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스노볼 1~2 (양장) - 전2권 소설Y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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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처음엔 그저 SF소설! 디스토피아! 라고만 생각했는데..책에서 꾸준히 반복해서 주는 메시지는 '내가 나로서 산다는 것'과 그것의 중요성, 소중함이다. 재미도 있는데 이런 감동마저 안겨주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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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세기 후(어쩌면 고작 몇 십년 후일지도 모른다) 들이닥친 기후 변화에 적응해 살아가는 사람들. 모든 디스토피아 소설은 현실 세계의 문제점을 반영한다고 한다. <스노볼> 역시 그런 문제점을 반영하고 있다. 사람들의 자유를 박탈하고, 노동력을 착취하면서 그러한 생활구조를 공정한 것이라 주입시키는 권락가와 혹한기라는 단어로도 부족할 만큼 냉혹한 기후 변화가 그렇다. 그렇지만 내가 특히 마음이 쓰였던 건 해리다. 고해리의 탄생과 성장, 소설 속 사람들에게 해리를 보여주는 방식, 사람들이 해리를 보는 방식, 해리의 죽음까지...현실의 아이돌 산업(특히 걸그룹), 그리고 해리처럼 사라진 내 또래의 여자 연예인들이 떠올라 마음이 먹먹해진다.

1권을 다 읽은 후 '아니, 그럼 이본은? 이 거대한 착취는 끝나지 않는 거야?' 하는 생각에 찝찝했는데, 2권에서는 이러한 점을 해소시켜주었다. 그 와중에도 이 책의 전반적인 메시지, '내가 나로서 산다는 것'에 대한 얘기는 계속에서 전해준다. '조력자인 줄 알았던 사람이 사실 숨은 악이었다'는 전개가 1권과 2권에서 계속 반복되는 점에서는 약간의 심리적 피로감이 몰려왔다...

가장 감동적이었던 건, 책 후반부 초밤이가 자신의 이름에 대해 얘기하는 장면. 초반에는 계속해서 현실에서 벗어나기를 바라고, 또 고해리로서의 삶을 바라던 초밤이가 자기로서의 인생이 어떤 것인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달았다는 게 마음에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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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양장) 소설Y
천선란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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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스릴러라니. 익숙하지 않은 장르라 고민했지만 좋아하는 정세랑 작가의 추천사만 믿고 일단 서평단 신청을 해봤는데, 덜컥 선정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다 읽고 나니 그 추천사가 이해된다. 죽은 이들을 잊지 않고, 죽은 이들이 남겨진 이들에게 남긴 것들의 가치를 알고, 살아있는 이들을 지키고, 살아날 이들을 사랑하는 마음. 그 마음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인데, 자주 잊게 되는 것 같다. 나는 아무래도 다정한 글이, 그리고 다정한 글을 쓰는 사람이 좋다. 많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자신의 따스함을 나누기를 바란다.


📌 미래가 하는 일은 전부 어렵고 고민할 이유가 없는 문제들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미래가 그런 고민을 하지 못하도록 막을 수는 없었으며 누군가에게는 그런 고민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나인, 미래, 현재가 서로를 이해하는 방식이 좋다. 이들은 서로의 비밀에 대해, 고민에 대해 자신의 기준대로 가치를 깎아내리지 않는다. 서로 비밀을 만들지 않지만, 비밀을 캐묻지도 않는다. 말하지 않으면 않는 대로 기다리고, 말하면 하는 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꼭 식물을 닮았다. 


 📌 피가 극도로 식으면 어는점에서 굳는다. 끓는점의 폭발은 분노와 모멸이고 어는점의 폭발은 상처와 서글픔 같다.

 📎 내가 어는점에 닿았던 순간을 생각한다. 나는 타인을 그곳으로 데려가지 않기를 다짐한다.


📌 나인이 진실을 밝히지 않는다고 해서 누구도 나인을 원망하지 않는다. 아는 인간이 아무도 없으니까. 그럼 모든 게 다 잘 풀릴 텐데. 그렇지만 아무리 봐도 잘 풀리는 게 아니다. 풀려야 하는 어떤 일을 영원히 풀지 못하도록 묻어 버리는 것이다. 

📌 그런 마음은 가지고 태어나는 건가 봐요.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없는 것 같아요. 가끔 생명을 죽이는 일에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는 인간들이 있잖아요. 그런 것처럼 나인도 그런 애 같아요. 사람을 살리는 일에 이유를 두지 않는다. 요즘 그 애는 그런 일을 하고 있어요.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을 함께 구하려고.

 📎 주인공 '나인'은 [보건교사 안은영]의 은영을 닮았다. 자기도 모르게, 어쩌지도 않았는데 영웅의 힘을 가지고 태어났고, 그 누구도 영웅의 책임을 지우지도 않았으며 모른 척 하더라도 역시 그 누구도 모를 텐데, 스스로가 위험해질 것을 감수하더라도 기어코 진실과 싸우는 인물들.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얼떨결에 주어진 영웅 역할을 외면하지 못하는. 이런 인물들은 사랑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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