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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교육은 생각하는 능력 기르는 것”
[주간조선 2006-02-15 09:20]

논술,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 -
문제분석에 최대한 많은 시간 할애한 뒤 구체적인 사례 들어가며 실감나게 글 전개
 
 

논술은 특성상 단기간에 실력향상을 꾀하기가 어렵다. 공부를 시작한 지 한두 달이 지나도 눈에 띄는 성과가 없기 때문에 수험생 입장에선 지레 포기하거나 모범답안을 암기하는 식의 편법에 눈 돌리기 쉽다. 논술 전문가들은 논술에 “왕도(王道)는 없지만 정도(正道)는 있다”고 말한다. 국내의 대표적인 논술 전문가 이석록 ‘메가스터디’ 평가연구소장과 박학천 ‘박학천 논술아카데미’ 대표이사 등 두 명에게 정도를 통한 논술 공략 비법을 들어보았다.

 

 

두 명 모두 논술 교육에 있어 가장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사고하는 연습’이다. 이석록 소장은 “논술을 단순히 글쓰기로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됐다”고 말한다. “논술은 자기 생각을 얼마나 논리적으로 전개하느냐를 평가하는 것이다. ‘경쟁’이란 논제가 주어졌다면 ‘경쟁이 좋다, 나쁘다’를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의 본질은 뭔지, 우리 삶과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수험생 본인의 삶과 논리적으로 연관지을 수 있는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박학천 대표 역시 “자신이 완전히 이해한 내용을 옮긴 글과 피상적으로 습득한 지식을 늘어놓은 글은 대번에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그는 “전자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전개되기 때문에 실감나는 글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차이는 ‘자기 머리로 생각했느냐’에서 나오기 때문에 자기 머리로 생각할 수 있는 사고력 훈련이야말로 논술 학습에 있어 더디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한정된 시간 내에 한 편의 완성된 글을 써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통상 30% 정도의 수험생이 시간 안배를 제대로 하지 못해 글을 온전히 끝맺지 못한다. 이석록 소장은 “문제분석과 개요작성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한다. “시험시간이 2시간이라면 그 중 1시간은 여기에 사용하는 것이 좋다. 절대 바로 쓰지 말아야 한다. 학원 수업에서는 2시간이 주어질 경우 처음 1시간 동안엔 아예 답안지를 나눠주지 않는다.”

박학천 대표도 “대개 제 시간에 써본 경험이 부족하거나 중간에 쓸 말이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쓰는 시간을 줄이고 쓰기 전단계의 시간을 활용해 제시문에서 찾아낸 내용과 평소의 지식을 연계해 계속 질문을 던지는 식으로 생각을 이어가도록 해야 한다. 단 개인적으로 개요를 작성하는 것은 반대한다. 개요짜기는 숙련이 덜 된 상태에서는 괜히 시간만 잡아먹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기간에 실력향상 어려워

 

 

많은 수험생이 수능시험이 끝난 직후부터 논술 준비에 들어간다. 단기간에 논술을 준비해야 하는 수험생이 흔히 저지르기 쉬운 오류로 이석록 소장은 “자기 삶과는 별개로 ‘이래야 한다’는 식의 당위적이고 교훈적인 논리전개를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학천 대표는 “남이 만들어놓은 글쓰기의 틀만 배우고 피상적으로 습득한 배경지식으로 내용을 채우려고 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런 맥락에서 주의해야 할 논술 학습방법으로 두 전문가 모두 ‘모범답안을 암기하듯 공부하는 방법’을 꼽았다. 이 소장은 “강사가 정해준 전체적인 틀과 논리전개를 그대로 받아 쓴다면 자기 글이 아니고 좋은 점수를 받을 수도 없다”며 “논술에서 사교육이 도움이 되려면 독서와 토론을 통해 스스로 사고를 전개하는 힘을 길러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실전에서 채점관의 눈에 드는 글은 전체의 30%밖에 안 되고 여기에 드는 글은 출제자의 의도를 충실히 이해했다고 볼 수 있다”며 “이 경지에 오르려면 남의 것을 받아 적는 것이 아닌,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비문(非文) 사용, 맞춤법 작성 등과 같은 글쓰기의 기술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두 전문가 모두 “대세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글쓰기의 기술적인 부분은 비교적 단시간 내에 해결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석록 소장은 “맞춤법이 자주 틀릴 경우 기본기가 약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무작정 많이 써보는 것이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모두 부정적이었다. 논술은 “단순히 글을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사고를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것이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두 전문가 모두 논술을 지도하는 이가 학생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피드백(feedback)으로 첨삭(添削)을 꼽았다. 이 소장은 “학교 선생님에게 받는 것이 가장 좋지만 여러 학생을 상대해야 하는 선생님은 현실적으로 글을 봐주기 어렵다”며 “그렇다면 주변의 어른에게 부탁할 수도 있다. 친구끼리 돌려보는 것도 유용하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자기 글의 단점은 잘 눈에 띄지 않지만 남의 글의 약점은 잘 들어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첨삭을 할 때 채점기준에 맞춰 제시문 분석이 올바로 되었는지 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개중엔 아무 생각 없이 ‘네 생각을 써라’라고 적어주는 선생님도 있다. 학생 입장에선 어느 정도 대안을 제시해 줄 수 있어야 다음에 어떤 식으로 써야 할지를 알 수 있다. 첨삭한 후엔 익명으로 해 한 학생의 글을 돌려보며 토론을 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논술시험에서 채점관은 수많은 수험생의 답안지를 채점한다. 천편일률적인 글이 눈에 띌 리 만무하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논술에 있어 독창성을 강조한다. 두 전문가 모두 “독창성이 기발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석록 소장은 “글의 독창성이란 논리 전개 방식에 있어서의 독창성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약속시간에 늦었을 때 ‘차가 막혀서’라고 말하면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그보다는 ‘어려운 사람을 보면 지나칠 수 없는 성격이어서 길 가는 할머니의 짐을 들어드리느라 늦었다’고 말하는 편이 설득력이 있다. 이처럼 나름의 설득의 논리가 얼마나 독창적인지를 보여주는 것이 관건이다.”

 

 

박 대표는 “논술고사는 기발한 것을 요구하는 발명대회가 아니다”라고 일침을 놓았다. “논술 문제의 태반이 독창성을 발휘하기 어려울 정도로 주제와 사고의 방향을 정해놓고 있다. 독창적인 글이 높은 점수를 받는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수험생 입장에선 독창적이려고 노력하기보다 오히려 주제에 대해 실감나게 이해하고 깊이 있게 고민하는 자세를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 출제된 논술문제의 특징은 제시문이 길어지고 일부 대학의 경우 제시문의 수가 많아졌다는 점이다(연세대 4개, 서울대 7개). 수험생 입장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두 전문가 모두 “수험생 입장에서는 유리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 경우 출제 의도를 오해할 소지가 줄어든다”며 “특히 제시문이 많아지는 것은 수험생 입장에서는 일종의 보너스 점수를 안고 들어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채점자 입장에서도 제시문이 다양해지면 채점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전문가로서 논술을 지도하는 노하우에 대해 물었다. 이석록 소장은 “학생이 가진 생각을 최대한 존중해주려고 한다”며 말을 이었다. “강사는 자칫 자신의 생각을 주입시켜 학생의 자유로운 사고 자체를 막을 가능성이 있다. 개성 있는 글이 나오려면 학생이 지금까지 체득한 경험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그 경험의 활용에 논리적 오류가 있다면 그 부분만 잡아주면 된다.”

박학천 대표는 “비법은 있으되 편법은 없다”고 말했다. “논술이 처음 도입되었을 때 다들 ‘논술은 독창적인 사고력을 평가하는 시험이기 때문에 정답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나는 ‘정답의 방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때부터 ‘제시문에 대한 독해력’ ‘자기 견해’ ‘심화된 사고력’ 등 채점 기준에 맞는 실전능력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두고 논술 교육을 해왔다.”

 

김재곤 주간조선 기자(trum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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