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내게 묻는 것들
보현 저자 / 쌤앤파커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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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아이유로 불렸던 가수가 설 맞이 녹화 방송을 펑크내고 돌연 행방불명이 된다.

방송국은 발칵 뒤집혔고 인기 많은 여가수의 행방 불명으로 수 많은 억척과 루머가 나돌았다.


그날 방송을 펑크낸 그 어린 여가수는 그 시간 눈발이 흩날리는 지리산을 헤매고 있었다.

쏟아지는 눈 속에 길을 잃고 희미한 정신을 겨우겨우 붙잡고 사찰 앞 산문 앞에 쓰러지고 만다.

그리고 그 가수는 출가하여 스님이 되었다.

"오늘부터 너의 법명은 보현이니라" 21년 동안 길러운 머리를 깎고

화려한 조명과 관객들의 환호를 떠나 깊은 산속에서 불가의 귀의했다.

이 책은 보현 스님이 속세에서 찌들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삶에 대한 긍정 에너지를

담은 책이다.

마치 30여년전 화려한 연예계의 추악한 뒷면을 보고 견디질 못해 속세의 인연을 끊고

출가를 했던 스님의 위태했던 속세에서의 삶처럼 지금도 위태위태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흔들리는 현대인들에게 전하는 격려의 메세지들이다.

스님이 수행자로 본인 스스로가 답을 찾아낸 삶에 대한 솔직하고 진지한 고찰..

 

 

 

어떤 이는 자신의 주장을 관찰시키기 위해 화려한 예와 입담(또는 필력)을 펼치기도 하고

외국 저서를 인용하거나 하며 기승전...이 화려하다.

대부분 이런 경우 결..이 좀 대단치 않을때가 많다.

스님의 글은 어느 것 하나 틀린 말이 없다.

꾸밈없이 소박하고 담백하게 이야기를 풀고 있다.

임펙트가 약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런 담백함이 연꽃 같다.

그래서 오히려 한 말씀, 한 말씀이 진솔하게 느껴진다.


절에 있다보면 이런 암담한 현실을 상담하러 오는 사람들에게 스님으로서

시원한 대답을 해주기 힘들다.

모두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것 같다.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지금 현재, 여기서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행복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아무리 세상이 어렵고 힘들어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틈 사이로 햇볕이 스며들 듯이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반드시 꿈은 이루어진다.

 

 

 

세상 사람들은 종교인들에게 깊은 존경을 표하기도 하고

때때로 세상 삶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한다며 달갑지 않게 생각하기도 한다.

나도 한때 이 점에 영 맘에 안들기도 하였다.


하루하루 생활에 치이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욕심을 버려라,무소유를 실천하라,고 하는 말은

귓등으로 들리지 않을 말 일지도 모른다.

당장 자식들을 입히고 먹이고 공부를 시킬려면 돈이 필요하다.

나 자신은 안 먹고 안 입고 돈을 아끼고 악다구니를 써가면 돈을 모은다.

그래야만 내 자식들의 장래가 덜 고달플듯 해서..

나는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세속의 한가운데서 아둥바둥 거리며 절박한데

공기 좋은 절간에 들어앉아서 목탁이나 두들기며

듣기 좋은 소리만 하는거 아니냐며 한때 그렇게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무소유의 진정한 의미와 욕심을 버려야 마음이 편해진다는 그 말의 참뜻을

이 나이가 되어 비로소 알게 되면서부터 삐딱했던 마음이 평정을 찾았다.

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달렸던 것인데, 내려놓지 못하고 손목이 아플 정도로

꽉 쥐고만 있었던 고단했던 그 때 그 시절..

불안하고 조급하게 생각지 말고 주어진 일에 진실로 최선을 다하면 죽을 것 같던

힘든 시기도 다 지나갈텐데.. 너무 여유없이 세상을 살아왔다.

안타까운 일이다.

 

 

 


욕심이 가득한 사람은

 

날마다 지옥이고

행복이 가득한 사람은

날마다 극락입니다.


지금 당신의 마음은

지옥입니까?

극락입니까?



담백하기 그지 없는 이 글이 왜 그토록 내 마음에 걸렸는지 모르겠다.

나는 지금 지옥에 살고 있는지..극락에 살고 있는지.. 선택하고 결정하는 건

오로지 나 자신에 달렸다는 걸 다시 한번 절실히 느끼게 된다.


스님의 다정한 가르침과 깨알같은 상식들도 획득 할 수 있는 조분조분한 책이었다.

날 좋은 가을날 조용히 읽어보면 마음이 차분해 지는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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