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헤픈 여자가 좋다 - 마광수 에세이
마광수 지음 / 철학과현실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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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많을 것 같은 남자, 손가락이 길어 한없이 게으를 것만 같은 남자,  어느새 쉰 줄에 들어서 노쇠해보이지만 그의 눈빛은 아직도 미소년이다. 20 여년 전, 작가 <마광수>는 한국 사회에서 비폭력 무혈 혁명를 일으켰다. 믿기 어렵지만 나약해 보이는 그 외모로 한국의 이중적 도덕주의자들 앞에서 솔직함을 무기로 혁명을 꾀한 것이다. 그를 지지하던 백만 독자들은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쉬쉬해오던 인간 본연의 본능을 솔직히 표현한 그를 일제히 환영했다.  

하지만 성공하지 못한 혁명은 실패한 쿠데타였을 뿐이다. 그는 그 이 후로 한국 제도권 사회에서 철저히 따돌림을 당하게 된다. 일류대학 교수였지만, 그는 제도권 사회에서는 제거되어야 할 대상 1호로 분류되었다. 세계 최초로 작가가 구속되는 태풍의 눈에 그는 서 있었고, 그의 탐미주의적 문학 정신은 <외설작가>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고, 백만독자들의 기억에서 서서히 잊혀져 갔다. 만일, 그가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는 사람이었다면 그 길고 긴 고통의 시간을 버텨내지 못했을 것이다.

와신상담 끝에 그는 다시 일어섰다. 2007 년 10 월에 내 놓은 신작 에세이 <나는 헤픈 여자가 좋다>에서 작가는 예전과 변함없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한다. 현재 연세대 국어국문학과의 교수인 그는 겸손한 자세로 한국 사회의 뒤틀린 위선과 가식으로 치장된 이중적 도덕주의를 비판하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참다운 인간 본연의 행복에 대해서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해준다.

보통 작가 마광수를 성담론의 기수라 하지만, 나는 그를 <휴머니스트>라 부르고 싶다. 문학이 주류와 독자의 입맛에 휩쓸리는 이 시대에 그는 변함없이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나쁘게 말하면 고집이지만, 아무리 보아도 그것은 신념에 가깝다. 그는 그 동안의 작품에서 인간의 행복에 대해 추구해야 할 조건과 환경을 말한다. <나는 헤픈 여자가 좋다.>의 신작 에세이 역시 수십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대해 반기를 드는 그의 연장선상의 작품이다.

한 문학평론가는 이렇게 말했다.

-만해가 태어나 시를 쓴 한국에서 태어난 것이 너무도 행복하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마광수가 태어나 글을 쓴 한국에서 태어난 것은 행복하다고.

그의 신작 에세이 <나는 헤픈 여자가 좋다.>는 어른들만의 도서가 아니다. 어쩌면 이 작품은 청소년들에게 더 필요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세상은 변하는데 어른들의 생각은 20년 전이나 10년 전이나 그리고 지금까지도 변화하지 못했다. 마광수의 비폭력 무혈 혁명(계몽)이 이제는 이루어 질 시기가 아닐까?

지금 우리 시대는 물질적 민주화는 어느정도 이루어졌지만, 문화적 민주화는 아직도 차갑고 어두운 겨울 밤이다.

겨울밤이 깊어가는 지금 <나는 헤픈 여자가 좋다.> 를 만나는 것은 진흙탕에서 보석같은 글을 만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마광수를 바로 알고, 마광수를 비판하는 것은 옳다. 하지만 마광수를 모르고 그를 비난하는 것은 한국 사회의 못된 풍조를 그대로 답습하는 일이다.

마광수의 작품이 독자들에게 올바르게 전달되기를 기원해 본다. 그의 작품을 만나게 되어서 행복했던 겨울 밤이다. 다시 읽기를 반복해도 새로운 감동이 있는 좋은 에세이를 오랫만에 만나게 되었다. 그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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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 2007-11-13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광수 문학을 만나지 못 했더라면 가식적이고 권력지향적인 문단권력에 구토증이 가시지 않았을 텐데요. 야인정신의 선두에 서 처절히 솔직한 헤픈 남자 마광수를 잘 공감할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