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 살인사건
야마다 후타로 지음, 권일영 옮김 / 스토리텔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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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4대기서라고 하면 삼국지연의, 수호전, 서유기, 그리고 금병매를 일컫는다고 한다. 앞에 언급된 세 책은 소장 중이며 내용을 다 기억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 읽어봐서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데, 마지막 금병매와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나머지 책들보다 유명하지 않은 탓도 있고, 원전의 내용 자체가 워낙 야하다는 것도 알고 있어서 굳이 손이 가지 않았다고 할까..... 그래서 어떤 내용인지도 잘 몰랐는데 이번에 알고 보니 수호전의 외전 격인 소설이라고 한다. 수호전에도 등장하는 인물들이 금병매에도 등장하는데 무송이 서문경을 죽이는 데 실패하여 서문경은 멀쩡히 살아 음란한 생활을 계속 하다 마지막에는 춘약 과다복용으로 사망한다는 이야기로, 굳이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수호전의 19금 동인지쯤 되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런 금병매를일본의 미스터리 작가인 야마다 후타로가 재구성하여 <금병매 살인사건>이라는 소설집을 썼다. 금병매라는 소설 자체가 내용이 너무 음란한 탓에 청나라 시절에 금서가 된 뒤 1985년에야 연구자들을 위한 출판이 허락되었다고 하고, 그만큼 성 묘사 수위가 높은데, 거기에 살인사건까지 보태져 재구성되었으니 수위가 너무 높을 것으로 판단되어 처음에는 읽을까 말까 고민을 할 정도였다. 금병매 살인사건 작품 자체도 일본에서 1959년에 발표되었는데 이제야 한국에 출간된 것이라 시대적인 정서도 지금과는 많이 다를 듯 싶어 약간 고민되었지만, 추리소설을 워낙 좋아해서 결국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에는 원전의 등장인물인 서문경과 그의 아내들 - 본처 오월랑 외에 이교아, 맹옥루, 손설아, 반금련, 이병아, 반금련의 하녀 방춘매, 그리고 원전에는 없는 것으로 보이는 첩 송혜련과 봉소추까지 - 그리고 서문경의 친구인 응백작이 등장한다. 응백작은 주색잡기에 빠져 가산을 날리고 몰락한 인물로 아첨을 잘하고 교활한 느낌의 인물이다. 이 작품에서는 탐정 역할을 한다. 그렇다고 정의로운 탐정의 느낌은 아니라 사건의 진상은 밝혀내지만 정의의 편은 아니다. 주요 내용은 서문경의 처첩들이 벌이는 질투와 음모, 그에 얽힌 기이한 살인사건들이며, 16편의 연작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인공 서문경은 송나라 시절 청하현의 최고 부자로, 여러 명의 처첩을 둔 호색한이다. 처첩 뿐만 아니라 기생집을 드나들며 계집질을 하고 부인의 하녀에게도 손대는데, 수많은 부인들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다섯 번째 부인인 반금련이다. 수호전에서도 독보적인 악녀로 여겨지는 반금련은 저자거리 호떡장사의 아내였다가 서문경과 눈이 맞아 남편 무대랑을 죽이고 서문경의 첩이 된 여자이다. 그리고 금병매 살인사건에서도 중요한 인물이기도 하다. 책의 첫 사건부터 참 기괴한데, 서문경의 첩인 송혜련과 봉소추가 발목이 잘려 살해당한다. 봉소추의 발은 사라졌고, 여자의 발에 대해 이상집착을 보이는 하인이 사라진 상황. 과연 문제의 하인이 범인일까? 하지만 두 여인의 다리가 잘린 데에는 그보다 더한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이 얽혀 있다. 그리고 사건의 범인과 진실을 밝혀내는 것은 응백작. 하지만 그는 결코 범인을 밝혀내어 죗값을 치르게 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첫번째 사건 뿐만 아니라 이 소설집에 실린 연작 단편들은 하나같이 기괴하고 노골적이다. 에도가와 란포도 읽다가 그 기괴함에 움찔하면서도 재미있어서 계속 읽었는데, 이 소설도 약간 그런 느낌이 든다. 이 소설은 더욱 수위가 높아서 간혹 계속 읽어야 할까 하는 내적 고민도 조금씩 들었는데, 수위와 상관없이 스토리 자체는 옛날 소설임에도 탄탄하고 미스터리 작품으로서의 매력도 있어서 결국 다 읽기는 했다. 읽다 보니 도대체 원전인 금병매가 어떤 소설인지도 궁금해진다. 과연 찾아서 읽게 될 것인가는 모르겠지만.....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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