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지금 가자 - 요즘 젊은이 아들과 한때 젊었던 엄마의 배낭여행 이야기
한옥자.유근남 지음 / 해드림출판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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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이 아들과

한때 젊었던 엄마의 배낭여행 이야기..

라는 소개글에 마음이 끌렸다.

후리릭 책장을 넘겨보니 대부분 내가 다녀왔던 동남아의 여러나라들이었다.


훅~하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이 글의 저자와 내가 다른 점이라면 나는 럭셔리 정도는 아니지만

모든 일정이 사전에 정해져 있는 패키지 여행이라는 점이고

저자와 그의 젊은 청년인 아들은 두 발로 그 나라를 찬찬히 둘러봤다는 점이다.


매년 한두번씩 동남아를 여행하면서 맹렬한 더위에 엄두가 안나

늘상 패키지를 이용하는 나로써는 패키지로 동남아의 더위에 향신료 범벅인 음식을

제대로 잘 견뎌냈을까 걱정이 앞선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고 났을때 나에게도 동남아를 배낭여행으로 떠날 용기가 생기길

바라면서 ..


5년에 걸쳐 태국,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를 다녀온 두 모자의 이야기에는

여행지의 즐거움과 고단함과 애틋함이 있었다.

미얀마를 제외하고는 다 다녀온 곳이라 책에서 눈에 익은 현지 풍경 사진들을 보며

나 또한 그때의 여행의 즐거움이 다시 스멀거리며 올라온다.

같은 곳을 나와 다른 다른 방법으로 여행한 모자의 발자취를 따라가기로 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낯선 나라를 걷고 있는 모자의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낯선 루트를 다닐때 의지할 수 있는 이는 오직 엄마와 아들이다.


마냥 어린 줄만 알았던 아들의 넓직한 등짝을 보고 있을 엄마의 듬직함과 애잔한 눈빛과

어느새 나이를 먹은 중년의 여인을 바라보는 아들의 마음 속엔

이제는 내가 보살펴 드려야한다는 책임감과 긴장감이 엵혀 있음이 보인다.


고르고 골라서 잡은 태국의 카오산의 숙소는 창문하나 없는 방이다.

엄마는 오래전 기억과 조우한다.

큰아들이 태어난 후 5년만에 작은 아들이 태어났다.

찬란한 빛이 드는 방이라면 좋았으련만 단칸방을 쉬 벗어나지 못했다.

햇빛 안점 들지 않는 반지하의 방에 아기를 누여야 했던 심정은 애가 끓었다.


아들의 여행일기 중에서

호텔 앱에서 신중하게 첫 숙소를 예약했으나 아! 도착해보니 창문 하나 없는

갑갑한 방이다. 어머니는 내가 태어났을 때 설던 방과 닮았고 조용하고

아늑해서 좋다고 하시지만 곧이듣지 않았다.


엄마의 이야기에 아들의 여행 일기가 더해진다.

엄마의 마음과 아들의 마음.. 서로를 이해하며 위로하고 격려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있어 나도 자식을 둔 부모로써 중간중간

마음이 울컥울컥했다.


이렇게 서로를 끌고 밀고 하며 모자는 5개국을 베낭여행으로 둘러보게 된다.

열사병으로 쓰러질 것 같은 고통도 있었고, 더운날 위생이 염려되는 현지 음식을 먹고

식중독으로 열이 들끓었던 아들, 방비엥에서 카약을 탈때는 불어난 물에 엄마가 탄 배가

뒤집히기도 했고, 현지인들의 바가지와 투머치 느긋함에 화도 냈지만

매 순간 경이로운 경치를 내 피붙이와 함께 한다는 뿌듯함과 성취감이 얼마나 대단 했을지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이 글이 여타의 다른 여행 기행문과 다른 점은 엄마인 한옥자 저자의 남다른 감성때문이다.

단순히 여행지를 소개하고 여행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만 나열하는게 아니라

그때의 감정들을 본인의 시선과 생각대로 표현해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60~70년대의 모습을 하고 있는 동남아의 여러나라들을 둘러보다보면

반사작용인지 그 시절을 치열하고 고단하게 보냈던 작가의 추억이 소환되게 된다.

풍부한 감성으로 과거 자신이 살아왔던 이야기를 조근조근 말한다.

같은 시대를 살았던 나는 그 이야기에 참 많이 공감이 되면서 마음이 일렁였다.

글을 참 잘 쓰시는 분이구나..라고 진하게 느끼면서 동남아의 현재와 과거의 한국을 넘나들며

지루할 틈도 없이 여러 여행지를 함께 둘러보았다.


여행은 마음 맞는 사람과 함께 가야 한다는데

내 품을 벗어난 다 큰(?)아들과 함께 했으니 세상에서 제일 가깝지만 조금 먼듯한 그들이 함께했다.

어쩌면 가장 마음이 잘 맞고, 어쩌면 가장 안 맞을 수도 있는 존재일 수 있지만

함께 했던 기간은 지금껏 살아오면서 둘의 존재를 가장 농밀하게 느꼈던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잘 아는듯 해지만 사실은 잘 몰랐던 부모 자식간의 사이에

더 할 나위없이 끈끈한 동지애가 생기지 않았을까. 


우리는 다들 참 많이도 여행을 떠나고 싶어하지만

시간이, 돈이, 여유가,, 하면서 온갖 핑계를 붙여가며

미루고 미루게 되는게 다반사이다. 다 집어치우고 엄마가 던진 한마디

"아들아, 지금 가자"라는 그 말이 얼마나 대단한 용기였는지 나는 알것 같다.


돈은 다시 벌면 되지만 함께 했던 그 시간동안의 추억은 평생 남겠지.

떠날때는 부푼 마음하나 가지고 떠났고 돌아올때는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보물 하나를 찾아 왔으니 이렇게 가성비 갑인 여행은 아마 없을듯 하다.


그리고 나 또한 아침부터 밤까지 일정에 떠밀리며 사진 몇장으로 추억을 남기기에

급급하며 쇼핑센터로 끌려다니기 바빴던 패키지 여행을 졸업하고

느긋하고 여유롭게 무계획이 계획인것 같은 그런 나만의 여행을 이제 해보고자 한다.

아들 손을 잡고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여행의 참맛을 조금이나마 알려준

두 모자에게 깊이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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