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 처음 읽는 허버트 스펜서의 '교육론'
허버트 스펜서 지음, 유지훈 옮김 / 유아이북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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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책은 원서를 번역한 책이다. 허버트 스펜서! 

사회학 전공자나 철학에 관심이 좀 있던 사람들은 많이 들었을 이름이다. 그래 그 사람이 교육에 대해 쓴 글이다. 

그는 1820년에 태어나서 1902년에 죽었으니, 이 글은 1800년대 중후반에 쓰였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지금 읽기에 약간 오래된 글이라 할 수 있다. 근대 문명의 태동기에 쓰인 글인데다 사회 진화론을 주장한 학자인 허버트 스펜서가 쓴 것이어서인지 약간 시대착오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를 지나서 인간 문명의 진화에 대한 믿음이 깨진 오늘날에 읽기엔 말이다.

 

그러나 한 가지 유의미한 사실은 그 덕분에 날의 사회가 얼마나 급변했는지를 역으로 체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이곳저곳엔 근대주의자, 과학 맹신론자들이 자주 말했던 과학 제일주의적 사고방식이 출몰한다. 과학이 모든 현상의 기본이라는 말들이 온 사방군데에 적혀 있는데, (문학이며 미술과 같은 예술 마저도 과학적 상식이 있어야 가능했던 것이라는 식의 태도들) 이런 근대주의적 사고방식 덕분에 오늘날 인간 문명이 이 정도로 고도화되어 왔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 그 끝간데 없는 믿음 때문에 오늘날 인류가 낭떠러지에 몰려 추락하기 시작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내용이 중점적으로 다뤄진 챕터 1의 4장. 왜 과학을 가르쳐야 하는가? 

이 부분을 읽을 때는 좀 동의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었다. 

 

챕터 3으로 가면서부터는 굳이 교육학 전공자나 교육 관련 업종에서 일하지 않는 사람들도 읽으면 좋은 내용이 나온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알아두면 좋을 내용들이다. 현직 교사들은 충분히 전공 공부하면서 아는 내용이지만, 실제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모든 걸 포기하고, 성악설을 믿게 되는데, 그럴 때 이 책을 읽으면 예전에 생각했던 초심으로 돌아가 즐겁게 아이들을 교육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 않을까도 싶다. 

 

내가 읽으면서 가장 크게 공감할 수 있었던 부분은 '도덕 교육' 부분이었다.

 

스펜서는 모든 교육의 기본이 '행복'에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행복을 기준점으로 삼아 가르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문명 발달의 목적을 '행복'으로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인권 없는 기술 발전으로만 나아가지 않게 나름 조정을 한 것이다. 물론 이 이론대로 실제 인류 역사가 흘러가지 않았지만 말이다.

 

자연 그대로의 교육과 행복, 유쾌함을 기본으로 하는 교육은 1800년대나 2000년대나 변함없는 교육의 진리일 것이다. 무엇을 하는 그 기준에 있어 인류의 행복, 인간다움이 상실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중요성을 잘 짚어 주는 책인 것 같다.

 

언젠가 누구네 집 딸은 영어 유치원을 가네. 어디 아들은 팔학군에 입학하려고 주소를 옮겼다네 하는 말에 귀가 팔랑거리시걸랑, 이 책을 다시 한번 꺼내 보심이 어떠할까.

 

교육학 전공자든, 교사든, 학부모든 누구에게나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초심으로 돌아가 고민해 보는 데 좋은 안내자가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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