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가죽신


전미야


출근해서 맨 먼저 칙칙한 가죽 신발 한 짝을 가슴에 안아보고 미령은 씨익 웃는다. 습관처럼 그렇게 하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아침부터 낮게 내려앉은 회색빛 하늘은 빗방울을 하나 둘 떨어내더니 점점 세차게 내린다.
미령은 물끄러미 창밖을 본다. 한참을 그렇게 앉았다가 후닥닥 일어나 수납장을 열어 가방을 꺼낸다. 마치 급한 일이라도 생각난 듯 지퍼를 열어 작업대 위에 얹힌 휴대전화, 담배, 라이터를 주섬주섬 쑤셔 넣는다.
“언니! 커피 마셔요.”
지연이는 빗살무늬가 그려진 갈색 머그잔에 커피를 담아 그녀 앞에 놓는다. 잠시 망설이던 미령은 좋아하는 커피도 마시지 않고 가방을 챙겨 든다.
“나가봐야 해.”
“내일까지 작품 마무리할 거라면서요?”
“비가 오는데……!”
“오늘은 가지 마요. 이거 완성해놓고 나랑 같이 가요. 장마 온대요.”
“너도 참, 날 잡으려고 별 수를 다 쓴다.”
“그럼, 가실 거예요?”
“응, 빨리 올게.”
비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건만 비가 오는 날이면 마치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빗속을 헤매다가 온몸을 비에 내어주고는 가슴도 머리도 없는 허수아비 되어 어기적어기적 돌아오곤 한다.
―널 가슴으로 낳았지만, 넌 내 딸이다.
엄마가 임종 직전에 했던 말이 늘 그녀를 괴롭혔다. 차라리 말을 꺼내지나 말든지. 아니면 속 시원하게 말해주든지. 난 누구란 말인가! 아버지는 생부였을까! 출생의 비밀을 풀지 못해 그녀는 자괴감에 빠져 살아왔다. 그런 그녀를 지연이는 안타까워서 일 핑계를 대며 잡아보려 하지만 미령은 이미 공방을 나서서 빗속을 달린다. 그녀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일이다. 눈이 부리부리하고 얼굴이 구릿빛처럼 거무튀튀한 아주머니가 친척이라며 집에 왔었다. 미령은 딱부리 같은 아줌마가 무섭고 싫어 안방에 가지 않고 마루에서 동화책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안방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걔 때문에 고향까지 버리고. 쯧쯧쯧.”
“공부시키려면 진주보단 서울이 낫지요.”
“자네가 아이 공부 땜시 고향을 버렸던가?”
그땐 그게 무슨 말인지 왜 나 때문에 서울로 왔는지를 몰랐다. 엄마가 임종 때 그런 말을 해주고서야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미령은 차를 몰아 남쪽으로 남쪽으로 달린다. 내려갔다 오면 무엇인가 마음이 가라앉아 작업이 잘 마무리 되겠지. 그렇게 자위를 하며 액셀러레이터를 지그시 눌러 밟는다.

 

전시회 준비로 정신없이 바빴던 지난 두 달을 되짚어 본다. 얼마나 고심했던가. 그 고심 끝에 생각해낸 꼴망태. 이젠 안감을 넣고 끈을 달고 징 세 개만 박으면 세상에서 하나뿐인 촌부의 꼴망태가 된다.
함께 일하는 지연이도 가죽 공예를 전공했다. 미령이가 파리에서 돌아왔을 때 그녀에게 배워보겠다고 들어온 게 어느새 8년이 지나지 않았던가. 그렇게 그들은 한 공간에서 같은 일을 하다 보니 핏줄보다 더 끈끈한 정으로 묶여 피붙이 이상이다.
공방은 작업실 겸 전시장으로 쓴다. 공방 분위기도 작품도 골동품처럼 무게감을 준다. 미령은 그런 색감에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낀다. 벽면에는 핸드백, 가방, 목걸이, 액세서리들이 걸렸고 창밑으로는 잡다한 소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햇빛을 가린 커튼 곁에는 크고 작은 두루마리 가죽 원단이 세워져 있고 진열대 서랍마다 작품에 끼우면 날개를 달고 이 거리 저 거리를 누비게 해 줄 이색적인 장석과 단추, 부속들이 보관되어 있다. 중앙에는 나무로 된 직사각형의 큰 작업대가 있고 그 곁으로는 소파가 있다.
미령은 작업대에서 시간의 비늘을 벗겨 정겹고 독특한 멋을 찾으려 달을 창에 걸어놓고 그 많은 별을 불러들여도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템이 떠오르지 않아 애달파 한다.
“언니! 아직이죠? 색감은 어떤 걸 쓸 거예요?”
“글쎄, 세월의 더께를 둘러쓴 것 같은 느낌이면 좋겠지. 난 가죽도 사람 같다고 생각해. 나이가 들어야 비로소 세상을 알게 되고 중후한 멋이 배이듯이 가죽도 세월을 견디면서 헤지고 결마다 세월의 이끼가 끼어야만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색과 멋이 나오거든. 그게 가죽의 매력이지.”
“그런데도 낡았다고 버리고 새것이면 무조건 좋은 줄 알잖아요.”
“그래, 몰라서 반짝거리는 게 좋은 줄 알지.”
그랬다. 미령은 낡은 가죽의 매력 때문에 앤틱이나 빈티지풍을 좋아한다.
언젠가 친구 집에 갔다가 벽에 걸린 투박하고 헤진 가방이 있어 막무가내로 달라고 떼썼던 적이 있다. 친구의 할아버지가 의사였는데 들고 다녔던 진료가방이라 했다.
“참, 조금 전에 왔던 전화는 누구예요?”
“내 스승님이셔. 이탈리아 피렌체 가죽공예학교 교수님.”
“전시회 때 나오신대요?”
“응, 그래서 더 긴장이 돼.”
그렇다. 그녀는 한국에서 ‘지키미 공예가’ ‘괴짜 장인’으로 매스컴도 타고 이미 장인의 반열에도 올랐다. 그런데도 미령은 아직도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자신이 그토록 정성을 쏟아 만든 작품이 멀리 이탈리아에서 명품을 뛰어넘는 것이다. 그러려면 그들과 차별화된 가장 한국적인 작품이어야 하는데 아직도 안개 속이다.
미령은 커피를 마시며 그동안 스케치해 둔 것들을 하나하나 넘겨본다. 서랍에 보관해두었던 건데 오늘 보니 영 아니다. 그녀는 디자인해 둔 종이를 뚤뚤 뭉쳐 휴지통에 쑤셔 넣는다. 그러고는 골몰한다. 며칠째 외양간 누렁이 소처럼 큰 눈만 껌벅이고 신열로 가슴팍에 열꽃을 수북이 피워내더니 입안이 소태같이 쓰다. 하지만, 달리 어쩔 방법이 없어 애꿎은 커피만 한 잔, 두 잔, 또……. 연달아 마신다.
그렇게 머릿속을 뒤적이다 무릎을 탁 치고 벌떡 일어서며 ‘맞아, 그거야!’라고 고함을 지른다. 꼴망태, 할아버지의 꼴망태. 그녀는 언젠가 시골에 갔을 적 할아버지가 메고 가던 꼴망태를 떠올렸던 것이다.
“지연아!”
지연은 골담초 송이를 펜던트로 만들려고 가죽을 접다가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란다. 시골집 장독대 곁에 샛노랗게 피는 그 골담초다. 그녀는 전시회에 출품할 목걸이를 만드는 중이다.
“왜요? 생각났어요? 찾았어요?”
“꼴망태. 풀을 베 담아 메고 다니던 짚으로 엮은 망태. 나 그걸 만들래.”
미령의 눈에 눈물이 흥건히 괸다.
“아, 참신해. 어찌 그런 기발한 아이디어를…….”
미령은 흙과 돌무더기를 파헤치고 땅속 깊이 묻혀 있던 소중한 보물을 캔 듯 가슴이 터질 것 같은 감동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아무렇게 던져두었다 메고 나가 꼴을 담아오던 자연을 닮은 꼴망태. 가방이 아닌 촌부들의 애환이 서린 투박한 망태를 이번 전시회 주제로 정했다.
“지연아! 도안을 어떻게 그릴까?”
“글쎄, 언니는 박사님이잖아.”
“맞아, 난 박사지.”
미령은 농담 한 마디 툭 던지고는 턱을 괴고 멍하니 앉아있다. 그러다가 담배를 한 개비 꺼내 입에 물고 눈을 지그시 감는다. 입술 사이에 물린 채 타들어가면서 제 풀인 듯 담뱃재가 작업대에 떨어지고 앞치마에도 떨어진다.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 문득 정신이 난 듯 그녀는 담배를 한 모금 깊게 빨아들이고 나서 비벼 꺼 쓰레기통에 휙 집어던지고는 연필을 집어 든다.
지연은 숨소리마저 죽이고 그녀의 동작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는다. 그러다가 묘한 웃음소리를 낸다.
“호호, 히히히.”
“왜? 뭐가?”
“나 언니 새끼손가락 볼 때마다 웃겨, 누가 보면 한마디가 잘려나간 줄 알겠다. 왜 하필 새끼손가락만 짧아? 부모 중에 누가 그렇게 생겼어요?”
“난 또 무슨 소리라고! 이 새끼손가락?! 글쎄, 흉해?”
“언니는 어릴 때 잃어버렸어도 찾는 건 문제 없었겠다. 새끼손가락 이야기하면 대번에 찾을 테니."
미령도 따라 웃는다. 어릴 때 아빠랑 엄마도 손가락을 보고 놀리곤 했다.
"우리 미령이 새끼손가락은 꼭 누에머리 같아."
그녀는 짧은 손가락이 창피해 수술해 달라고 떼를 쓰면 엄마는 부자 되는 거라 했었다.
지연은 까르르 웃는다.
미령은 새끼손가락을 본다. 이 손가락으로 출생의 비밀을 풀 수 있을까? 넋이 나간 듯 한참을 그렇게 보고 있다가 머리를 가로 젓는다.
“나 망태 도안 그려야 해. 이제 웃기지 마.”
그녀는 죽자 사자 일해도 허무만 남는 구멍 난 촌부들의 삶에 덧댈 천을 떠올린다. 많아도 복잡하고 하나만 붙이면 가난이 덜 묻어나고, 두 개, 아니 세 개가 낫겠다. 농사일에 바쁜 촌부들이 뚝딱 기워 입은 거칠고 굴곡진 그들의 삶을 표현해야 해.
백지에 자연 정원을 나타내는 사각형 모양 두 장을 그려 하단 양 옆의 각을 살짝 죽였다. 그 중 한 장에는 해진 옷에 덧댈 크고 작은 세 개의 조각을 거칠게 그려두곤 알맞은 색감을 선택해야 했다.
작업대에 얹힌 팔레트를 끌어당겨 붓을 든다. 젊어서 꿈꾸었던 한 가닥 구름마저 밀어낸 맑고 드높은 하늘빛, 넉넉한 품으로 휴식처럼 품어주던 자연의 초록빛, 아등바등 살다 낙엽처럼 바스러져 한 줌 흙으로 돌아갈 그 흙빛을 칠했다. 색의 조화는 환상이다. 다음으로는 사시사철 변하지 않는 소나무의 그 짙푸른 잎 색깔 사인펜을 들고 꾹꾹 눌러 이음매에 스티치를 돌렸다. 완성된 도안은 가방이 아닌 흥부의 등판이고 엉덩짝이고 무르팍이었다.
“언니! 이건 흥부를 밭에 세워둔 것 같아요.”
“그래! 그렇게 생각하고 그렸지만 ‘형지작업’을 거쳐 봐야 해. 아직은 몰라.”
미령은 마음이 급해졌다. 그려둔 단면도를 오린다. 덧댈 삼색의 조각에 인생의 신맛 단맛 쓴맛까지 첨가했다. 접착제로 조각조각을 붙여 종이 가방이 완성됐다. 우리 정서에 맞는 단순하면서도 가장 한국적인 촌부의 한(恨)이 서린 꼴망태다.
“됐어, 바로 이거야.”
미령은 천진한 아이처럼 깡총거리며 좋아라 한다.
“언니, 대단해요. 아주 좋아요.”
그녀도 흡족했다. 작업대 위에 가죽을 가로로도 세로로도 얹어보며 결을 잡아 펼쳐놓는다. 그 위에 잘라둔 단면도 본을 올려서 무거운 추를 눌러놓고 가위로 사각사각 자른다. 재단된 가죽 조각을 하늘색, 녹색, 그리고 갈색으로 염색했다. 염색이 완성된 가죽을 작업대에 올려놓는다. 이번에는 진녹의 리넨 실에 비즈 왁스를 바르고 오래 쓸 수 있게 양초를 먹이려고 실을 다시 양초에 눌러 당기니 실이 양초 살을 듬뿍 묻혀 나왔다. 가죽 조각은 절단면을 안으로 꺾어 넣어 접착제로 붙였다. 붙여진 솔기 위를 디바이더로 일정하게 선을 그어 송곳으로 구멍을 뚫고는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깁는다. 0.5cm 간격을 두고 양쪽으로 교차시켜 정교하게 스티칭한다.
한 작품을 완성하려면 많은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도 그녀는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더디어도 꼭 수작업을 고수한다.

 

“엄마! 내 이탈리아로 보내주라. 그곳에 가서 공부하고 싶어.”
미령은 무남독녀였고 미대를 졸업했다.
“왜 하필 그 먼 이탈리아를 가려고, 혼자서.”
“공부하러 가는 거지 내가 죽으러 가는 줄 아나 봐!”
딸을 향한 부모의 사랑은 집채처럼 밀려오는 해일이었고, 비바람에도 끄떡없는 태산이었다. 어릴 때부터 공주 옷을 입혀 공주가 되라 했고, 친구도 가리게 했고, 중고등학교 때는 점심때마다 따뜻한 도시락을 싸서 학교로 날랐고, 불면 날까 쥐면 꺼질까 봐 가슴 졸이며 키웠다. 미령은 넘치는 엄마의 사랑에 질식할 지경이었고, 가족이란 둥지에서 벗어나고 싶어 유학을 생각했다.
“난 너하고 떨어져선 못살아.”
“우리 엄만 왜 나만 낳았을까! 동생 하나 더 낳지.”
“너 잘 키우려고 그랬지.”
“아빠! 나 공부 더 하고 싶어. 엄마 좀 말려주라.”
“그건 우리 미령이 말이 맞아. 자식이 머리 채우러 간다는데 움켜잡는 게 사랑인 줄 아나 봐.”
“당신 미령이 떼어 놓고 살겠어?”
“참 내, 유학 가면 애가 없어져? 집착도 병이야. 웬만큼 해.”
미령은 아버지의 허락을 받아 유학을 떠났다.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가죽공예학교에 입학해서 좋아하는 가죽을 공부했다.
그녀는 가죽이 좋았다. 냄새가 좋고 만지면 가슴이 따뜻해졌다. 처음에는 엄마를 떠나왔다는 게 좋았고 자유스러움이 좋았다. 그런데 날이 가면 갈수록 그토록 도망치고 싶었던 엄마 곁이, 집이, 따뜻한 정(情)이 그리웠지만 하고 싶은 가죽공부를 하니 그나마 견딜 수 있었다.
어느 날 어머니는 백화점에서 딸 친구를 만나 그림이 아닌 가죽공예를 배운다는 걸 알게 되었고, 바로 그 다음날 찾아 피렌체로 날아왔다. 6개월 만에 만난 모녀는 반가움의 해후가 아닌 전쟁을 했다. 어머니는 딸의 짐을 싸놓고 쓰는 방을 정리하려 했다.
“나, 한국 안가.”
“가죽 공부는 안 돼. 당장 때려치워. 꼭 하려면 미술을 하든지.”
“왜 가죽이면 안 돼? 내가 하고 싶은데, 왜 안 되냐고?”
“미술 안 하려면 같이 돌아가.”
“그 이유를 말해? 안 될 이유. 내 인생이야.”
막무가내로 가죽은 안 된다는 게 그녀로써는 황당하기만 했다.
“이건 부모라는 이름을 빌린 횡포야.”
“뭐! 횡포?”
“그래. 이건 사랑이 아닌, 횡포야. 난 질려.”
“네가 어찌 이럴 수가.”
엄마는 울부짖는다. 미령은 그런 엄마를 외면해버린다.
“내가 애야? 이제 내 힘으로 공부할래. 열심히 공부해서 엄마가 투자한 돈 다 갚을게. 우리 엄마, 딸 하지 말고 살자.”
미령의 말에 엄마는 몸을 부르르 떤다. 이건 아니었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너를 위해서야.”
어머니는 딸과 팽팽하게 줄다리기했지만, 모녀지간의 연을 끊자는 말에 겁이 덜컥 났다. 딸 없이는 살 자신이 없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어쩔 수 없이 두 손을 들고 엄마는 한국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처음으로 엄마께 빌었다.
“엄마, 사랑해. 내가 잘못했어. 엄마 고집 꺾으려고 했던 말인 것 알지?”
미령은 전화통을 붙들고 울었다. 엄마는 가죽공예가 싫었지만, 금쪽같은 딸을 더는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토록 하고 싶다니…….”
“엄마, 걱정 마, 건강하게 열심히 공부해서 빨리 학위 따서 갈게.”
엄마는 잘못 했다는 딸의 말 한마디에 서운했던 마음이 봄눈 녹듯 싹 가셨다.
미령은 편하게 가죽공예를 공부했다. 하고 싶은 공부였기에 뛰어난 성적으로 학위를 땄고 학교에 남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비보가 날아들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장례를 치르고 일 때문에 다시 이탈리아로 왔다. 엎친 데 덮친다고 이번에는 엄마가 아프다는 연락이 왔다. 엄마마저 죽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이탈리아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부랴부랴 한국으로 돌아왔다.
“엄마! 왜 이래? 엄마 딸 지켜야 하잖아.”
“그래, 널 두고 어떻게 내가 죽을 수 있겠니.”
엄마의 생명은 타버린 불쏘시개처럼 매일매일 사그라져 갔다. 미령 엄마에게 매달렸다.
“나 죽기 전에 결혼해라. 나 없으면 혼자 어떻게 살래?”
그랬다. 아버지도 돌아가셨고 엄마마저 죽는다면 세상천지에 피붙이 하나 없다. 미령은 문득 내일이란 시간이 두려웠다. 살아오는 동안 힘겨워 끙끙거리면 엄마는 허리춤에 그녀를 동여매고 대신 뛰었고 세상이 싫어 휘청거릴 땐 땀 흘리며 엉덩이를 받쳐 밀어주었는데 그 엄마가, 내 가족이 없다는 건 먹빛 세상이다. 그토록 자식을 위해 따뜻하고 튼튼하게 지켜주던 울타리가 여름 장맛비에 속절없이 주저앉는 흙벽처럼 지금 허물어져 내린다.
그녀는 발버둥을 쳐도 어머니를 더는 붙들 수 없어 붉은 눈시울이 되고 젖은 얼굴에는 외로움이 척 달라붙어 바람 없는 병실에서도 가슴이, 옆구리가 들썩거린다.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6개월 만에 엄마도 마지막 숨을 몰아쉰다. 힘겹게 눈을 뜨더니 말을 하려고 한다.
“미령아!”
“엄마, 말해.”
“미, 안……해.”
“뭐가 미안하냐? 세상천지에 우리 엄마 같은 사람 어디 있다고. 나를 낳아주고, 내 엄마여서 고마워. 다음 생에서도 꼭 내 엄마여야 해?”
숨을 가쁘게 헐떡거리며 들릴락말락한 소리로 말을 이어간다.
“나, 널……가슴으로 낳았다. 그렇지만, 넌, 내 딸…이다. 다음 생에도……. 내, 딸로…….”
“그럼, 난?”
엄마는 돌덩이로 눌려놓은 듯 한 무겁디무거운 눈꺼풀을 힘겹게 밀어 올리더니 잠시 입가가 가늘게 실룩인다.
“사, 사…… 랑…….”
“엄마, 엄마!”
부둥켜안은 모녀의 뜨거운 눈물은 생(生)과 사(死)로 갈라놓았다.

 

엄마가 생모가 아니라면 나는 누굴까? 나를 그토록 사랑해 주시던 돌아가신 아버지는 누굴까? 그분이 생부일까? 만약 생부라면 바람피워 얻은 딸일까! 아니면 길바닥에 버린 아이였을까! 그도 아니면 보육원에서 데려왔을까!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두 분 모두 돌아가셨으니 알 길이 없다. 미령은 출생의 비밀을 풀지 못해 자괴감에 빠진다.
엄마에게도 미안했다. 당신이 낳은 딸도 아닌데 그토록 사랑해주지 않았던가. 진작 알았다면 예쁜 짓도 많이 하고 잘 해드렸을 텐데, 사랑해줘서 잘 키워줘서 고마웠다.
미령은 나지막이 엄마를 불러본다. ‘엄마! 고마워. 내 엄마여서. 다음 생도 우리 모녀로 만나자. 그땐 내가 엄마한테 받은 사랑 다 돌려줄게 내 딸이 되어야 해.’ 그녀는 엄마가 사무치도록 그리워 가슴을 뜯는다.
장례를 치르고 엄마의 물건을 정리했다. 장롱을 열어 옷들을 꺼내다가 자그마한 나무 상자 하나를 발견한다. 뭘 이토록 소중하게 보관했을까! 조심스레 상자를 연다. 그 속에는 얌전하게 쌓인 핑크색 보자기가 있다. 이토록 겹겹이 싸서 보관했다면 중요한 건데……. 보석? 돈? 궁금해 얼른 보자기를 풀고는 놀란다. 대단한 물건일 줄 알았는데 그 속엔 칙칙한 갈색 아기 가죽신 한 짝이 있었다. 이게 뭘 대단하다고 이렇듯 소중하게 보관했을까! 고개를 갸웃한다. 한 번도 말하지 않았고 보여주지도 않던 신발 한 짝. 신발을 들여다보니 안쪽에 ‘진’이란 글이 새겨졌다. 이건 무슨 약자일 텐데……. 내 이름도 아니고? 어릴 적 내가 신은 걸까?
그녀는 사진 속에 웃는 엄마를 본다.
“엄마! 미안해. 내가 누군지는 알아야겠어. 용서해.”
출생의 비밀을 묻어둘 수가 없었다. 자신이 누군지, 그녀는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다음 날 동사무소로 가서 주민등록초본을 떼었다. 이제껏 서울 태생인 줄 알았는데 서울이 아닌 진주였고 출생 신고 뒤 서울로 이사했다. 기록은 그것뿐이다.
나는 누구일까!? 내 몸에 흐르는 피는 누구에게 물려받은 걸까! 뿌리도 가지도 없는 부평초이던가.
기억의 조각들을 잘게 부수어 체에 걸러도 작은 알갱이 하나도 잡히는 게 없다.
진주, 진주, 진주……. 주술사가 주문을 외우듯 중얼거린다. 자신과 진주를 묶어 생각해봐도 연관되는 그 무엇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러다 그녀는 벌에라도 쏘인 듯 정신이 번쩍 든다.
그 꿈! 미령은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일 주일째 되던 날 꾸었던 꿈속의 장면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강가의 풍경이 보였고 누군가의 품에 안겼는데 지린내 같은 퀴퀴하고 고약한 냄새가 났었다. 분명 그런 냄새였다. 꿈속에서는 내가 아주 어렸던 것 같았다. 그 것뿐이었다.
흔히들 기분 나쁜 꿈을 개꿈이라고 치부를 하는데 내가 꾼 그 꿈속의 아련한 풍경들도 개꿈일까! 아니면 엄마가 선몽(先夢)을 해 준걸까? 아냐, 그냥 한 토막 꿈인 게야.
미령은 그냥 몰랐던 걸로 하자고 마음을 다독였지만, 짓누르는 출생의 비밀에 대한 의문은 떨쳐내지 못했다. 그녀는 답답함을 매일매일 술로 달랬다. 의지(依支)가지 없는 야윈 나뭇잎 하나 되어 바람이 밀고 가는 대로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며 살아가야 할 처연한 생(生)이 아닌가. 술을 마시면 모난 세상이 둥글게 보였고 구멍 난 가슴도 시리지 않아 매일 술에 절어 살았다. 그녀는 그렇게 일도 접고 방황했다.
그러던 어느 날 길에서 대학 동아리 친구를 만났다. 엄마가 그토록 반대해서 헤어졌는데 그녀는 외로워 그의 어깨에 기대었다. 그게 사단이 되어 친구의 아내가 찾아왔다. 그녀는 비로소 그를 사랑한 게 아니라 혼자가 싫어 주저앉지 않으려고 바지랑대에 잠깐 기대었던 거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녀는 정신이 들었다. 아빠 엄마가 날 어찌 키웠던가. 오직 나를 위해 희생했는데 내가 이렇게 무너져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뭐든 일을 해야만 했다. 강단에 서기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장소를 물색하다가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인사동에 ‘지킴이 가죽공예’란 공방을 열었다. 공방에는 엄마가 그토록 소중하게 보관했던 신발 한 짝을 가져다 놓고 엄마가 보고프면 품에 안기듯 살짝 안아 가슴으로 엄마를 만나곤 했다.
“나, 차 한잔 줄래?”
“네!”
지연이가 가져다준 커피를 마신다.
미령은 모든 걸 다 잊고 우리 전통의 멋을 세계에 알리려 일에 파묻혀 정신없이 살다 보니 어느새 마흔여섯이다.
멋과 유행의 산실인 이탈리아에서 공부했는데도 서구화된 물건이 아닌, 잊혀져 가는 소박하고 토속적인 우리 것들을 찾아 멋으로 승화시켜 세계에 우리 문화를 알리려 한다. ‘빨리빨리’ 시대에 맞게 정교한 기계들이 많건만 고집스럽도록 모든 작업을 손으로 한다. 좋은 가죽을 선택하고 우리 조상이 써오던 전통방식대로 한다. 구멍을 뚫고 숨결과 혼을 불어넣어 깁고 미련스럽도록 많은 시간을 투자해 세상에 오직 한 점뿐인 독특한 작품을 만든다.
그녀는 손님이 원하는 물건을 만들지 않는다. 좋아서 만들어 놓으면 손님이 좋아해 가져간다. 손님 취향이 아닌 작가 취향에 손님이 맞춘다. 그게 그녀의 남다른 작품세계다. 자기 관점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강한 개성을 가졌기에 고객들은 박수를 보낸다.
“선생님은 그런 고집 때문에 작품이 더 돋보여요!”
“그런가? 난 누가 이렇게 저렇게 만들어 달라면 안 만들어.”
그녀는 그랬다. 손님한테 휘둘리지 않고 자기 틀에 손님을 끼운다. 외국인들이 자주 찾는 인사동에서 한국의 미를 알리는 한국이 낳은 수공예 작가다. 마니아도 한국만이 아닌 가까운 일본에서도 많다.

 

“어디로 가 볼까?”
그녀는 지난날들을 생각하면서 목적지 없이 무조건 달린다. 빗속을 달리면서 축축한 날씨와는 다르게 마음 한편은 가볍다. 꼴망태도 마무리 작업만 하면 된다. 전시회는 언제나 긴장되지만, 이번 전시회는 달랐다. 연세가 높으신 스승님이 아끼는 제자 작품을 만나려고 이탈리아에서 오시지 않는가. 교수님이 작품을 보시고 ‘수제품이 바로 명품이야.’라는 그 한마디를 들으려고 고생해온 것이다.
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달린다. 100km 120km 140km 160km 누가 부르는 것도, 빨리 오라 채근하는 것도 아닌데 앨셀러레이트를 힘껏 밟아 달린다. 중부고속도로에서 대전통영고속도로를 갈아타고 또 무작정 달린다. 진주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그래, 진주를 가보자. 그녀는 꿈속에서 본 풍경이 혹시 진주가 아니었을까! 막연하게 생각하며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낯선 도시를 꿈에 의존하며 찾아간다.
오래잖아 차는 진주 톨게이트를 통과했다. 남강이 보인다. 언젠가 인터넷에서 예향의 도시, 진주를 본 일이 있다. 한 번도 와보지 않은 곳인데 아빠의 고향이어서인지 낯설지가 않다. 엄마의 자궁처럼 편안함으로 다가온다. 남강 둔치로 천천히 차를 몰아 주변 경관을 감상한다. 남강 다리를 본다. 교각에 붙은 조형물이 신기해서 차에서 내려 우산을 들고 바쁘게 걷는 여인을 불러 세운다.
“아주머니 저 교각 밑에 노란 게 뭘 상징하는 건가요? 예쁘네요.”
“오데? 아, 저 노랑 가락지보고 그래예?”
“저게 가락진가요?”
“하모예, 논개가 왜장을 안고 물에 빠지면서 손이 풀리지 말라고 매듭처럼 열 손가락에 긴 쌍가락지라 카드만예.”
“아! 그렇군요. 그러고 보니 쌍가락지 같네요”
왜장을 끌어안고 투신한 남강의 교각에 논개의 충정을 기리려고 가락지를……. 남강, 논개, 쌍가락지. 혼자 중얼거리며 남강둔치에 서서 강물을 본다.
멈춰버린 시간을 토해내지 못하고 멍으로 얼룩진 한(恨)을 물살로 가르며 강물은 침묵으로 유유히 흐른다.
시계를 본다. 어느새 두 시가 넘었다. 진주라는 도시에 푹 빠져 배고픈 것도 잊었다. 그녀는 두리번거린다. ‘산오리탕’ 집이 눈에 들어왔다. 예까지 왔으니 보신이나 하고 가자. 미령은 식당으로 들어섰다.
“몇 분인데예?”
“혼잡니다.”
주인은 멀뚱히 쳐다본다. 혼자, 그것도 오리탕을 먹으러 온 게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다. 미령은 오리탕을 먹고는 찻집을 찾았다. 비 오는 날 찻집은 조용했다. 아가씨는 작고 아늑한 차실로 안내했다. 명상 음악을 들으며 차를 우려 마신다. 전화벨이 울린다.
“여보세요?”
“언니!”
“응, 왜?”
“어디세요?”
“온다고 온 게 진주네. 지금 찻집이야.”
“뭐라고요? 진주라고요? 세상에…….”
지연이는 놀라는 음성이다. 이 빗속에 진주까지 왔다 했으니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얼른 와요. 거기가 어디라고, 차 조심 하고요.”
지연이는 가족 아닌 가족이 되어 늘 그녀를 챙긴다.
비가 온다고 이토록 먼 진주에 와서 찻집에 있는 자신이 참 얄궂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병인가, 만약 병이라면 가족도 없는데 어 쩐다. 이러다 정신 줄이라 놓으면 안 되지. 이번 전시회 끝나면 병원에 가봐야겠다 생각하며 차를 마신다.
이제 길을 되돌려 서울로 올라가야 하는데 눈이 스르르 감긴다. 또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한다. 잠시 눈만 감고 있어도 피로가 풀릴 것 같아 로댕처럼 턱을 괴고 앉았다.
문득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눈을 떴다. 눈을 떠보니 꿈이다. 참 이상한 꿈도 다 있다.
“아가야! 아가야!”
얼굴은 보이지 않고 누군가 자기를 불렀다. 사랑이 담긴 목소리. 꿈속에서 그녀는 두리번거렸다. 이 세상에서 누가 자길 그토록 간절히 부를 사람이 있겠는가. 얼굴 없는 사람은 내 엄마일 테지. 잠시 비몽사몽에 들은 목소리가 엄마라고 단정한다. 죽어서도 이 딸을 못 잊어 그리워하고 있구나. 그녀는 목울대가 쏴 하면서 아려온다. 눈에 괸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른다.
지나친 사랑이 싫어 못 견뎌 하지 않았던가. 이탈리아에서 엄마의 가슴에 그토록 생채기를 냈었고 너무 잘해줘서 너무 사랑해서 그 사랑 싹둑 자르고 새가 되어 자유롭게 날고 싶었다. 그런 내 마음을 다 알고도 품어주었고 서운해도 응석으로 받아 주던 엄마. 꿈에서라도 만나면 ‘미안해.’라는 말을 해 주고 싶었는데 얼굴 없이 그렇게 잠시 다녀갔다.
그녀는 눈물을 훔치고는 가방을 열어 거울을 꺼낸다. 마스카라가 눈가에 번졌다. 손수건으로 닦아내고는 얼굴을 이리저리 비춰보며 머리를 쓸어 올리고 립스틱을 바른다. 찻집 주인이 오미자차를 한 잔 들고 온다.

“손님, 많이 피곤하신가 봐요? 이거 마시면 피로가 풀릴 거예요.”
“아, 네! 오미자차군요. 색이 참 곱네요. 고맙습니다.”
“집이 진준가요?”
“아뇨, 서울입니다. 장거리 운전을 하고 왔더니, 졸리네요. 조는 걸 보셨나 봐요?”
미령은 부끄러워 배시시 웃는다.
“피곤하신 것 같아서요. 고향에 오셨어요?”
“부모님 고향이라지만 처음 와 봤어요. 남강변에서 비 오는 도시를 감상했는데 비 때문인지 하늘도 제 빛을 잃고 우는 것 같았어요.”
“하늘이 울어요?”
그녀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여주고는 물끄러미 창밖을 본다. 낮은 건물들도 서러운 듯 눈물을 감추고 숨을 죽이고 가만히 엎드려 있다. 비가 그치면 내일은 맑고 파란 하늘이 방그레 웃을 테지.
그녀는 찻집을 나왔다. 차에 시동을 건다. 그런데 무엇을 두고 나온 것 같이 개운하지 않은 마음이 붙잡는다. 왜일까! 꿈도 그렇고, 낯설지 않은 이 거리. 이런 걸 불가에서는 윤회설이라고, 전생론을 끌어다 붙이는 건지. 그녀는 진주라는 도시를 또 찾을 일이 없을 것 같아 차창을 내려 주변을 한 번 더 가만가만 눈에 담는다. 그러다 길 앞 꽃집 2층에 ‘가죽 공방’이라는 칙칙한 목 간판이 눈에 꽂혔다. 같은 업종이라고 저 공방이 날 불렀나? 이런 소도시에도 가죽 공방이 있네.
미령은 자석에 끌린 듯 차에서 내려 꽃집 옆 난간으로 난 좁은 나무 계단을 올라 2층문을 밀었다. 문에 달린 주물 종은 땡그랑 소리를 내며 손님이 왔음을 알린다. 작업대 곁에 앉은 노부는 공방에 찾아든 손님에게는 관심도 없다. 앞치마를 두르고 갈색 물이 든 천을 무릎에 얹어놓고 가죽을 손질한다.
“어찌 왔수?”
“구경 좀 하려고요.”
그냥 묵묵히 자기 일을 하며 퉁명스럽게 툭 던진다.
“앉든지 구경하든지 알아서 허구려.”
여전히 눈길도 주지 않는다. 그녀는 작업대 곁에 놓인 의자를 끌어다 노부 곁에 놓고 앉는다.
“할아버지, 쉬어가도 되죠?”
“......”
공방 안을 둘러본다. 아니 이럴 수가! 어떻게 이런 일이……. 노부의 작품은 그녀의 작품과 너무도 비슷했다. 창작이란 머리로 짜내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작품을 만드는 게 아니던가. 저 벽에 걸린 남자서류가방, 지갑, 열쇠고리는 어느 한 쪽이 디자인을 훔쳐 만든 것처럼 너무도 닮았다. 왜 나와 같은 작품을 만들어 낼까? 의아스러워 할 말을 잃은 체 멍하니 앉아 작업하는 손길만 본다. 노부는 그녀가 있는 것도 잊은 듯 가죽 조각에 송곳으로 구멍을 뚫는다. 플라스틱 공구함을 열어 이리저리 뒤적이더니 놋쇠 같은 고리 장식을 꺼낸다. 그 고리를 뚫어놓은 구멍에 끼우더니 무쇠 판에 얹어 한 손은 가죽을 한 손은 망치를 잡고 탕탕 두드린다. 망치 소리는 잠자는 머언 기억 저편을 먼지 털어 깨운 듯 섬광처럼 칙칙한 공간이 생각난다. 실루엣처럼 희미하게 어른거리는 기억을 잡으려 눈을 감는다. 어두운 공간이 보인다, 짙은 물체가 어른거린다. 가죽을 자르는 누군가가 있다. 이게 뭘까? 그녀는 기억의 덩어리를 정리하려고 다시 눈을 감는다.
비가……. 그래, 비가 내린다.
아무리 눈을 꾹꾹 감아도 더는 떠오르는 게 없다. 참 괴이한 일이다. 눈을 뜨고 노부를 바라본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비 오는 오늘, 이 공간을 떠올렸구나. 다시 노부를 본다. 돋보기를 쓰고 양미간을 한껏 좁혀 이마에 굵은 주름을 만들더니 박은 징을 들여다본다. 그러고는 손으로 징 주변을 이리저리 훑어보고는 만족한 듯 입귀가 살짝 올라간다. 칙칙한 얼굴에 볼우물이 보인다. 그녀는 서울로 가야 하는 것도 잊고 노부의 손놀림만 넋을 놓고 본다. 손인지 가죽인지 구별도 안 되는 거무튀튀하고 솥뚜껑 같은 손으로 두 개의 바늘을 교차시키며 스티칭 한다.
아니, 손가락이. 할아버지 새끼손가락이 나처럼 짧잖아. 그녀는 손을 펴 자신의 손가락과 노부의 손가락을 번갈아 본다. 이제껏 나 같은 손가락은 못 봤는데 너무도 닮은 새끼손가락이 신기했다. 엄마는 누에머리 같은 내 손가락이 부자 되는 거라 했는데 노부는 부자 같지 않아서 피식 웃는다.
“가족이 다 가죽 일하세요?
미령의 말에 노부는 가죽 깁던 손을 멈추고 돋보기 너머 미령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젊은이는 올해 몇이요?”
“저, 마흔여섯이예요.”
마흔여섯이라는 말에 노부는 얼굴이 굳어진다.
“내 담배 한 대 피워도 되겠소? 싫으면 잠깐 나가 있든지.”
“죄송하지만, 저도, 가슴이 답답해서요.”
“젊은 사람이 뭐 하려고 피워. 백해무익인걸.”
“일하다 안 풀리면 찾게 되네요.”
“무슨 일 하요?”
“가죽요. 할아버지처럼.”
“그럼, 오늘만…….”
노부는 담배에 불을 붙여 건넨다. 미령은 받아서 고개를 약간 돌려 빨았다. 입에서 품어낸 푸르스름한 담배 연기는 천정을 되돌아 그녀의 머리 위에서 흩어진다. 두 모금을 더 빨고는 비벼 끈다.
“집은 어디요?”
“서울입니다.”
“진주는 어찌?”
“비가 와서 무작정 온 게…….”
그 말에 노부는 그녀를 힐끗 쳐다본다.
“병이네. 무작정 빗속을 쏘다닌다면.”
“제가 이상해 보여요?”
“허허허, 그래서가 아니라. 비 온다고 예까지 왔다니 우습지.”
그들은 처음 만났는데도 오랜 지기처럼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나눈다. 노부도 이내 담배를 끈다.
“내 딸도 올해 마흔여섯이요. 나 그 딸하고 살아요.”
“아, 네!”
노부의 얼굴은 황량한 겨울 들판처럼 허허롭게 보인다. 그런 노부를 보며 딸이 장애인가? 막연하게 그런 생각을 해 본다.
“커피 마실 거요?”
“고맙습니다.”
진하게 두 잔의 커피를 타 와서 미령에게 내민다. 노부는 커피를 마시면서 스쳐 지나가는 남의 일처럼 자기 이야기를 한다.
“우린 딸을 잃었소. 그 아이가 네 살 때지요. 제 어미는 충격으로 죽고, 난 딸을 찾으려 전국 방방곡곡을 다 뒤졌는데…….”
말을 하다 그녀 얼굴을 찬찬히 본다. 그러고는 숨을 말아 길게 뱉는다. 노부의 탄식 섞인 한숨에는 살아온 세월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누가 그랬을까요?”
“잡히기만 하면 이 손으로 죽여 버렸을 건데 명줄이 긴지 여태 못 찾았소.”
미령은 노부를 본다. 활처럼 휘어진 허리, 바위처럼 굳은 표정 없는 얼굴. 미령은 자기와 상관없는데도 온몸 구석구석 전율이 느껴지고 입안은 강변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까슬까슬하고 탱자나무로 가슴은 마구 쑤신 듯 아려진다.
"할아버지! 이제 다 털어버리세요?"
“맘대로 안 되네요. 세월이 이렇게 흘렀는데도 꿈에 보이니.”
노부는 요즘 부쩍 딸아이가 ‘아빠’하고 달려오는 꿈을 꾼다고 한다.
“무슨 일이나 없어야 할 텐데. 처참하게 살고 있을까 봐 나 또한 따뜻한 방에서 잠 못 자네요. 차라리 죽어 내 손으로 꽁꽁 묻어주었다면 잊기라도 할 텐데.”
노부는 복받치는 눈물을 참아내는 듯 눈썹 옆자리에 굵은 동맥이 시퍼렇게 툭 튀어 오른다.
“만약 누군가 잘 키웠다면 어떻게 하겠어요?”
“글쎄요! 나도 나지만, 우리 집 사람 인생을 꿀꺽 삼켰는데 잡으면 칼로 살을 한 점 한 점 떼어 죽여도 분이 안 풀릴 것 같은데. 그래도 내 딸을 잘 키웠다면…….”
살아오면서 딸의 유괴범을 그토록 저주하며 살아왔지만, 딸만 고생시키지 않고 잘 키웠다면, 이제는 용서할 것 같다는 이야기다.
노부의 음성은 축축해진다.
그녀도 알지 못할 서러움이 복받쳤다. 남의 집 일에 울컥거릴까 봐 의자에서 일어나 벽에 걸린 열쇠고리를 본다. 한 뼘 길이의 통가죽에 갈색 염색을 해서 중심선을 작은 징으로 연결해 양옆은 붉은 나뭇잎 모양의 홈을 파 만든 갈잎이다. 거기다 투박한 둥근 원을 고리로 붙여서 보는 사람에 따라 나뭇잎도, 인어아가씨도, 볼에 붉은 선을 그린 인디언 추장 같기도 했다. 재미있는 열쇠고리를 만지작거리다가 심장에 한으로 점철된 할아버지의 통한(痛恨)도 잊은 채 재미있어 헤실거린다.
노부는 의자에서 일어나 앞치마를 벗는다. 앞치마에 가렸던 검은 바지는 염색물감으로 얼룩져 또 다른 무늬를 이룬다. 표정 없는 얼굴, 굳게 닫힌 입은 좀체 벌려질 것 같지 않건만 누리끼리한 잇속을 드러내놓고 묻지 않아도 계속 말을 한다.
“가족은? 아이는 몇이요?”
“결혼 안 했어요. 아빠 엄마는 저 하나를 당신들 목숨보다 더 사랑해 주셨고요. 참 좋으신 분들이었어요.”

“……부모는 다 그렇지요.”
그녀는 시계를 본다. 5시다. 여기서 마냥 머물 수 없었다.
“저 이제 일어나겠습니다.”
“가려고요?”
“네, 진주에 한번 와 보고 싶었는데, 와서 할아버지 작품도 감상했고, 반가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다. 노부는 미령을 붙잡는다.
“커피 한잔 더 하고 가요. 먼 길이라 졸음이 올 수 있어요.”
그녀를 걱정한다. 아빠가,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그럴까요?”
미령은 그 말을 기다렸던 것처럼 활짝 웃는다. 노부는 작업대 위에 놓인 무선주전자를 든다.
작업대는 가죽 공예를 만드는 마술대이고, 식탁이고, 손님과 차를 나누는 차탁이기도 했다.
“이번엔 제가 끓일게요.”
노부는 빙그레 웃으며 주전자를 건넨다. 그녀는 주전자를 받아 정수기로 가서 물을 받다가 무심코 정수기 곁에 있는 진열대를 본다.
“이게……. 왜, 여기에…….”
하마터면 고함을 지를 뻔했다. 내 공방에 있는 것과 똑같은데, 미령은 신발을 들어 이리저리 살핀다. 여기 신발에도 ‘진’이라고 새겨져 있다. 내가 가진 건 오른짝인데 이건 왼쪽이다. 머리가 핑글핑글 돌고 얼굴이 창백해진다. 몸을 가눌 수 없어 휘청거린다. 주전자가 땅바닥에 뒹군다.
“저, 신발은……. 저 신발은…….”
그녀는 뒷말을 잊지 못한 채 입가에 경련이 일고 손끝이 바르르 떨리며 가슴이 새가슴 되어 팔딱거린다. 노부는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하얗게 질린 그녀를 부축해 의자에 앉힌다.
“갑자기 왜 이래요? 어디 아파요?”
“......”
한참을 그렇게 앉았던 미령은 더듬거리며 묻는다.
“신발……. 신발이 왜 한 짝만…….”
“…….”
“작품인가요?”
노부는 담배를 꺼낸다. 뻐끔뻐끔 연거푸 빨아 당기고는 푸 하며 길게 뱉어낸다. 그리고는 타다만 담배를 재떨이에 놓고는 무겁게 입을 연다.
“참 기막힌 일이지요.”
노부는 말을 하려다 뚝 끊고 일어선다. 그러고는 침통한 표정으로 땅바닥에 떨어진 주전자를 들어 싱크대로 가져간다. 행주로 주전자를 닦아내고 다시 물을 채워 전원버튼을 누른다. 끓여진 물에 커피를 타서 그녀 앞에 놓는다.
“마셔요?”
“네에.”
“저 신발은 우리 아이 신발이었소.”
노부는 가슴에 불이 활활 타는지 커피에 찬물을 가득 부어 단숨에 마셔버린다. 조금 후 불길을 잠재운 듯 또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내쉬고는 가슴에 꼭꼭 재워둔 숯검정이 된 심장을 털어낸다.
노부는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는 듯 눈을 지그시 감는다.
“제 어미가 만들어 신긴 첫날, 아이가 집 앞에서 놀았어요. 조금 있다 나가보니 아이는 오간 데 없고 신발 한 짝만 빗속에 떨어져 있었소. 그날도 오늘처럼 비가 내렸고요. 네 살에 잃었으니 지금 만난다 해도 알아보기나 할는지…….”
노부의 기막힌 사연에 미령은 흐느낀다.
“그럼, 진이란 글은?”
“그건, 그놈 이름이요. 성은 윤이고 이름은 외자로 진이었소. 윤진.”
“이름! 이름이라……. 고요?”
“진이를 알아요?”
미령은 얼굴이 하얘지더니 사시나무 떨듯 부들부들 떤다.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노부도 정신없기는 매한가지다. 일 분 일 초도 지체할 수 없어 떨리는 음성으로 다급하게 묻는다.
“우리 딸을……. 혹시?”
“오른, 오른짝이 저한테…….”
“어이? 그 신발이, 참말이요?”
미령은 어지럽다. 노부의 말이 메아리처럼 아득해진다. 노부가 보이다 흐려지고 공방이 흔들리고 천정 전구가 점점 빛을 잃는다.

 

“이제, 정신이 든 기여?”
미령은 눈을 뜨고는 두리번거린다.
“여긴?”
병실이라는 걸 알고는 어떤 감정의 눈물인지도 모른 채 흐느낀다.
노부는 우는 그녀를 안타까운 듯 쳐다보며 손을 잡는다.
미령은 연어 이야기가 떠올랐다. 넓은 바다에서 온몸이 찢어져 만신창이가 되어도 포기하지 않고 태어난 개천을 찾아가는 연어처럼. 자신이 칙칙한 가죽을 좋아하고, 그토록 가죽 공예를 하려 했고, 같은 디자인을 만들고, 비 오는 날이면 왜 못 견뎌 했는지. 자석에 끌리듯 이곳까지 오게 되었는지. 하찮은 미물이 그럴진대 사람이야 말해 뭐하겠는가.
“필연인 게야.”
노부는 미령이가 딸이라고 확신한다.
“공방을 찾아온 모든 정황을 보면 이건 핏줄의 당김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무작정 진주까지 왔겠는가. 무엇보다 가죽신이 있다면 틀림없는 게야. 생김생김도 죽은 할멈을 꼭 빼닮았어. 내 딸이 맞아. 틀림없는 내 딸 진이라고.”
“저, 얼굴 기억나요?”
“어릴 때 얼굴이 있어.”
노부는 찾아온 자식도 몰라봤다며 혀를 끌끌 찬다.
“임자! 진이가, 우리 강생이가 날 찾아왔어. 내 소리 들리는 겨? 보라고, 지금 보라고.”
노부는 하늘을 보며 울부짖는다.
미령의 핏발선 붉은 눈에선 굵은 눈물방울이 툭툭 떨어진다. 노부도 훌쩍이며 손으로 딸의 눈물을 닦아낸다. 미령은 노부의 손을 잡아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가지런히 대어본다.
“아니, 이럴 수가? 씨 도둑질은 못하는 기네.”
노부는 딸을 와락 끌어안는다.
“이게, 꿈은 아닌 것이제?”
서로 얼싸안고 얼굴을 매만지고 또다시 확인하며 한으로 맺힌 응어리를 통곡으로 풀어놓는다. 그녀가 안긴 깡마른 노부의 가슴팍은 고향이고 탯줄에서 이어진 끊어낼 수 없는 질긴 끈이었다.
미령의 눈물은 노부의 가슴을 흥건히 적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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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허물기와 상호텍스트성으로 가는

탈구조의 실험적 소설

 

전미야의 소설<가죽신>을 한국문학예술 봄호 시인상으로 선한다.

'시간의 비늘을 벗겨 정겹고 독특한 멋을 찾으려 달을 창에 걸어놓고 그 많은 별을 불러들여도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템이 떠오르지 않아 애달파 한다.'

 

전미야의 소설 <가죽신>에서 소설의 구성이 탈구조의 구조적 특성이 눈에 띄어 시대에 부응하고 장르 허물기의 실험으로 지금의 문학적 흐름인 오늘의 문학적 방향과 지향점이 돋보인다.

플롯 구성이 선명하고 일관성이 보이며 시적인 유려한 문장과 시적 감성이 가미된 문장으로 재미있게써서 허구적 진실인 소설의 개연성을 살려주고 있어 작품을 선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한 줄 한 줄마다 생명이 숨을 쉬고 있는 언어들로 짜여있어 살아움직이는 싱싱함을 느끼게 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흔들리지 않는 시점의 개입도 독자를 흡인시키는 작용을 한다.

 

과거 현재를 절묘하게 터치하고 있으며 꿈과 현실을 표가나지않게 대치시키고 詩적 응축과 은유적 의외성마저 적당한 장소에서 만나게 해 새로운 탈구조의 실험을 여러 곳에서 만난다.

 

이 소설 한 편으로도 깊은 인상이 여운으로 남아 손을 들어주는데 주저함이 없고 열심히 갈고 닦으면 큰 작가가 될 것으로 믿는다.

 

"언니! 아직이죠? 색감은 어떤 걸 쓸거예요?"

"글쎄, 세월의 더께를 둘러쓴 것 같은 느낌이면 좋겠지. 난 가죽도 사람 같다고 생각해. 나이가 들어야 비로소 세상을 알게 되고 중후한 멋이 배이듯이 가죽도 세월을 견디면서 헤지고 결마다 세월의 이끼가 끼어야만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색과 멋이 나오거든, 그게 가죽의 매력이지."

 

작가의 소설 쓰기에서 그 소설의 내용에서 깊게 들어간 전문성이 돋보여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등단이 곧 시작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심사의원: 최정숙, 강성숙, 박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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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소감

 

메마른 대지에 봄비가 촉촉히 내립니다. 빗물이 새싹을 띄우려 대지를 흥건히 적시는 오후 소설에 당선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긴 겨울을 견뎌내고 새봄을 맞는 기분이 무척 행복했습니다.

사람살이란 관습이라는 틀 때문에 마음 가는 대로 살아가기에는 많은 제재가 따르는데 글 속에서는 경계없이 넘나들 수있고 시(詩)보다 많은 이야기를 할 수있는 장점 때문에 소설(小說)을 동경해왔습니다. 그러다 소설을 써보겠다고 마음을 정하고 맨 처음 어려운 몇몇지인들께 '저 소설 씁니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 말은 힘들어도 실없는 사람이 되지않으려는 나하고의 약속인 셈이지요.

준비 없이 욕심만으로 시작한 소설이었기에 수없이 포기하고 싶었지만 주저앉지도 되돌아 갈 수도 없었던 건 지인들께 했던 말 때문이었답니다. 그렇게 1년을 보내고 그동안 썼던 글들이 소설인지 검증을 받아보고 싶어서 그 중 한편을 골라 '한국문학 예술'에 보냈는데 당선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부족한 글이기에 짝사랑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저에게 아름다운 약속을 지키게 해주신 심사의원님, 관계자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제는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소설가가 되는 꿈을 하나 더 키워보렵니다.

항상 좋은 글 쓰도록 응원해주는 우리 가족, 따뜻한 마음으로 지켜봐 주고 격례해 주신 고마운 분들께 감사드리면서 사랑한다는 말 전하고 싶습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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