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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비인간동물님들! - 고단한 동료 생명체를 위한 변호
남종영 지음 / 북트리거 / 2022년 2월
평점 :
아이가 다쳤다.
가벼운 사고엿지만, 병원 진료 내내 가슴을 졸였다.
아이의 작은 상처에도 가슴이 철렁하는데, 세상에는 고통(무엇보다 불필요한 고통!)이 너무 많다. 전쟁도, 비인간동물에 대한 폭력은 사라질 수 있을까.
아이를 재우고 <안녕하세요, 비인간동물님들> 완독📖
(몇년전부터 #인류세 논의가 활발한데, 개인적으론 이 용어에 찬성하지 않는다. 선탄연료를 낭비하는 소위 '선진국' 국민과 아마존 정글은 선주민을 과연 '인류'라는 말로 묶어 같은 책임을 지을수 있을가. 차라리 자본세, 석유세 등의 말이 적확할 것이다.)
최근 동물권 논의가 활발해지면서(나는 친한 언니의 박사논문때문에 관심을 갖게 되었지만;;) 관련 대중서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동물이 느끼는 '고통'에 대한 공감에 집중을 하고 있는 듯하다.
반면에 이 책의 저자는 인간의 “선한 마음을 일깨우는 것만으로 동물권에 대해 다 이야기했다고 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진화생물학, 동물행동학, 신경과학, 역사학, 인류학, 철학, 심리학, 법학 등을 횡단하며 이 책이 보여주는 것은 결국 인간도 동물이라는 것이다.
특히 지난 2년간 코로나 라는 인수공통감염병 사태를 계기로 비가시화되고 은폐되어 있던 사회적 약자들, 비인간 동물들이 처한 실태가 속속 드러났다. 그 어느 때보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되돌아볼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책은 인간의 목적에 따라 다른 동물 통치 체제의 실상을 보여 주면서, 인간과 동물이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 묻고 답한다.
환경전문 기자로서 서울대공원에 갇혀있던 제돌이 해방에 기여했던 저자는, 비인간 동물에 관한 해방운동 자체를 무력화하는 말에 대응하는 나름의 언어와 논리를 가지고 있다. (물론 보다 학문적인 논의를 전개하는 언니에게는 불충분해 보이겠지만) 동물권 문외한인 내겐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다. (특히 <육식의성정치>는 나도 흥미롭게 읽은 책이기도;;;)
아는 것은 힘인 동시에 고통이다. 마트에서 장을 볼때마다, 배달앱을 켤때마다 매번 번뇌한다ㅜ
채식주의자 로 살지는 못하지만 공장식축산이나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육식을 1/3정도로 줄였다(한평생 육식테리언으로 살아온 내겐 이게 최선..ㅜ)
종종 이런책 읽으면서 스스로를 다잡아야지.
스스로에게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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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모순적인 존재입니다. 비인간동물을 이용하고 착취하려는 욕망을 지닌 한편, 그들을 사랑하거나 그들에게 위로받으려는 감정에 휩싸이지요. 그렇기에 인간은 도덕적 딜레마에 허우적댈 수밖에 없는 존재예요. ( .......) 하지만 인간은 이러한 모순을 인지하고 조금이라도 감내하려 하기에 위대합니다. 과거 인류가 불편한 마음을 씻고자 제의를 올린 이유나, 가축을 키우면서도 불필요한 고통을 주지 않기 위해 여러 불문율을 지킨 까닭은 바로 이 때문이에요. 우리 때문에 겪는 동물의 고통을 제대로 응시함으로써, 우리는 우리가 처한 도덕적 딜레마의 장막을 조금이나마 걷어 낼 수 있습니다."
"왜 돌고래만 특별한가? 또 다른 종차별이 아닌가?’라는 질문이 있죠. 여기에는 이렇게 답할 수 있을 겁니다. 돌고래는 인간이 가진 ‘인식론적 한계’ 안에서 특별하다고요. 유인원, 코끼리 등과 함께 돌고래는 거울을 통해 자아를 인식하는 몇 안 되는 동물입니다. 고도의 사회적 생활을 하며, 문화를 전승하고 교류하죠. 지금까지 과학이 우리에게 알려 준 사실입니다. 이런 동물일수록 평생을 감금된 채 살면서 받는 스트레스는 다른 동물보다 크고, 동물원은 지옥과도 같을 거예요. 우리는 과학이 알려 주는 한에서 동물을 존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과학이 발전하고 인식의 폭이 넓어진다면, 어쩌면 사자와 호랑이, 사슴도 돌고래만큼 특별해질지 모릅니다. 이렇게 인간과 비인간동물은 새로운 관계를 맺어 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