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뒤 외국인을 만납니다 - 당장 영어가 필요한 당신을 위한 벼락치기 영어회화
이경빈이 영어, GSE 기획 / DSL(뜨인돌)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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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말, 배낭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나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는 영어였다.

항공권부터 타국에서의 교통, 숙식에 이르기까지 모두 영어로 예약을 하고 영어로 예약확인을 하고 그곳에서 길을 묻거나 할 때도 영어를 써야할테니 말이다.

 

여행회화 책을 사야하나, 고민하고 있었던 내게 이 책이 왔고 나는 기뻤다. 올레!

 

물론 이 책이 여행에 관련된 회화를 주로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여행회화를 살까말까 고민했던 이유는 여행지에서 사용하는 회화만이 주였다는 점인데, 이 책은 여행, 일상생활 등 다양한 상황이 제시되어 있었기에 바로 고민 해결 이었던 것.

  

첫 페이지를 넘기면 등장하는 커다란 글씨들, 심장이 두근거리고, 식은땀이 나고, 단어가 뒤엉키고, 부끄럽고, 글귀를 보자마자 내 얘기로군 싶었다.

 

몇 년 전 아직도 생생한 기억하나를 끄집어 내자면, 서울역에서 나를 바라보며 말을 걸어왔던 외국인이 있었다. 코인락커 사용법을 몰라서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던 외국인이었는데 나와 눈이 마주치자 익숙한 Excuse me!를 외치며 말을 걸었더랬다.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려가는 나를 느낄 수 있었고, 더듬 더듬 말을 하는 내 표정은 굳음 그 자체였다. 그 외국인이 한국인은 친절하지 않다고, 낯선 이가 말을 걸었을 때 굉장히 싫어한다고 느꼈다면 아마 내 탓도 한 몫 했을 것이다. 긴장한 탓에 안면근육은 움직이지 않았고 웃음 비스무리 한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어찌 보면 화난 얼굴로 보였을 수도 있다. 집에 돌아와서 아직까지도 그 때 일을 생각하면 내가 왜 그랬지 싶다. 영어가 모자랐더라도 그냥 좀 웃으면서 말해줄걸 싶은 생각이 들었었다.

 

살다보면 이런 경험을 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만일 이런 상황을 맞았다가 후에 다시 돌이키며 이불킥 하는 민망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책을 한권 준비한다면 3일 뒤 외국인을 만납니다. 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이 책의 챕터들은 여러 가지 다양하게 맞닥뜨릴 수 있는 긴급 상황들과 스몰토크들로 구성되어있는데 짚어두지만 이 책은 영어의 영자도 모르는, 그런 초보들을 위해 왜 말이 이렇게 되는지, 이게 왜 이런 뜻인지 직역하거나, 설명해주지 않는다. 이럴 때 이런 말이 쓰이고, 이런 뜻이고, 접하기 쉽지 않은 몇몇 단어의 뜻을 풀이해놨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왜 유용할 것 같은가! 라고 묻는다면 상황을 잘 설정해놓고 그들이 쓸법한 문구들을 실어놨기 때문이라고 말 할 수 있겠다. 회화는 말만 하거나 듣기만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주고 받는 것이 가능해야하는데 이 책은 외국인이 할 법한 말들을 써놓고, 독자들이 할 수 있을법한 말들을 써놓고 듣고 따라할 수 있게끔 무료 MP3를 제공하고 있다. 열정이 있는 독자라면 핸드폰에 파일을 저장하고 계속 듣고 입에 붙을 때까지 따라하면서 익힐 수 있을 것이다.

 

 

또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써먹을 수 있게끔 보편적인 스몰토크들을 이렇게 목차에 연결해 놓아서 상황에 맞게 준비를 하기도 쉽고 그 뿐 아니라 좀 길게 이어갈 수 있는 대화를 준비하기에도 쉽다.

 

또한 여러 상황을 시작하는 페이지에 쓰여져 있는 사람들의 짧은 경험담을 읽는 것도 소소한 재미다. 나같이 영어로 인해 곤란한 상황을 겪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만으로도 자기 위안을 삼을 수 있다. 나만 이런 게 아니야! 라는 뭐 그런 것 말이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3일 가지고 뭐가 될까? 라는 의심이 먼저였다. 하지만 읽다보니 글쓴이가 왜 이 책을 그렇게 명명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3일 만에 마스터 할 수 있다는 소리가 아니라, 이 책속의 상황에 자신의 상황을 대입시켜 그 상황 속의 대화들만 준비해 가도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 책에 나온 모든 상황과 스몰토크를 잘 흡수하려면 물론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모든 회화 책이 그렇듯이 이 책은 읽기만 한다고 해서 내 것이 되는 책이 아니다. 책장이 좀 닳고, 혹은 이 문장에 다른 단어를 대입시키면서 한 장 한 장을 내 것으로 만들며 반복해서 듣고 읽고를 한다면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이럴 땐 이런 말을 써야지! 정도는 금방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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