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나를 사랑한다 - 조건적 사랑에 지친 내가 듣고 싶었던 유일한 말
임서영 지음 / 시공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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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 출판사에서 나온 책인데 서평단을 신청해 읽어보게 됐다. 작가가 심리학 석사를 받았고 졸업 후 광고회사를 스치듯 다녔다는 게 뭔가 내겐 흥미로운 이력이었다. 심리학에 관심은 많으니까 심리학 에세이스트가 쓴 책도 재밌지 않을까? 신청하게 됐고 결과는 대만족이다.


인생 술집, 인생 카페, 인생 맛집. 인생을 수식어로 붙인 말들이 참 많지만 평소에 난 수식어 '인생'을 아껴쓰는 편이다. 꽤 많이 박한 편인 것 같다. 근데 이 책은 거의 인생 책이라는 생각이 읽는 내내 들었다. 책장에 꽂아두고, 두고두고 읽고 싶은 책이다. 책을 미루다 오늘에서야 집중해서 다 읽었는데 상황적인 것도 있겠지만 집중이 잘 됐고 마음에 와닿는 글귀가 참 많았다. 인생 책이라함은 박한 내가 다음 번에 읽었을 때 또 이와 비슷한 감정을 느껴야 줄 수 있는 수식어지만, 그래도 오늘의 감정과 기분에 근거하면 오늘의 인생책 임에는 틀림없다. 

 끊임 없이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면서 타인의 감정을 신경쓰는 데 확실히 익숙해졌다. 어느정도는 그들이 원하는 것을 굳이 묻지 않더라도 눈치로 깨닫고, 종종 발생하는 관계 속의 오해에 지쳐서 쉽게 단절하기도 한다. 예전 같은 경우는 그냥 끊어내는 것에 미련이 없었는데 요즘은 그래도 거리를 두는 법을 깨닫고 그쪽을 선택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와닿았던 부분은 나를 고려하지 않고 살아왔다는 부분이었다. 내 감정, 내 생각은 항상 우선순위로 둬야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다른 사람을 고려하기 바빴다. 타인의 사랑에 의존하고, 사랑 여부나 깊이에 따라 자존감이 크게 흔들렸던 나에게 딱 좋은 지침서다. 나를 사랑하는 법, 나를 사랑해줘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이 책은 말해준다. 태어나 처음으로 자존감을 스스로 키웠다. 스스로 자존감이 크게 올라왔구나, 이걸 내가 해냈구나 한 건 정말 처음인 것 같다. 물론 그동안 이래서 내가 좋고, 나는 이런 걸 잘하고, 내가 이러니까 사랑받을만 하고 이런 감정을 느낀 적은 많지만 그건 사실 자존감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않았고 영향을 준다 해도 아주아주 잠깐이었다. 꽤 많은 독서를 하며 혼자 있는 힘을 기르고, 나의 감정을 인정하고 또 슬픈 감정에 대해서는 충분한 애도를 하고 흘려보냈는데 자존감이 커졌다. 그리고 이 책에 따르면 그건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었다. 


예전에 대학 전공에서 필사를 하는 게 정말 중요하고 좋은 습관이라고 배웠는데 사실 귀찮다. 그래서 요즘은 책을 읽으면서 포스트잇을 붙여놓고 있는데 진짜 책마다 포스트잇의 개수가 달라진다. 포스트잇의 개수가 많을수록 당연히 이 책 좋네, 또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끔 만든다. 이 책은 읽는 족족 포스트잇을 붙이고 싶었는데, 어느 순간에는 너무 앞쪽에 많이 붙였나 뒤에도 붙여 볼까 하면서 붙이고 싶은 충동을 살짝 억압하기도 했고 충동적인 행동을 아예 막지 못해 최초로 한 쪽에 포스트잇을 두개 붙이기도 했다. 참 신기하네. 이 책 진짜 내 스타일인 듯.

"감정은 불편하다. 확실히 부정적인 감정을 품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당신이라는 사람을 아주 잘 드러내주는 감정은 언제난 불청객 취급을 받아왔다."-p.42
"무조건적인 사랑이 가능해지는 순간, 더 이상 외부의 조건도 타인의 인정도 갈구하지 않게 된다."-p.57
"해야 하는 일을 앞두고 타인의 평가를 먼저 고려한다면 자신을 조건적으로 대하고 있는 것이다.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타인이 '당신은 가치 없다'는 평가를 내리리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우선순위를 박탈당하고 뒤로 밀려난 솔직한 감정은 항상 억압되며, 우리 자신이 가장 먼저 보호받아야 할 소중한 존재라는 생각을 잊게 만든다." -p.80
"타인의 비난에 상처받음으로써 내가 나를 비난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따면, 스스로를 이해해주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p.90
"무조건적 자기사랑의 핵심은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 아니고 받아들이는 것이다."-p.141

줄이고 줄인 극히 일부분의 책 속 구절. 고르고보니 타인이 언급된 문장이 많다. 책에서 언급했듯이 꽤 많은 사람들이 자신보다 타인을 우선하고, 타인의 말이나 판단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나도 역시 그랬다. 근데 따지고 보면 그건 나를 사랑하는 것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 위의 문장에서 이런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에 포스트잇을 붙여뒀다. 

 심리학을 배운 경험은 없고 관련서적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다. 그럼 관심이 없는건가? 무튼 이 책에는 페르소나, 개인이 가진 행복의 설정값 등흥미로운 용어들이 등장한다. 이 또한 포스트잇을 붙여두었으니 다음에 검색해봐야겠다.여러모로 오늘 큰 힘이 되어준 책이다. 마법의 주문인 그럼에도 나를 사랑한다는 문장은 당분간 내가 나를 사랑해주지 못할 때 직효약이 될 것 같다. 이 책을 읽게 되서 행복하고 반갑다. 다른 사람들도 언젠가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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