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

렉스 - 한 서번트 이야기
캐슬린 루이스 지음, 이경식 옮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8년 12월

책을 몇 일에 걸쳐 읽는동안 감사하다는 마음이 참 많이 들었다. 남의 일에 관심을 갖고 돌아본다는 건 생각할 수도 없이 그저 사는데 정신이 없어.. 그저 뭐가 그리 바쁜지... 그렇게 살던 나였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잠시 현실에서의 분주함을 내려놓고 주변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그리고 내가 누리는 평범한 행복이 누군가에게는 절실히 바라지만 얻지 못하는 꿈일 수도 있음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그저 현재 누리고 있는 행복에 감사하라고 그렇게 가르쳐주는 듯했다. 

평소 장애인, 다시말해 우리가 정한 정상인이 아닌 사람들에 대해 잊고 살았다. 내 아이가 남들보다 더 앞서가게 하려고 학원을 보내고 운동을 가르치고 매일 영양가를 따져가며 음식을 해 먹이면서 난 엄마로써 잘하고 있는거라고 내심 자부했다. 하지만 렉스의 어머니 캐서린의 끈기와 자식에 대한 열정 앞에선 엄마라는 명함도 내놓을 수 없을만큼 한없이 초라해졌다.  

나라면 내 아이의 일이라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대답할 수 없다. 아니 생각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녀와 그녀의 아이에게는 현실이었다. 캐서린도 수없이 많이 좌절하고 낙심하고 쓰러진다. 하지만 끝까지 렉스를 놓지 못한다. 그녀가 렉스를 포기한다면 렉스 곁에는 아무도 남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력장애로 눈이 안보여 어둠속에 살아가는 것보다 세상과의 단절로 더이상 소통할 수 없다는 것이 더 지독한 어둠이 아닐까. 그것만은 막아주고 싶은 엄마의 처철한 몸부림이었을 것이다. 앞을 못보는 어린 렉스, 그의 눈이 되어주고 손과 발이 되어 세상과 이어주려는 어머니의 사랑과 헌신이 눈물겹다. 

또한 그녀의 지칠줄 모르는 열정이 렉스의 천재적인 음악성을 발견해내었다. 아무리 천부적인 소질을 타고났더라도 복합장애를 가진 아이 스스로 천재성을 끄집어낼 수는 없었을테니 말이다. 어머니의 끊임없는 지원과 믿음이 그리고 렉스의 부단한 노력이 합해져 이루어낸 기적인 것이다. 그들에게도 희망의 빛이 비추기 시작했다.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렉스를 이끌어준 어머니 캐서린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캐서린에게서 본받고 싶은점이 있다면 여러 장애를 가진 렉스의 단점만을 안타까워하며 아이를 다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렉스 스스로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도록 믿음을 갖고 기다려 주었던 것이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단점을 들춰내 야단치고 나무라기에 바쁘다. 나 또한 그러하다. 이런 행동은 오히려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만을 준다. 아이에게도 시간이 필요한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어른들에게도 인내심과 끈기가 필요한것 같다. 내아이에 대한 믿음을 더욱 견고히하는 기회가 된듯하다. 

눈으로 걷지 말고 마음으로 걸어라. 오늘도 렉스와 그의 어머니 캐서린은 서로의 단단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걸음 한걸음 더 멋진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