 폭력마저 허용하지 않기에 집요하고 무섭다. 비폭력주의가 근본주의적 종교의 색채를 띠기도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민주주의를 향한 싸움에서의 일상적 집요함을 요구한다고 하겠는데, 이 책이 말하는 것처럼 그러하기에 민주주의가 위대한 것이 아닐까 한다. 그것이 항시적으로 “비극적 간극”(298쪽)을 견뎌야 하는 것이라면 더욱더 그렇다. 이 책에 따르면 희망은 유토피아 속에 있는 것이 아닌 듯하다. 오히려 비참함을 찢고 일어서는 순간에 발생하는 것이 희망 같다. 마찬가지로 정치가든 시민이든 참담한 정치적 현실을 딛고 다시 공동선을 향해 움직이려 할 때 우울한 무력감은 극복될 수 있지 않을까. 무한하게 반복되는 비극을 상수로서 받아들여야 하지만 희망 역시 여전히, 상수가 아닐까.

 

2012. 5. 31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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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치명적 농담 - 한형조 교수의 금강경 별기別記
한형조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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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어지러울 때는 옛 산사를 찾아간다. 딱히 불자여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귀지가 가득해진 것처럼 갑작스레 일상의 갑갑함이 밀려올 때나 도시의 기운에 짓눌려 삭막해진 마음 가눌 길 없을 때, 옛 산사들은 한 생을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마음가짐을 좀더 명료하게 가다듬도록, 겹겹이 다가오는 희로애락을 차분히 응대하도록 도와준다.

 

뿐만 아니라 내게 산사는 자연이 선사하는 감각의 ‘소리 없는 아우성’을 온몸으로 지각하게 하는 장소다. 서울 변두리에서 나고 자라 살풍경에 파묻혀 살아왔기에 자연이라는 감각의 대상은 되려 말초적이다. 달달한 봄바람에 잔물결 치는 처마끝 풍경, 한여름 무더위 속 애절하게 피어오른 연꽃들, 가을 절집을 절경으로 만드는 오색의 단풍, 눈꽃으로 병풍을 치고 정적에 휩싸인 겨울의 불당…… 명찰일수록, 어떤 각도의 프레임을 들이대도 자연의 육감적 아름다움을 일부나마 들여다보게 해주는 것 같다.

 

그렇게 산사를 찾다보니 실은 조금씩 불심도 자라난 모양이다. 절간을 지나는데 우연히 『반야심경』의 한 구절이 귀에 들어와 앉았다. “(…) 마음에 걸림이 없고 걸림이 없으므로 두려움이 없어서, 뒤바뀐 헛된 생각을 멀리 떠나 완전한 열반에 들어가며, (…) 최상의 깨달음을 얻느니라.”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 알 길 없었으나 웬일인지 무작정 심금에 와 닿았다. 붓다와의 인연이 생겨난 것이리라. 그로부터 불교를 조금이나마 공부해봐야겠다 마음먹게 됐다. 아마 많은 불자들이 나처럼 불교에 입문하게 되는 것 아닐까 싶다. 한형조 선생님의 『붓다의 치명적 농담』과 만난 것도, 어찌됐든 이렇게 붓다와 나의 인연이 실낱처럼 이어져왔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부제에서 밝히고 있듯이, 『금강경』의 별기別記다. 즉 본격적인 『금강경』 공부에 앞서 “오해와 헛디딤의 위험”을 무릅쓰고 초심자들이 쉽게 불교에 다가갈 수 있도록 힘껏 돕는 책이다. 친절한 안내는 물론이거니와 한형조 선생님의 깊은 공부와 통찰을 절로 느끼게 해주는 은은한 문장은 초심자의 불안을 한결 차분히 가라앉혀준다. 『금강경』을 중심에 두고 불교에 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는다는 것은 전혀 수월한 작업이 아니다. 내공이 깊고 깊어야 겨우 가능한 일일 텐데, 이 책은 그런 내색을 하지 않는다. 또한 모든 문장이 하나같이 섬세하게 직조되어 있어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 치밀함에 탄복하게 되는데, 인문학의 어떤 경지 같은 게 있다면 한형조 선생님의 문장이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한다.

 

책을 다 읽고 덮은 뒤, 희망과 절망을 가르는 내 욕망의 그림자가 깊다 못해 원망 속에서 곤경에 처하게 되어버렸음을 가까스로 조금 인정하게 되었다. 그러나 내 안의 불쾌와 불만족 또한 완전히 해소되기 어려울 것 역시 인정해야 할 것이다. 훌륭한 가르침 덕에, 평안을 얻기는커녕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리와 마음이 온통 엉켜버린 것 같다. 초심자들이 거치는 과정이겠거니.

 

 

우리 각자는 크고 작은 삶의 굴곡을 거치며 때로 절망적 고통과 부당한 악의를 거쳐 나갑니다. 그러나 인간의 위대한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있지 않을까요. 이런 불리한 역경과 시련 속에서도 인간은 늘 자신의 본래 힘과 존엄을 ‘회복’해나가는 ‘기적’을 연출합니다. 나아가, 시련을 거치면서 그는 오히려 더 깊고 형형한 안목을 지니며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고, 이웃을 자신의 공동 운명으로 돌아보게 되지요. 불성이란 다름 아니라, 이렇게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그 수많은 적들과 역경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가치와 존엄을 ‘회복’하며, 동시에 ‘성장’하는 그 불가사의한 힘을 단적으로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 힘은 우리 모두가, 누구나 예외 없이, 평등하게 가지고 있습니다. _본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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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 -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시대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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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잘 쓴 역사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만한 책도 드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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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 - 서울 숲에서 거문도까지 길고양이와 함께한 10년
고경원 글.사진 / 앨리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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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 작가, 대한민국 최고의 논픽션 작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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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기독교 - 환상의 미래와 예수의 희망
김영민 지음 / 글항아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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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몇 장 넘기다 너무 재밌어서 폭풍 독서하고 말았습니다. 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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