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이번 설날 신간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요?
제 생각에 작가님은 이번에 꽤나 큰 도전을 하신 것 같아요. 전통적인 설날 풍경을 담는 것은 참 쉽지요. 기와집, 초가집을 등장시키고 차례상과, 세배, 한복입은 사람들을 등장시키면 되어요.
누구나 즐겁게 생각하는 크리스마스와 같은 주제로 그림책을 그리는 것도 상대적으로 쉬울거에요. 각 가정마다 비슷한 풍경일거고 공감대를 이끌어내기도 쉬울 것이거든요.
그런데 설날이란 주제로 한국에서 그림책을 이 시대에 그린다는 것. 그것은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한 일아니였나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한국은 빠른 경제성장을 통해 세대간의 갈등, 세대간의 문화 차이가 가장 큰 나라 중 하나에요. 그렇기 때문에 명절을 어떻게 보내야되느냐도 각 집안 마다 각 세대마다 생각도 각양각색, 풍속도 각양각색이되었어요. 그리고 그 변화는 불과 최근 20-30년 사이에 가속화 된게 아닌가 싶거든요.
그렇기때문에 이 책은 어른의 시점으로 본다면 100%의 공감대를 얻기는 어려울 수도 있어요. 아마 작가님이나 출판사나 이 책을 출판하실 때 그런 생각을 안하시지 않았을거에요. 그럼에도 톡~! “설날”이란 그림책을 출판하시면서 이런 변화의 움직임도 있습니다. 남자 작가인 저도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어요, 하고 화두를 던진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에겐 편견없이 즐겁게 설날 풍속들에 대해 아 이런 것도 있을 수 있구나 부담없이 알려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하고요,
청소년 이상의 성인이라면... 현대시대에 설날의 풍경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한번쯤 생각해보게 될 것 같아요.
제가 성인으로서 생각하는 읽는이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는 포인트들엔 몇가지가 있었어요.
- 설날 장은 아빠와 그린이가 보는 모습
- 요리는 아빠, 작은아버지, 엄마, 작은어머니가 모두 함께하는 모습
- 고모는 시부모님이 여행을 가셔서 올해는 설날 당일에도 올 수 있었다는 말
- 고모부는 교회에 다녀서 절을 하지 않고 기도하는 모습
- 2주 후 친할머니 제사에 다시 모인다는 약속
- 설날 당일 잠시 휴식 후 다시 친정으로 출발한다는 말에 벌떡 일어나서 출발 하는 엄마
이런 소재들을 양극단에 있는 분들 모두가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한쪽에선 남자가 무슨 부엌일이냐 생각할 수 있겠죠, 또 한 쪽에선 고모는 시부모님이 여행을 가야지만 당일에 만날 수 있다는게 무슨 이야기냐. 정해진 건 없다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거에요. 교회와 차례, 제사에 대한 주제도 마찬가지일 거에요.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양보하고 있다고 생각하죠. 이런 서로 다른 의견들이 충돌할 수도 있는 소재를 아이들의 그림책에 담아 건강하게 생각하고 이야기해볼 수 있는 장을 만드셨다는 그 도전을 응원드리고 싶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로 다른 집안에서 자란 사람들이 하나의 전통을 만들어나가기 위해선 결국엔 나름의 절충점을 지혜롭게 찾아가야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요, 아마 김영진 작가님도 매 명절마다 아내분이랑 많은 대화를 나누시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우리 모두가 그래왔던 것 처럼요.
서론이 엄청 길어졌네요. . 그만큼 이 책은 어른여자, 며느리, 딸인 저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것 같아요.
이제는 아이의 관점에서 이 책을 좀 더 바라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