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를 위로해줘
송정연 지음, 최유진 그림 / 엔트리(메가스터디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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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쓰는 라디오 작가로 30여년간 일해온 송정연 작가의 소녀를 위로해줘라는

에세이를 읽으면서 나는 마음속의 여린 에게 비로소 작은 위로를 던질 있었다.


애썼다. 수고했다. 그만큼 했으면 충분해.. 라고..


많은 관계 속에서 타인과의 관계를 유지하느라 정작 마음이 다치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던


나의 불찰과 부주의로 의기소침 지쳐있던 나에게 화해와 위로의 한마디를 건네게

 했던 책이다.


쓰린 속을 달래주는 따뜻한 스프 한모금 같은 글과 귀여운 표지와 일러스트를 보고

있자면 살며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며 저절로 힐링이 되는듯하다.



[유열의 음악앨범][이숙영의 러브FM]등 오랫동안 우리의 귀에 익숙한 그 라디오

프로그램의


메인 작가답게 송정연 작가의 글은 사람의 마음을 쓰담쓰담하는 재주가 있다.


작가로서 지금까지 글을 써올 수 있었던 에너지는 대학 입시에 떨어지고 1년동안 재수를


할 때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대학 뱃지를 달고 다니는 친구들이 너무나 부러웠던 그때, 도피하듯


허기진 사람처럼 소설책만 읽어댔던 어린 소녀는 밤이나 낮이나 책을 읽으며 엄청난 압박과


가족들의 기대를 피할 곳을 책에서 찾았을 것이다.


그때 간절한 마음으로 읽었던 책들이 지금 글을 쓰는데 어쩜 대사 에너지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에는 한편 한편 지금까지 작가가 읽고, 보았던 소설과 영화의

이야기가 나온다.


모아나, 마녀 배달부 키키, 작은 아씨들, 빨간머리 앤, 너의 이름은, 플란다스의 개,

 

로마의 휴일, 키다리 아저씨등등.. 고맙게도 내가 본 영화나 어린 시절 읽었던

 

책들이 대부분이라 꿀리지 않고 당당하게(?) 책을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어릴 때 부모님께서

큰맘 먹고 사주신 세계소년소녀 세계 문학동화에서 읽었던 책들,

그리고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었을 때 보았던 애니메이션과 영화들..


어릴 때 친구들이 놀자며 불러대는 소리도 마다하며 읽었던 플란다스의 개, 소공녀,

빨간머리 앤의 


순수함과 다 큰 어른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던 마녀배달부 키키, 이웃집 토토로와 같은


애니메이션의 준 동심, 카모네 식당, 로마의 휴일이 주었던 감격이 책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피어 오른다.

  

남들과의 경쟁에서


스스로를 다그치느라 지치고 힘들 때


내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주자.


꼭 특별할 필요가 뭐 있어,


그냥 나답게 이대로 살면 어때. 오늘은 그냥 이렇게 살자.


[성공은 부럽지 않아. 그냥 아무나로 살면 어때? - 작은 아씨들 중]


 


타인이


다른 환경에서 자랐다고,


다른 종교를 가졌다고,


취향이 다르다고,


정치적 성향이 같지 않다고,


나보다 못하다고 비난하지 말자.


남을 깎아내리는 순간


내 자신도 소모되어버린다.


[남들이 쏜 비난의 화살들이 뼈아프게 다가올 때 - 소공녀 중]


 


행복에 대한 생각에는


언제나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행복에 대한 관점을 바꿔보자


무언가를 가져야, 무언가를 이루어야


누군가를 만나야 행복한 것이 아니다.


산들바람 한 줄기에도 . 행복해.’


소리를 낼 줄 아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다.


[벽 보고 얘기하는 기분이 드는 순간 - 빨간머리앤 중]

 

 

 

작가가 중학생이었던 어느 날, 점심을 빨리 먹고 동생네 교실에 갔는데, 한창 도시락을 먹고 있던


동생의 반찬이나와 같은 멸치볶음과 달걀말이었다.


그날 이후 가족이란 같은 밥과 반찬을 먹는 존재구나..라고 생각했다는 작가의 말에

폭풍 공감했다.


그리고 유학생인 남편을 따라간 독일 베를린에서 24시간 독박 육아와


궁색한 경제상황, 벼룩시장에서 우리돈 500원정도 하는 1마르크짜리 신발을 사서 신겼는데


그만 비오는 날 밑창이 떨어져나가 너덜거리는 아이의 신발을 보았을 때 빗속에 아이를

안고 뛰며


울었다는 그 얘기에 울컥해진다.


지금껏 앞만 보며 쉼 없이 달려왔던 나는 이제 중년이 되었다.


잊고 있었는데 건너오기 버거웠던 그때 그 시절의 힘겨움, 여린 새싹 같았던 감성들이 이 책을


읽으며 스멀거리며 올라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어린 시절, 젊은 시절, 남에게 결코 말할 수 없었던 슬픔과 아픔들을 꽁꽁 싸매고 살아온


그때의 나를 위로하며 잘 버텨왔다고 잘 견뎌왔다며 두 팔로 어깨를 감싸고 토닥여주게


만드는 책이었다.


농후해지는 가을의 향기를 맡으며 찬찬히 읽어보면 차가운 손 끝에서

따뜻함이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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