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마음 바깥에 있었습니다 - <고통을 달래는 순서>의 김경미 시인이 차곡차곡 쌓아올린 일상의 풍경
김경미 지음 / 혜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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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을 하면서 새롭게 생긴 취미가 하나 있는데요,

아침이면 라디오를 켜서 KBS 클래식 채널을 듣는 거예요.

아기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태교에 좋을 것 같아서 생긴 취미인데,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도

바쁘고 분주한 아침을 조금이나마 여유롭게 느끼게 해주는 클래식 음악이 좋아서 계속 듣고 있어요.

그중에 <김미숙의 가정음악> 같은 경우는 오전 9시부터 하는 프로라

아이가 늦잠 자는 날에도 자주 듣게 되는 프로에요.

듣다 보면 좋은 노래도 나오지만 중간중간 좋은 글귀들도 소개되어서 저도 모르게 귀 기울이곤 했었는데

알고 보니 그 글들이 김경미란 시인이 쓰신 원고들이었더라고요.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바로 그 <김미숙의 가정음악>에 소개된 김경미 시인의 산문을 모아 만든 에세이집입니다.라디오를 통해서 위로를 받고, 웃음을 짓고, 응원을 받게 되는 경우가 참 많잖아요.

여기 소개된 글들도 우리가 일상에서 한 번쯤 만나게 될 것 같은 웃음과 슬픔, 깨달음이 담긴 이야기들이 많아요.

특히 <김미숙의 가정음악> 청취자인 저로선 이 글들이 김미숙씨의 고운 목소리로 전해 듣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읽는 내내 더 큰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되더라고요.

김미숙씨의 우아한 목소리를 듣다 보면 저도 덩달아 그런 여유를 나눠갖는듯한 생각이 들더라고요.

오늘같이 여름비가 내려 집에서 하루종일 책을 읽고 싶은 날엔

한층 더 어울리는 책이 아닐까싶어요.

언젠가 라디오를 듣다가 들었던 이야기 같은데요.

제일 와닿았던 이야기 중 하나에요. 제자리걸음.

살면서 나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남들은 하루하루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힘쓰고 해가 갈수록 더 발전하는데 나만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듯한 초조한 마음이 들 때가 있어요.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떠올리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제자리걸음은 발전이 없는 게 아니라 더 성숙한 존재라는 뜻이다.'

'무작정 앞으로만 나아가는 건 어리고 미성숙한 존재란 뜻이다. 란 이야기인데

공감이 가실까요?

나이가 들수록 주변을 돌아보고 지나온 길을 되돌아볼 수 있는 여유와 성숙함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초조함을 이겨내고요.

그런가 하면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사랑스러운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짧지만 긴 여운이 남는 글이에요.

나는 누군가에게 친절을 받을 때마다 어떤 마음을 지녔던가 되돌아보게도 되고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응원이 되는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단 생각이 들게 해요.

말의 힘, 기도의 힘이란 게 정말 크다고 하잖아요.

오늘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더 따뜻한 마음과 함께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넬 수 있도록 노력해보려고요.


또 읽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단어들로 가득 찬 글들도 있습니다.

언어의 힘이란 게 참 신기해요.

우리가 매일 쓰는 한글이란 언어도 자세히 살펴보면 너무 아름다워요.

'나비잠'이란 단어를 보는데

저희 아이가 뒤집기 하기 전까지 사용했던 스와들업이란 속싸개에 꽁꽁 싸매여 두 팔을 올리고 나비처럼 자던 때가 떠오르더라고요.

아름다운 단어는

나의 아름다운 추억과 만났을 때 더욱 빛이 나는 법인 것 같아요.

'나비물 기법'이란 단어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했는데요,

언젠가 꼭 한번 예쁜 정원을 가꾸며 행해보고 싶은 단어였습니다.

오랜만에 국어사전을 사서 열어보고 싶은 글이었어요.

시인들은 우리가 지나치는 일상 속의 경험도, 누군가에게 흘려들은 이야기도

희로애락의 개성이 잘 드러나게 다시금 표현해주는 멋진 능력들이 있으신 것 같아요.

짧지만 긴 여운이 남는,

부담스럽지 않게 술술 읽히지만 인생의 우아한 지혜를 담은 멋진 책이 아니었나 싶어요.

다 읽은 이 책은 저 혼자만 읽기 아까워서 제가 좋아하는 친구들에게도 추천했어요.

삶이 조금은 고달프고 약간의 응원이 필요하다 느껴지실 때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내일도 이 책을 떠올리며 라디오를 들어야겠어요.

글을 쓰신 시인분이 누군지 알고 나니 그 글이 더 진하게 나가올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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