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버스 인생그림책 10
배유정 지음 / 길벗어린이 / 2021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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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맹맹이를 위해 신청해서 받아보는 서평 책들을 보면 깜짝놀라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와 이렇게 아름다운 책이 있다니!

 

그림책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하고, 한 편의 단편 애니메이션을 본 듯한 여운을 준다.

우연히도 이렇게 아름다운 책을 만난다는 것은 매우 기쁜일이다.

이 책은 받아볼때부터 매우 소중하게 느껴진다. 멀리서 바라보기만 해도 그 질감과 색감이 특별한데 직접 만져보면 보드라운 고무로 쌓여있다. 표지가 종이가 아닌 고무로 마감이 되어있다니. 내가 재질 전문가는 아니라 정확히 고무는 아닐수도 있지만 특별한 마감임엔 틀림 없다.

그리고 표지를 살짝 옆으로 기울여보면 아주 얇게 음각 처리가 되어있고, 불꽃놀이 부분이 반짝반짝 반짝이 디테일이 살아있다.

이미 이렇게 표지에서부터 소중하게 만나다니.

이 책의 작가님 배유정 작가님은 볼로냐 라가치상 대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는 분이라고 한다. 역시 대가의 그림책은 다르다는 느낌!

 

표지를 열면 작가의 말로 책이 시작된다.

마치 전시회를 가면 볼 수 있는 전시의도를 읽는 듯한 느낌이다. 혹시 스포일러가 되지 않을까 두근두근한 마음이 드는 분도 있을 수 있으니 책을 한번 다 읽고 나서 읽어보아도 좋을 것 같다.

작가님은 남미 여행을 다녀와서 이 책을 썼다고한다.

여행, 밤, 버스, 남미, 이 모든 단어들이 주는 신비감이 만나 멋진 책이 탄생하였다.

이웃집 토토로의 고양이버스를 떠올리게도 하는 수상한 탑승자들을 태운 밤버스는 어디로 향하는 걸까.

배유정 작가님은 남미 여행을 통해 느낀 불확실한 설렘과 분명한 불안감을 담아 <밤버스>를 만들었다고 한다.

“작품이 끝나고서야 여행이 끝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너무 멋진 말 아닌가. 나도 여행을 통해 무엇인가를 창조해내고 이런 말을 남길 수 있다면 참 좋으련만. 여행지를 다녀오시면 멋진 그림을 남기시는 블로그 이웃 꾸미님도 생각나는 멘트였다.

또 한편으로는 다른 곳도 아니고 “남미”라고 하니 밤버스가 주는 불안감과 설레임이 무엇일지 더 적극 공감이 가고 상상되었다.

 

책이 주는 메세지는 매우 간결하면서도 묵직하다.

그림은 매혹적이면서 환상적이다.

섬세한 콜라주 기법으로 숨은 그림찾기 하듯 숨겨진 모티프들을 찾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첫 장면의 주인공은 모자에 스카프까지 단단히 준비한 태세이다. 자세히 보면 버스에 탄 탑승객들이 꽤나 수상하다. 얼핏 유령까지 보이는 듯 하다.

한편으론 버스와 주인공의 거리가 상당히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버스 정류장인데 버스가 생각보다 저 멀리있다. 나와 출발하는 버스와의 심리적 거리감을 나타낸 부분이라고 할수도 있을 것이다.

 

달과 버스의 헤드라이트가 만나 앞을 비춘다.

달은 달빛으로 버스는 헤드라이트로 길잡이가 되어준다.

밤길엔 달빛이 길잡이고 라이트가 보여주는 세상만이 우리의 눈에 담긴다. 안에 숨겨져있는 것은 토끼일까?

“짐이 너무 많은 걸까?”

“아니야 그래도 뭔가 빠뜨린 것 같아”

 

낯선 표지판들. 녹고있는 아이스크림. 버스의 반대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 다리. 눈 앞에 이정표는 많지만 막상 내가 가야할 길이 어디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겠지.

“누군가 정해 주면 좋겠어”

“앗, 버스가 지나가 버렸네”

함께 한참을 환상의 세계를 달려왔는데

버스를 놓치고 말았다고 순수하게 고백하는 주인공을 보며 독자는 피식 웃게된다.

뭐야, 아직 출발하기도 전이었어.

우리가 본 것은 상상 속의 여행인가.

그러면서도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이미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출발 전에 느끼는 불안감, 설렘, 그 모든 감정과 상상이 여행의 일부이다.

또 한편으론 인생이란 여행에서

“앗, 버스가 지나가 버렸네!”란 이야기를 하지 않게되길 밤버스 희망 여행객을 보며 다짐해본다. 망설임에 찍히는 마침표가 있어야 낯선 세계와도 비로소 조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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