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다오얀 > 전기는 역사의 법정이다
홍대용 - 위대한 한국인 5 위대한 한국인 5
김태준 / 한길사 / 1998년 2월
평점 :
품절


책표지에 표지문구로 써놓은 이 구절은 유감스럽게도 이 시리즈와는 모순된 것으로 보인다. 시리즈의 이름 자체가 '위대한 한국인'이라는 타이틀로 훌륭한 인물이라는 평가부터 내려놓고 있기 때문이다.

홍대용을 쓴 김태준은 30여년 홍대용을 연구한 학자이고 그런 만큼 글의 내용이나 깊이에 신뢰가 간다. 지금으로부터 대략 300년 전의 인물에 대한 전기를 쓰는 것은 살아 있는 사람의 증언을 들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오로지 의지할 만한 자료라고는 서지자료뿐이다.

홍대용 자신이 쓴 저작과 그의 주위 친구들이 그에 대한 평한 글들, 그와 서로 주고 받은 편지 등등으로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오래 전에 살았던 한 인물에 대한 평가는 아무래도 그 당시 사람들의 평가를 그대로 따오거나 글을 쓴 저자의 관점이 많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

이 글은 대체적으로 긍정 일색이다. 홍대용이 활동하던 시기는 영조와 정조에 걸친 시기다. 대체적으로 영조 시대다. 조선 후기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다던 현군들이다. 당시 과거는 허학, 시험만을 위한 시험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해서 뜻있는 선비들은 과거를 포기하고 오롯하게 자신의 뜻을 닦기 위한 공부에만 전념하였다고 한다.

홍대용은 북학파를 이끈 유명한 실학자로 그 자신이 깊이 있는 경학자이기도 했고 혼천의 등을 만들 정도의 박학한 과학자이기 했으며 음율에도 능한 음악가이기도 했다.

그의 인생을 특징지우는 또 하나는 [건정동회우록]이라는 저술이다. 그가 연행을 가서 중국의 선비들과 의기상통하여 우정을 쌓은 기록이다. 고미숙은 [열하일기]를 논하면서 박지원이 '우정의 철학자'라고 평한 바 있지만 그 우정의 기원이야말로 홍대용에게 비롯한 것이라고 김태준은 말한다. [열하일기]는 박지원의 천재와 영감이 기록한 것이지만 그 동기는 솔찬하게 홍대용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조선이 아닌 중화사상에 물들어 있었을 중국의 선비들과 깊은 친교를 쌓았다 함은 홍대용의 비범한 능력을 보여주는 반증일 것이다.

이 책은 조선 후기 실학자들의 계보를 파악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준다. 30년이나 홍대용에 천학해온 학자의 내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글이 나이드신 분의 예스런 느낌이 좀 많고 대체적으로 완벽한 사람이 없을진대 너무 완벽한 사람으로 서술해놓은 점은 좀 아쉽다.

중간중간 겹치는 부분이 좀 있다. 홍대용의 일생을 탄생부터 죽음까지 시간 흐름대로 서술하고 있다. 조선 후기 북학파의 계보나 관련성을 파악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책이다.

자료는 비교적 충실하게 정리되어 있지만 저자의 독창적인 관점이나 날카로운 평가는 없다. 평전이 객관적인 팩트에 근거해서 오늘날의 관점에서 냉철한 평가를 요한다면 이 책은 객관적인 팩트에서 멈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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