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뼈와 플라스틱 - 범람의 시대에 사라지지 않는 것
남종영 지음 / 북트리거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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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뼈와 플라스틱 - 범람의 시대에 사라지지 않는 것> 남종영, 북트리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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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를 다룬 책을 집어 들 때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묘한 피로감이 있었다. 이미 지구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경고는 잘 알고 있고, 그렇다고 당장 도시의 삶과 현대 문명의 편리를 온전히 내던질 수도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결국 남는 것은 무력감과 어설픈 죄책감뿐이라, 씁쓸한 마음으로 읽게 되는 요즘이다. 하지만 이 책은 조금은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덜 쓰고, 덜 버리자”는 식의 공허한 도덕적 당위를 앞세우는 대신, 우리가 매일 발 딛고 살아가는 이 세계가 애초에 어떤 구조와 착취의 방식으로 굴러가는 지를 집요하게 파헤치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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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훗날, 수만 년 뒤의 지질학자들이 오늘날 우리가 남긴 지층을 파헤쳤을 때 출토될 문명의 대표 화석은 거대한 건축물이나 위대한 예술품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공장식 축산으로 매년 수백억 마리씩 소비되고 버려진 조류의 뼈, 그리고 수백 년 동안 썩지 않은 채 흙 속에 박혀 있는 일회용 플라스틱의 파편들이 아마 대부분이지 않을까? 우리는 매일 셀 수 없이 많은 생명을 먹어 치우고, 단 몇 분의 편의를 위해 플라스틱 용기를 뜯으며, 사용이 끝난 잔해들을 쓰레기통 너머 보이지 않는 곳으로 서둘러 치워버린다. 하지만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고 해서 그것이 세상에서 소멸한 것은 아니다. 그저 다른 누군가의 삶터로, 혹은 미래 세대가 딛고 설 지층 속으로 그 무거운 부채를 떠넘겨두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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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지닌 가장 탁월한 미덕은 환경 문제를 착한 소비자와 나쁜 소비자라는 이분법으로 납작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사실 우리들은 심각한 모순 속에서 살아간다. 가방 속에 텀블러를 챙겨 다니고 분리배출에 신경을 쓰면서도, 피곤한 저녁이면 스마트폰 터치 몇 번으로 배달 음식을 시키고 문 앞까지 날아오는 새벽 배송의 안락함을 누린다. 이런 복합적인 현실 앞에서 개인의 양심과 도덕심만 쥐어짜는 방식은 죄책감과 환멸만 낳을 뿐 결코 오래 지속될 수 없을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말로 던져야 할 질문은 개인이 얼마나 완벽하게 금욕하고 있는가가 아니다. 이 거대한 소비 시스템 속에서 과연 누가 가장 막대한 이익을 거두어갔는가, 그리고 그 편리함의 뒤편에서 발생하는 치명적인 오염과 기후 재난의 피해는 누구에게 가장 혹독하게 전가되고 있는가이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뭉툭한 구호는 때로 진짜 책임져야 할 거대 자본과 구조의 민낯을 가려주는 방패막이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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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의 모순을 짚어낸다고 해서 이 책이 개인의 실천은 어차피 무의미하다는 식의 냉소를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거대 담론에 가려져 있던 일상의 행동들을 전혀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게 만든다는 점이 이 책의 큰 장점이었다. 내가 무엇을 돈 주고 사는지, 무엇을 너무 쉽게 내다 버리는지, 그리고 내가 누린 사소한 편리함의 대가가 지구 반대편의 누구에게, 어떤 생태계로 밀려나고 있는지를 응시하게 만드는 그런 묘한 책이었다. 이 책은 지구를 구원하겠다는 거창한 선언 대신, 지금 내 안락한 일상이 무엇을 가리고 지워내고 있는지를 묻게 만든다.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세상이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전처럼 아무런 거리낌 없이 막 살아갈 수는 없겠다느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 이 책은 북트리거(@booktrigger)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보내주신 책을 탐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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