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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의 방 ㅣ 위고의 그림책
그로 달레 지음, 스베인 뉘후스 그림, 신동규 옮김 / 위고 / 2021년 11월
평점 :
가장 보고 싶었던 책이면서도
여러번 심호흡 후 펼친 책이에요.
펼친 장면들에 덤덤히 때론 분노하며
부부 작가의 글과 그림의 섬세한 호흡과 신중하고도 자세한 심리묘사,
수만 번도 더했을 고민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전해져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아기자기하고 평화롭게 '금이' 곁을 채우던 인형들의 변화,
건강하고 빛났던 '금이'의 얼굴빛이 잿빛으로 변하던
순간부터 엄마에게 모든 것을 말 하던 때와 다시
돌아온 조금은 달라진 일상속
금이의 얼굴빛,
이어폰을 끼고 손에서 핸드폰과 리모컨을
놓치 않은 채, 쇼파 위에 앉아 눈과 입으로만
'우리 금이'를 외치는 아빠의 모습,
금이가 피해 입은 사실과 일어난 상황을 알고도
그 일에 대해서 들으려고도 말하려도 하지 않는
아빠의 다리 사이에 안전하게 보호 된 '가해자'를
볼 수 있는 집안 환경에선 분노가 일었습니다.
쉬쉬! 손가락으로 피해아동의 입을 가리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행태의 여전히 수 많은 곳에서
자행되는 자의적, 타의적 입막음.
우리가 입에 올리기 어려워 하는 '친족 성폭력' 뿐만이 아닌
가정내 자녀에게 그 어떤 형태로 자행되는 폭력은
모두 피해자를 비밀로 가두는 '문어의 방'으로 밀어 넣는 때가 많죠.
우리나라를 비롯 여러 나라에선 쫄깃한 식감으로
사랑받는 문어는 서양문화권, 특히 북유럽 쪽에선
그 외형과 습성 때문에 '악마의 물고기(devil fish)'라
불리며 식자재로 취급하지 않는 곳이 많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선조들도 관혼상제의 상차림에 반드시 올리는
귀한 해산물로 여겼지만 문어의 습성에 대해선 거부감을 나타내며
자신에게 해가 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문어 사랑’,
일제 강점기 징용으로 끌려간 조신인들을 가두는 집단수용소나
포로수용소의 독방을 ‘문어방’(文魚房)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북유럽 노르웨이 부부작가인 '그로 달레, 스베인 뉘후스'에
의해 그려진 문어가 이해가는 순간이였습니다.
부모에 의한 방임과 방치에 대한 사건,
멀리 가지 않고도 주변의 모습들을 목격할 때면
가슴이 답답해져 올 때가 많습니다.
'네 잘못이 아니야'
"교통사고 같은 거야. 아이와 교통법규를 잘 지키는
선한 사람은 예측 할 수 없는"
작게 말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폭력의 시작부터 해결에 이르기까지 상세하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현실과 비교하여 '판타지'라고 느끼기도 했지만,
어른은 어른답게, 안전하게 아이를 돌봐야 함을, 비상구 없는
탈출로에서 문을 열어 꺼내어 구해주는
어른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이 책이 더 많은 어린이와
더 많은 어른이 읽어
작가의 바람대로
100명의 더 나은 어른이 생겨나기를,
그리고 아프고 고통스러운 비밀을 안은채
살아가는 아이들이 자신의 편이 되어줄 어른에게
도움을 요청 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기민한 이성속에 다시 한번 무겁고 단단한 책임감을
세우게 되는 책이였습니다.
* 제이포럼 이벤트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