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 - 법정 스님 법문집
법정 지음, 맑고 향기롭게 엮음 / 시공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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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얼굴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자기의 특색을 실현하고 일깨우며 자기만의 특성을 내보이라고 이 지구상에 불려 나온 존재라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자는 자기 분수와 자기 틀 자기 자리에 맞게끔 행동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남의 자리를 탐내거나 남의 모습을 띠려 한다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시쳇말로 죽도 밥도 아닌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저마다 특색을 지닌 얼굴이 있기에 남의얼굴을 닮으려 해서는 안 됩니다. - P27

법당은 절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각자의 집에도 법당이있습니다. 우리의 마음이 가는 곳 그곳이 바로 법당입니다. 그런 마음으로 집에서 유리창을 닦건 마루를 닦건 정결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티 하나를 용납하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부지런히청소를 할 때 그 마음의 표현인 얼굴이 정결해지지 않을 수 없는 거지요. 그런데 모처럼 그런 좋은 기회가 찾아왔는데도 다른사람한테 시켜 버리지는 않으세요? 그러고서 아름다워지겠다고헬스클럽에 다니고, 외모를 가꾸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음식을 기를 쓰고 먹지는 않습니까? 지극히 일상적인 일 속에서도 얼마든지 아름다워질 수 있는데, 왜 그것을 돈을 들이면서 할까요?
우리 마음이 가는 곳이면 그곳이 바로 법당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다들 부처님을 마음속에 모시고 있어요. 우리의 그때 묻지 않은, 청결하고 정결한 마음이 바로 부처님 마음과 조금도 다를 게 없습니다. - P29

그리고 적게 말하세요. 말수가 적어야 됩니다. 절에 다니는신도들도 그래요. 전에 좀 다녀서 신도들끼리 알 만하고 친할 만하면 도마 위에 올려서 이리 요리하고 저리 요리하고 지지고 볶고 그러잖아요. 할 수 있는 한 적게 말하세요. 한 마디로 충분할때는 두 마디가 필요 없어요. 또 남의 허물을 보는 그런 버릇들을고쳐야 됩니다. 절에 다니고 교회 다니면서 남이 갖지 않은 신앙을 가졌다면, 말하는 습관부터 고쳐야 됩니다. 그래야 자기 영혼을 밝힐 수 있어요. 그래야 자기 얼굴을 지닐 수 있는 겁니다. - P45

사람과 먹은 지혜에서 나오지 지식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사람을 편하게 해 주고 포근하게 감싸 주는 것은 지혜이지 결코지식이 아닙니다. 지식은 사람을 성급하게 하고 참을성 없게 만들어요 요즘 아이들이 성급한 건 학교에서 지식과 정보만 익히기 때문이에요 아이들뿐인가요? 성인들도 마찬가지고, 정치하는 사람들, 경제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혜는 참고 견딜 줄 알게 합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밖으로쳐다보려고만 하지 않고 안을 들여다볼 여유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무언가를 가득 채우려고 하지 않고 텅텅 비우려는 노력을 기울입니다. - P49

대인관계에서도 그렇습니다. 말수가 적은 사람에게 신뢰감이 갑니다. 초면이건 구면이건 말이 많은 사람에게는 신뢰감이생기지 않아요. 저도 말수가 적은 사람한테는 내 마음을 활짝 열어 보이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말이 많은 사람에게는 마음의 문이 열리지 않습니다. 사실 인간과 인간의 만남에서는 말이 그렇게 필요하지 않습니다. 꼭 필요한 말만 할 수 있어야 돼요. 그런데 안으로 말이 여물도록 인내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냥 밖으로쏟아내고 마는 겁니다.
이것은 하나의 습관이에요. 생각이 떠오른다고 해서 불쑥불쑥 말로 쏟아 버리고 나면 안에 여무는 것이 없습니다. 때문에내면이 비어 있어요. 말의 의미가 안에서 여물도록 침묵의 여과기로 걸러 낼 수 있어야 됩니다. 불교 경전에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말이 적으면 어리석음이 지혜로 바뀐다.‘ 참는 버릇을 들 - P67

여야 됩니다. 생각난다고 해서 다 쏟아 내면 말의 의미가, 말의무게가 여물지 않습니다.
말의 무게가 없는 언어에는 메아리가 없습니다. 깊이 전달되지 않습니다. 오늘날 인간의 말이 소음으로 전락한 것도 침묵을 배경으로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간의 말이 소음과다름없이 여겨지고 있는 것입니다.
말을 안 해서 후회되는 일보다 말을 해서 후회되는 일이 얼마나 많습니까? 타인에 대한 비난도 그래요. 남에 대한 비난은언제나 오해를 동반합니다. 왜냐하면 아무도 그 사람의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을 비난하고 판단한다는 것은 이미 지나간 낡은 사람, 한 달 전이라든가두 달 전 혹은 며칠 전의 그 사람을 현재의 상황으로 재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 사이 그 사람의 내부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아무도 모르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비난은 늘 오해를 동반하게 마련입니다. - P68

탐욕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제가 기회 있을 때마다 늘하는 소리이고 《샘터》에도 몇 차례 썼습니다. 될 수 있는 한 적게 갖도록 노력해야 됩니다. 더욱 적을수록 더욱 귀합니다. 더욱사랑할 수 있어요 넘치는 것은 모자란 것만 못합니다. 우리에게는 모자란 것도 있어야 돼요. 그래야 갖고자 하는 희망이 생깁니다. 가령 옷가게에 새로운 옷이 걸렸다거나 새로운 물건이 나왔다고 할 때 그걸 단박에 사버리면 그것으로 끝나 버립니다. 한 - P72

며칠 가지고 있다가 그냥 시들해지는 거예요. 설령 그것을 살 만한 돈이 있다 하더라도 미루는 거예요. 그러면서 그 물건이 있는지 없는지 살피기 위해 그 가게 앞을 한 번씩 지나가 봐요. 그러면 그 물건을 볼 때마다 가슴이 부풀어요. 그것은 얼마든지 행복의 조건이 될 수 있는 거예요. 그런데 단박에 사버리면 그걸로끝나는 겁니다. 가지고 싶은 것이 있더라도 필요한 것이 있더라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생활필수품이 아닌 한 자꾸 미루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세원이라는 여과 장치를 통해서 그것이 진짜로내게 필요한 것인지, 없어도 좋을 것인지 판단이 섭니다. 그건행복의 조건이에요. 필요하다고 해서 그때그때 잔뜩 사들여 보세요. 얼마나 거추장스럽습니까? 결국에는 그 물건 더미에 깔려서 꼼짝 못하게 됩니다.
이사할 때를 생각해 보세요. 남 주기는 아깝고 버리기에는아쉬운 물건이 얼마나 많아요? 그것은 나한테 필요 없는 짐이에요. 그것은 구하지 않아도 좋을 물건들입니다. 지금 우리는 그런물건들 속에 갇혀서 살고 있어요. 풍요한 감옥 속에서 살고 있는겁니다.
- P73

사람은 살 줄 알아야 됩니다. 아무리 험한 세상이 오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절망하지 않고 꿋꿋이 여유 있게 살 줄 알아야 됩니다. 분수를 모르고 무엇인가에 집착하게 되면 그 집착이우리의 자유를, 우리가 훨훨 날아오를 수 있는 날개를 꺾고 말아요. 집착은 또한 우리의 자기희생을 방해합니다. 무엇인가를 가지고 싶다는 마음은 비이성적인 열정이에요. 그런 비이성적인열정에 들뜰 때 우리는 정신적으로 병듭니다. 냉정하게 생각할수 있어야 돼요. 우리 집에,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인가, 이런 판단 - P74

을 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해요. 단박에 그 자리에서 사들이면 몇 시간은 좋을 줄 몰라요. 그런데 그게 짐이 됩니다. 사나홀지나면 쳐다보지도 않아요.
사치는 가난과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목표는 풍부하게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풍요하게 존재하는 데 있습니다. 삶의 부피보다는 질을 문제 삼아야 합니다. 채우려고만 하지 말고 텅텅비울 수 있어야 됩니다. 그래야 새것이 들어올 수 있고, 텅 빈 데서 영혼의 메아리가 울려 나옵니다.
탐욕을 극복하려면 나누어 가질 수 있어야 돼요. 다른 사람한테 준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베푼다고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오만한 생각입니까? 내 것이 어디 있습니까? 원래 내 것은 없습니다. 잠시 맡아서 가지고 있는 겁니다. 이 세상에 나올 때 무엇을 가지고 나옵니까? 살 만큼 살다가 하직할 때도 가지고 갈 수없습니다. 원래 내 것이 아니기 때문에.
먼저 온 사람들의 노력으로 만든 것을 이 세상을 사는 동안잠시 관리하는 거예요. 그걸 잘 관리하면 그 기간이 연장됩니다.
그런데 관리를 잘못하면 단박에 회수 당해요. 세무 사찰을 통해서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우주의 질서예요. 나누어 갖는겁니다. 나누어 가질 때 내 영역이 내 개인의 영역이 그만큼 확장되는 겁니다. 물질만 나누어 갖는 것이 아닙니다. 기쁨도 슬픔도, 두려움도 나누어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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