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사막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김정완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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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영국인 남자를 만나 재혼을 하고 모래바람 가득한 나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인 리야드의

디큐에서 살게 한국인 여성의 생활 에세이다. 사우디에서 3년하고 2개월 6일 6시간을 살았다는 그녀의

말에서 길지 않은 그 기간동안 그곳의 생활이 그녀에겐 참 녹녹찮았구나 라는 느낌이 들었다.

비행기를 타고 몇시간 고생하면 도착하는 그 곳에 이렇게 우리와 전혀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고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사우디아라비아라고 하면 나에겐 석유의 나라, 중동파견 노동자로 외화벌이의 선두주자가 되어

사막에서 모래바람과 싸우며 일을 했던 새까맣고 피부가 탄 우리네 아버지 세대가 떠오른다.

돈 많은 나라라는 이미지만 가지고 있었던 나에게 작가인 김정완씨의 눈으로 본 사우디는

솔직히 인간이 추구하는 욕망과 즐거움을 종교라는 이름으로 국가가 빼앗고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여성에겐 가혹할 정도로 차별과 억압의 정도가 심하다.

태어날때부터 그랬으니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뭐가 불편한지도 모르고 있겠지만

사실 책을 읽다보니 참 놀랍고 당황스럽고 답답해진다.


사우디에서는 여자는 태어나면 아버지의 지시에 따르고 결혼하면 남편의 지시를 따른다.

남편이 사망하고 나면 아들의 지시에 따른다. 평생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해서도

안되는 존재로 여겨진다.

얼핏 들으면 우리 나라 조선시대 여인들을 얘기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실제 여성들이 받는 대우는 18세기 조선시대보다 한참 더 떨어지는 듯하다.


외국여행,계좌개설,사망신고, 여권신청등 ..남성 보호자가 없으면 여성 혼자서는 할 수 없다

다행히 최근에 여성도 운전을 할 수 있는 법이

만들어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사우디에서는 여성 혼자 할 수없고 해서는 안되는 일들이

수두둑하다. 여성의 지위는 아바야(눈만 내놓고 온 몸을 검은 천으로 휘 감고 있는 의상)로

대변된다 할 수 있겠다.


여성의 인권이 향상이 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달팽이가 8차선 고속도로를 횡단하는 것 만큼이라

느려서 성질 급한 한국인들의 눈으로 보면 수백년이 걸려도 별로 진전이 없을듯 하다.

아랍인인 주인마님 (Madam ), 동남아 노동자인 하녀 (Maid)로 나뉘는 현대판 신분 제도 속에서

한국에서 온 동양인 저자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온전한 이방인으로 지내야 했을 것이다.

디큐(각국 대사관 직원들및 외국인들의 거주 지역)라는 작은 공간에서 조차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유롭지 못한 나라, 대중을 현혹한다는 이유로 영화를 금지하고 극장자체도 없는 나라,

하루 5회의 기도 시간이 있고 , 이 시간이면 병원, 은행, 관광서가 올 스톱 되는 나라,

"마피무시낄라" (문제 없다는 뜻- 하지만 사실은 문제가 엄청 많다)

"인샬라"(신의 뜻대로)의 나라,

너무나 낯설어서 오히려 더 흥미로웠던 사우디에서 저자의 동분서주, 좌충우돌하며

겪었던 크고 작은 에피소드를 전해준다.

외국인 친구들과의 에피소드, 현지에서 겪었던 웃지못할 에피소드들

종교경찰에게 멋지게 대들었던 에피소드 등등

살갗을 다 태울듯한 황토빛 모래바람으로 가득한 사우디에서

다부지고 똘망똘망하게 잘 버티고 지냈을 저자의 모습이 상상이 되어 책을 읽다 빙그레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사람사는 모양세는 어디든 비슷하다고 하더라만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을 쥐어잡고 있는 나라에서 산다는건 생각만으로도

숨이 헉!! 학고 막히는 일이다. 술도 못마시고 노래도 못부르고..난감하다.

​하지만 저자가 들려주는 얘기가 너무 재미 있어서 한번 책을 잡으면 같은 자세로 꽤나 오랫동안

책을 읽게 된다. 작가의 글 솜씨는 글을 읽어내려가는데 있어 걸리는게 없이 매끈하여

술술 읽혀진다.화장한듯 안한듯한 자연스러운 얼굴의 미인을 보는 듯한 글솜씨다.

외국인 남편을 만나 재혼을 하고 사람들이 시선을 피해 떠나간 사막의 나라 사우디..

그건 우연이 아니라 운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사막을 만나고 여러 나라 사람들을

만나며 그녀는 조금씩 강해져갔고,

한국과 사우디간의 작은 가교 역활을 하며 많은 기쁨과 보람을 느끼게 되고 그건 그녀의

자존감의 회복을 뜻하기도 한다.


뭔가에 쫓기듯 40대의 한국 여성은 허한 마음 한가득 안고 고국을 낯선 땅 사우디로 떠나왔고,

그 허했던 마음을 사우디에서 새로운 삶에 대한 도전과 보람으로 채워넣었을 것이다.

저자의 이야기을 읽어내려 가면서.. 이름만 알고 있었던 사우디의 현재의 모습을

쌍안경을 들고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본듯한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짧은 여행이 주는 여행지의 정보가 아닌 오랫동안 지내면서 하나하나 직접 겪었던

자신의 삶의 한 구탱이를 떼어내 보여주는 이야기라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영화 한편 본듯하다.

그것도 아주 잘 만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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