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는 소설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최진영 외 지음, 곽기영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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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쉬는 소설>은 '생명'을 주제로 8개의 단편을 모은 소설이다. 고등학교 국어 교사가 엮었다는 머릿말을 읽고 어떤 단편을 모았을지 궁금했다. 고등학생들이 함께 읽으면 좋을 단편이 모여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읽기 시작했다.

<돌담> 최진영 : 내부고발자인 나는 어린 시절 친구에게 상처주었던 일을 회상한다. 누군가 진짜 죽은 건 아니지 않나, 합리화하는 사람 사이에서 같은 종이 되고싶지 않아 내부고발을 선택했다. 이 선택에는 어린 시절의 회피를 후회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걸까.

담을 다 쌓고 그다음에는 허전한 마음을 어떻게 하셨대?

그런 걸 어떻게 할 수는 없는 거고, 익숙해지는 과정이 필요한 거지. 그러다보면 이것저것 섞여서 본래 마음에 가까워지는 거지.

본래 마음이 뭔데.

그건......... 바다 같은 거지.

바다?

바다에는 고래도 상어도 있고 꽁치도 해파리도 있고 미역도 있고 플랑토큰가 그것도 있는 거 아니냐. 다 같이 섞여서......

돌담

<약속의 땅> 김기창 : 초반에는 아푸트가 무슨 종인지 몰랐다. 삽화 보고 알았다. 서로 먹고 먹히는 게 자연적인 순리겠지만,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등장한 문제 때문에 모두가 죽어간다. 아푸트가 생각하는 약속의 땅은 실제로 존재할까.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며 읽어 안타까웠다.

<심심풀이로 앨버트로스> 김중혁 : 플라스틱 섬에서 살아남은 사람. 플라스틱은 '일회용'과 '썩지 않음'이 공존하는 단어가 되어버렸다. 단어의 격차에서 오는 이질감이 피부에 와닿는다. 엔딩을 위해 달린 사람은 새드 엔딩으로 기억할 것이란 생각을 했다.

아마 별들은 재활용되지 않을 것이다. 한 번 쓰이고 별빛을 남긴 채 소멸할 것이다. 조이는 지상의 폐품 위에 누워 재활용되지 못하는 별을 바라보았다. 조이는 자신 역시 일회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심풀이로 앨버트로스

<노찬성과 에반> 김애란 : 벌써 3번째 읽은 단편이다. 읽을 때마다 어렴풋한 기억을 더듬어 당시의 감정을 되새겨본다. 외로운 아이인 노찬성에게 감정 이입이 되어 읽을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노찬성은 에반을 앞두고 용서를 떠올린다. 한 번만 봐달라는 뜻으로 해석하기엔 찬성의 마음이 무거울 터다.

<신체적출물> 임솔아 : 내 신체에서 떨어져나간 것은 적출물에 불과하지만, 그 적출물이 내 발가락이라면? 쉽게 버릴 수 있을까. 나, 언니 모두를 이해할 수 있어서 마음 한 켠이 답답했다.

<어느 시인의 죽음> 이상욱 : 인간을 사육, 도축당하는 존재로 가정하고 쓴 소설. 불쾌할 수밖에 없다. 애초에 불쾌하라고 쓴 소설일 터다. 이런 마음을 들고 나서야 자신의 행동을 반성할 테니까.

<어스> 조시현 : 인간의 몸이 썩지 않는 시대. 인간의 몸을 묻은 자리는 방사능으로 오염된다. 그런 세상에서, 사랑하는 단 한 사람을 위해 시체를 묻어줄 수 있는가?

인간들은 자연스럽게 용서라는 말을 떠올리고 나서야 지구와 그들의 관계를 되짚어 보았다. 당연한 기대. 당연한 믿음. 그들은 이제 아무 데에서도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표면을 떠도는 존재에 불과했다.

어스

김치마요? 참치마요?

뭐든 상관없어.

그러면 안 돼. 언제나 더 나은 것을 선택할 수 있어서 인간이잖아.

어스

<조개를 읽어요> 배명훈 : 조개에 새겨진 무늬를 해독할 줄 아는 학문이 있다면. 첫사랑이 건넨 조개껍데기의 뜻을 해석하기 위해 학문을 배우기 시작했다면. 재미있는 상상이었다. 조개가 가진 생각을 읽는 장면에서 묘한 편안함을 느꼈다.


수업을 진행한다면 <돌담> <약속의 땅> <심심풀이로 앨버트로스> <어스>를 활용하고 싶다. 책에 드러나는 갈등을 주제로 토론하거나, 환경 교육과 연계하면 좋으리라 생각했다. <생명>이라는 커다란 주제 아래에서 다양한 소재의 글을 읽을 수 있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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