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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영작문 수업 : 입문 - 기본 문형으로 익히는 영작의 기술, 최신 개정판 미국식 영작문 수업
최정숙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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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문 편의 시작이 문장 만들기 원리부터 시작하며 

문장의 5가지 형식에 대해 조심스레 다뤄주시니

처음에는 그냥 일반 문법 책의 작문 확장편 정도인가 착각했다.


아니다!!!

이 책은 단순 문법 책이 아니라,

진정 한국인들이 영어를 영어답게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 된 책이다!

그리고 저처럼 자신의 실력을 모르는 것들은 어설프게 중고급 보지 말고 입문 먼저 보시라!! 권한다^^


Sesson 1의 원어민이 읽고 쓰고 말하는 기본 문형에서

한국인은 1,3,4형식을 선호하고 2,5형식을 잘 활용하지 못한다고 서문에 말씀하시는데

오마낫!! 바로 나였다... 영작하라 해서 영작했는데 하고 보니 내 영작은 영어로 쓰인 한글스런 문장..ㅠ.ㅠ

정말 저는 2형식보다 1,3형식을 선호하는 천상 한국인이었습니다

(물론 영어 잘하는 한국인 말구요, 걍 영어에 대한 환상을 가진 한국인요^^;;)


영작문 패턴에 대해 설명해 주시고,

실제 한문장만 단순히 영작하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쓸 수 있도록 한글로 제시된 제시문을 한문장 한문장 영어로 작성해 

하나의 글을 완성하게끔 하는데

한글 제시문과 필요한 구문팁이 제시되고, 그리고 결국엔 완성된 하나의 글을 쓰게끔 해서 성취감을 주는 구성도 좋지만

무엇보다 이 책의 백미는 "속속들이 뜯어보는 영단어"라 하여

우리가 흔히 많이 사용하고 있으나 그 용도가 너무나 다양하여 헷갈리거나 이렇게도 사용이 가능한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는.. 흔히들 종이 사전에서 찾아보면 기본 2page는 잠식해버리는 고런 동사들을 많이 정리해서

좀더 쉽고 친근하게, 그리고 더 영어스럽게 쓸 수 있도록 해 둔 설명들이 아닌가 한다.


결국 이 책은 영문법+영작문+원어민 애용 영단어 뉘앙스까지 파헤치기!!가 복합된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실력이 이미 너무나 뛰어나신 분은 확인차 한번 대여를 활용하여 읽으실 수 있겠고,

책의 구성상 혼공, 혹은 그룹 스터디를 하기에도 좋다.

매 챕터마다 3가지 주요 태스크가 있고,

책 마무리에는 분철하면 더 좋을 듯한 "주요동사를 활용한 기본 문형"도 있으니

17주 일정으로 잡아서 주 3회 과제 해결로 공부를 해도 좋을 듯하다.

학교 방과후 교재로 활용하실 분들도 1학기 분량으로 딱이지 싶다.

아직은 책과 친구한지 일주일 밖에 안된 상태라 

내 공부는 전체 훑어보기와 필요한 부분 발췌독,

그리고 챕터 1에 머물러 있기에 아주 꼼꼼한 리뷰를 하지 못하는 점이 다소 아쉽긴 하지만

덕분에 올 연말까지 제대로 영작 공부할 수 있게 되었으니

감사한 마음으로 주신 책 열심히 공부하고 카페 등에 진짜 찐 후기를 쓸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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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평생을 같이 보내고 싶은 바람 없이도 한 여자를 사랑할 수 있어(찰스) - P111

처음으로 워딩턴과 단둘이 있게 되자 키티는 화제를 찰스에게로 돌렸다. 워딩턴은 그들이 도착한 날 저녁에 그에대해 이야기했다. 그녀는 찰스가 그녀의 남편과 구면인 사이 이상은 아닌 것처럼 꾸몄다.
워딩턴이 말했다.
"전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지루한 친구라고 늘생각했죠."
"후하지 못한 분이군요." 키티가 알 만하다는 듯 밝게농담조로 대답했다. "그는 홍콩에서 단연 최고의 인기를누리고 있는 사람인데요."
"압니다. 그게 그의 수완이랍니다. 그는 인기의 속성을이용하거든요. 만나는 사람들마다 이 세상에서 그가 만나고 싶었던 유일한 사람인 것처럼 구는 재주가 있으니까요.
언제나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라면 기꺼이 해 주고 해 주지 못할 경우에는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을 하려고노력하는 것 같은 인상을 주거든요."
"분명 매력적인 특성이군요."
"매력, 그 매력이란 놈은 결국 성가신 존재로 변하고 말죠. 별로 재미는 없지만 조금은 진실한 사람을 대한다면내면서 가면을 벗은 그를 한두 번 본 적이 있습니다. 알다더 좋지 않을까요? 전 찰스 타운센드를 오랫동안 알고지시피 전 대단한 인사도 못 되고 그저 세관의 하급 관리에불과합니다만, 제가 알기론 그는 이 세상에 자신 이외는어느 누구에게도 진심으로 손톱만큼도 신경을 쓰는 위인이아닙니다."
"키티는 의자에 편안히 몸을 기댄 채 웃는 눈으로 그를바라보았다. 그녀는 손가락에 낀 결혼반지를 빙빙 돌렸다.
"물론 그는 성공할 겁니다. 모든 연줄을 꿰차고 있으니까요. 내가 죽기 전에 그를 각하라고 부르며 그가 방에 들어오면 일어설 때가 오리라는 걸 충분히 예상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를 성공할 사람이라고 여겨요. 그가 유능하다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지요."
"유능해요? 말도 안 됩니다! 그는 아주 아둔한 남자입니다. 그는 일을 단숨에 해치우고 순전히 자신의 총명함으로그것을 해냈다는 인상을 준답니다. 사실은 그게 아니죠.
단지 그는 유라시아 인 점원처럼 근면한 것뿐입니다."
"그럼 그가 그토록 똑똑하다는 명성은 어떻게 얻었을까요?"
"세상에는 바보 같은 사람들이 많게 마련이고 어느 정도높은 지위의 사람이 우쭐거리지 않고 등을 툭툭 두드리면서 당신을 위해서라면 이 세상에 못할 게 없다고 말해 준다면 십중팔구 그를 똑똑하다고 생각하게 마련입니다. 게다가 물론, 그의 아내가 있죠. 능력 있는 여자랍니다.  - P140

평화는 일이나 쾌락, 이 세상이나 수녀원이 아닌 자신의 영혼 속에서만 찾을 수 있답니다.(원장수녀) - P190

"여태껏 한번도 보지 못한 아름다운 손을 가졌더군요.‘
키티가 말했다.
"하지만 그 손을 어떻게 쓰는지 보세요.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는답니다. 우리의 좋으신 원장님은 " - P197

"이런, 바보같이. 아름다움 또한 신의 선물이랍니다. 가장 귀하고 값진 것 중 하나죠. 그것을 소유했다면 그 행복에 감사하고, 그렇지 못하다 해도 우리의 즐거움을 위해다른 사람이 그것을 가졌다는 데 감사해야 합니다."(원장수녀가 키티에게) - P203

마음을 얻는 방법은 딱 하나입니다. 자신이 사랑을 주고 싶은 대상처럼 자신을 만들면 죄지요(원장 수녀) - P244

"난 이런 의문이 듭니다.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들이 한갓 환영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그들의 삶은 그 자체로 아름답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역겨움 없이 바
‘라볼 수 있도록 만드는 유일한 것은 인간이 이따금씩 혼돈속에서 창조한 아름다움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들이 그린 그림, 그들이 지은 음악, 그들이 쓴 책, 그들이 엮은삶.이 모든 아름다움 중에서 가장 다채로운 것은 아름다운 삶이죠. 그건 완벽한 예술 작품입니다."
키티는 한숨을 쉬었다. 그의 말이 어렵게 들렸다. 그녀는 더 듣고 싶었다.
그가 말을 이었다.
"교향곡 연주회에 가 본 적 있습니까?"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네. 난 음악은 아무것도 모르지만 좋아해요."
"관현악단의 각 단원들이 자신의 작은 악기를 연주할 때허공 속으로 퍼져 나가는 복잡한 하모니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까요? 그들은 오직 그들 자신의 작은 역할에만 신경씁니다. 하지만 그들도 교향곡이 아름답다는 걸 압니다.
듣는 사람이 없어도 그것은 여전히 아름답고 그들도 자신의 역할에 만족합니다." - P266

"의무를 이행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하지만 그게 당신이 해야 할 일이라는 걸 명심하세요. 그리고 손이더러워지면 반드시 씻는 것보다 더 기특한 일은 없다는것도요. 단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의무에 대한 사랑입니다. 사랑과 의무가 하나이면 은총이 당신 안에 머물 거예요. 그리고 당신은 모든 이해를 초월하는 행복을 맛볼 겁니다."
수녀원 문이 마지막으로 그녀 뒤에서 닫혔다. - P278

키타는 편지의 요점이 한정된 기간의 초대에 있음을 깨담았다. 가스턴 부인은 넉넉지 못한 상황에서 과부가 된발을 떠맡을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그녀의 어머니가 얼마나 그녀를 아꼈는지 생각해 보면 딸에게 실망했다고 해서발을 군식구 취급을 하다니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란 얼마나 이상한가! 자식이 어릴 때부모들은 아이들을 애지중지하고 그맘때 흔히 치르는 가벼운 병치레에도 노심초사하며 아이들은 부모에게 사랑과 애점으로 매달린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서 아이들이 성장하면 피붙이가 아닌 사람들이 아버지나 어머니보다 자신들의행복을 위해 더욱 중요해진다. 그리고 무관심이 과거의 맹목과 본능적인 사랑의 자리를 대신한다. 그들의 만남은 지루함과 짜증의 장으로 변질된다. 일단 한 달간 떨어져 지내는 어수선함을 겪고 나면 몇 년간 떨어져 지내는 것도아무렇지 않고 오히려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 P315

해라.
그들은 방금 만난 낯선 사람들보다 더 서먹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만약 그들이 정말 낯선 사람들이었다면 그것이 그가 그녀에게 관심과 호기심을 가질 만한 이유가 됐겠지만 오히려 그들이 공유한 과거가 부녀 사이를 가로막는무관심의 장벽으로 작용했다. 키티는 자신이 아버지의 애정을 얻기 위해서 한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너무 잘알고 있었다. 그는 집안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던 적이없었고 그저 당연한 존재였으며 가족에게 더 화려한 것을제공할 수 없다는 이유로 다소 멸시를 받아야 했으며 돈을벌어오는 사람에 불과했다. 그런데 그녀는 그가 아버지이기 때문에 그녀에 대한 그의 사랑을 당연시했고 그 때문에그녀에 대한 그의 공허한 마음을 알게 되자 충격을 받았다. 그들 모두가 그를 지겨워한다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었지만 그도 똑같이 그들을 지겨워한다고는 한번도 생각지못했다. 그녀가 고난을 겪으며 터득한 슬픈 통찰력은, 아버지는 언제나 다정하고 조용한 사람이지만, 절대로 자신에게인정하지 않았을 것이고 앞으로도 안 할지라도 마음속으로는 그녀를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녀에게 암시하고 있었다. - P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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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오히려
"골프는 인간의 죄를 벌하기 위해 스코틀랜드의 칼비니스트들이 창조해 낸 전염병"이라고 한 말을 상기해 봄직하다.
오늘 우리 현실은 개인의 기본권이라 할지라도 나라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가차없이 유보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수 계층만이 즐기는 취미는 사회적 계층 의식을 심화시켜 마침내 국력의 약화를 초래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런 현상은 이른바유신 이념에 부합될 수 없을 것이다. 바람직한 취미라면 나만이 즐기기보다 고결한 인품을 키우고 생의 의미를 깊게 하여,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것이어야 한다.
오늘 나의 취미는 끝없는 끝없는 인내다. 1973 - P16

이 쾌청의 날씨에 나는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벽을 바라보고 좌선을 할 것인가, 먼지 묻어 퀴퀴한 경전을펼칠 것인가. 그런 짓은 아무래도 궁상스럽다. 그리고 그것은이토록 맑고 푸르른 가을 날씨에 대한 결례가 될 것이다. 그저시성거리기만 해도 내 안에서 살이 오르는 소리가 들리는데,
이밖에 무엇을 더 받아들인 말인가.
가을 하면 독서의 계절을 연상한다는 친구를 만나 어제는즐겁게 입씨름을 했다. 내 반론인즉 가을은 독서하기에 가장부적당한 비독서지절非讀之이라는 것. 물론 덥지도 춥지도않은 주야장秋夜長에 책장을 넘기는 그 뜻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어디 그 길이 종이와 활자로 된 책에만 있을 것인가 이 좋은 날에 그게 그것인 정보와 지식에서 좀 해방될 수는 없단 말인가. 이런 계절에는 외부의 소리보다 자기 안에서 들리는 그소리에 귀기울이는 게 제격일 것 같다.
독서의 계절이 따로 있어야 한다는 것부터 이상하다. 얼마나 책하고 인연이 멀면 강조 주간 같은 것을 따로 설정해야 한단 말인가.
독서가 취미리는 학생, 그건 정말 우습다. 노동자나 정치인이나 군인들의 취미가 독서라면 모르지만, 책을 읽고 거기에서 배우는 것이 본업인 학생이 그 독서를 취미쯤으로 여기고있다니 정말 우스운 일이 아닌가 하기야 단행본을 내 봐도껏해야 1,2천 부밖에 나가지 않는데, 어느 외국 백과사전은 3만 부도 넘게 팔렸다는 게 우리네 독서풍토이긴 하지만.
그렇더라도 나는 이 가을에 몇 권의 책을 읽을 것이다. 술술읽히는 책 말고, 읽다가 자꾸만 덮어지는 그런 책을 골라 읽을것이다. 좋은 책이란 물론 거침없이 읽히는 책이다. 그러나 진짜 양서는 읽다가 자꾸 덮이는 책이어야 한다. 한두 구절이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주기 때문이다. 그 구절들을 통해서 나 자신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양서란 거울 같은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그 한 권의 책이 때로는 번쩍 내 눈을 뜨게 하고, 안이해지려는 내 일상을 깨우쳐 준다.
그와 같은 책은 지식이나 문자로 쓰여진 게 아니라 우주의입김 같은 것에 의해 쓰여졌을 것 같다. 그런 책을 읽을 때 우리는 좋은 친구를 만나 즐거울 때처럼 시간 밖에서 온전히 쉴수 있다. 1973 - P18

우리들이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게 되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적잖이 마음이 쓰이게 된다. 그러니까 무엇인가를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다. 필요에 따라 가졌던 것이 도리어 우리를 부자유하게 얽어맨다고할 때 주객이 전도되어 우리는 가짐을 당하게 된다. 그러므로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흔히 자랑거리로 되어 있지만, 그만큼많이 얽혀 있다는 측면도 동시에 지니고 있다. - P24


인간의 역사는 어떻게 보면 소유사所有史처럼 느껴진다. 보다 많은 자기네 몫을 위해 끊임없이 싸우고 있다. 소유욕에는한정도 없고 휴일도 없다. 그저 하나라도 더 많이 갖고자 하는일념으로 출렁거리고 있다. 물건만으로는 성에 차질 않아 사람까지 소유하려 든다. 그 사람이 제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는끔찍한 비극도 불사하면서. 제정신도 갖지 못한 처지에 남을가지려 하는 것이다.
소유욕은 이해와 정비례한다. 그것은 개인뿐 아니라 국가간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어제의 방들이 오늘에는 맞서게 되는가 하면, 서로 으르렁대던 나라끼리 친선사절을 교환하는사례를 우리는 얼마든지 보고 있다. 그것은 오로지 소유에 바탕을 둔 이해관계 때문이다. 만약 인간의 역사가 소유에서무소유사로 그 방향을 바꾼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싸우는 일V은 거의 없을 것이다. 주지 못해 싸운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간디는 또 이런 말도 하고 있다.
"내게는 소유가 범죄처럼 생각된다………"
그가 무엇인가를 갖는다면 같은 물건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이 똑같이 가질 수 있을 때 한한다는 것. 그러나 그것은 거의불가능한 일이므로 자기 소유에 대해서 범죄처럼 자책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들의 소유 관념이 때로는 우리들의 눈을 멀게 한다. 그래서 자기의 분수까지도 돌볼 새 없이 들뜬다. 그러나 우리는언젠가 한 번은 빈손으로 돌아갈 것이다. 내 이 육신마저 버리고 홀홀히 떠나갈 것이다. 하고 많은 물량일지라도 우리를 어떻게 하지 못할 것이다.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물건으로 인해 마음을 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한번쯤 생각해볼말씀이다.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는 것은 무소유의 또다른 의미이다. 1971 - P26

그래서 얼마 전부터는 생각을 고쳐 먹기로 했다. 조금 늦을때마다 ‘너무 일찍 나왔군‘ 하고 스스로 달래는 것이다. 다음배편이 내 차례인데 미리 나왔다고 생각하면 마음에 여유가생긴다. 시간을 빼앗긴 데다 마음까지 빼앗긴다면 손해가 너무 많다.
똑같은 조건 아래서라도 희노애락의 감도가 저마다 다른 걸 보면, 우리들이 겪는 어떤 종류의 고와 낙은 객관적인 대상에 보다도 주관적인 인식 여하여 달린 것 같다. 아름다운 장미꽃에 하필이면 가시 돋쳤을까 생각하면 속이 상한다. 하지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가시에서 저토록 아름다운 장미꽃이 피어났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감사하고 싶어진다. - P30

에게이해란 정말 가능한 걸까. 사랑하는 사람들은 서로가 상대방을 이해하노라고 입술에 침을 바른다. 그리고 그러한 순간에서 영원을 살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 이해가 진실한 것이라면 항상 불변해야 할 텐데 번번이 오해의 구렁으로 떨어진다.
나는 당신을 이해합니다라는 말은 어디까지나 언론 자유에속한다. 남이 나를, 또한 내가 남을 어떻게 온전히 이해할 수있단 말인가. 그저 이해하고 싶을 뿐이지. 그래서 우리는 모두가 타인이다. - P31

사람은 저마다 자기 중심적인 고정관념을 지니고 살게 마련이다. 그러기 때문에 어떤 사물에 대한 이해도 따지고 보면 그관념의 신축 작용에 지나지 않는다. 하나의 현상을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은 걸 봐도 저마다 자기 나름의 이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 나름의 이해‘ 란 곧 오해의 발판이다. 우리는 하나의색맹에 불과한 존재다. 그런데 세상에는 그 색맹이 또 다른 색맹을 향해 이해해 주지 않는다고 안달이다. 연인들은 자기만이 상대방을 속속들이 이해하려는 맹목적인 열기로 하여 오해의 안개 속을 헤매게 된다.
그러고 보면 사랑한다는 것은 이해가 아니라 상상의 날개에편승한 찬란한 오해다. "나는 당신을 죽도록 사랑합니다"라는말의 정체는 "나는 당신을 죽도록 오해합니다" 일지도 모른다. - P32

사형수에게는 일분 일초가 생명 그 자체로 실감된다고 한다. 그에게는 내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오늘을 살고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오늘에 살고 있으면서도 곧잘 다음날로 미루며 내일에 살려고 한다. 생명의한 토막인 하루하루를 소홀히 낭비하면서도 뉘우침이 없다. - P40

잘산다는 것은 결코 편리하게 사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우선 우리는 보행의 반경을 잃은 것이었다. 그리고 차단된 시야 속에서 살았던 것이다. 걷는다는ㅇ것은 단순히 몸의 동작만이 아니라 거기에는 활발한 사고 작용도 따른다. 툭 트인 시야는 무한을 느끼게 한다.
그곳에는 수직 공간은 있어도 평면 공간이 없었다. 그래서이웃과도 온전히 단절되어 있었다. 오르내리는 엘리베이터 속의 얼굴들도 서로가 맨숭맨숭한 타인들. 그리고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흙이다. 그렇다, 인간의 영원한 향수 같은 그 흙이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늘 추상적으로 살았던 것이다. 마치 온실 속의 식물처럼.
흙과 평면 공간, 이것을 등지고 인간이 어떻게 잘 살 수 있을 것인가. 그런데 현대 문명의 권속들은 그저 편리한 쪽으로만 치닫고 있다. 그 결과 평면과 흙을 잃어 간다. 불편을 극복해 가면서 사는 데에 건강이 있고 생의 묘미가 있다는 상식에서조차 멀어져 가고 있다. 불편하게는 살 수 있어도 흙과 평면공간 없이는 정말 못 살겠더라. 1972 - P43

용서란 타인에게ㅇ베푸는 자비심이라기보다, 흐트러지려는 나를 나 자신이 거두어들이는 일이 아닐까 싶다 - P47

남들을 향해서는 곧잘 베풀라고 하면서 지금까지 나 자신은무엇을 얼마나 베풀어 왔느냐. 지금 저 소리는 너의 잠을 방해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집이 없는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 주기위해 터를 닦는 소리다. 이 소리도 못 듣겠다는 게냐?
그리고 그 일터에는 수백 명의 노동자들이 밤잠도 못 자며땀 흘려 일을 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저마다 몇 사람씩 딸린부양가족이 있을 것이다. 그들 가족 중에는 지금 입원 환자도있을 거고, 등록금을 내야 할 학생도 있을 것이다. 연탄도 들여야 하고, 눈이 내리기 전에 김장도 해야 할 것이다. 내가 그들에게 보내 주지는 못할망정살기 위해 일하는 소리조차 듣기 싫다는 게냐?
이처럼 생각이 돌이켜지자 그토록 시끄럽고 골이 아프던 소음이 아무렇지 않게 들렸다. - P55

그 길로 부엌에 나가 태워 버렸다. 최초의 분서였다. 그때는죄스럽고 좀 아깝다는 생각이었지만, 며칠 뒤에야 책의 한계같은 걸 터득할 수 있었다. 사실 책이란 한낱 지식의 매개체에불과한 것. 거기에서 얻는 것은 복잡한 분별이다. 그 분별이무분별의 지혜로 심화되려면 자기 응시의 여과 과정이 있어야한다. - 주홍글씨를 읽으며 - P65

읽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다른 목소리를 통해 나 자신의 근원적인 음성을 듣는 일이 아닐까. - P69

인정이 많으면 도심 성글다는 옛 선사들의 말을 빌릴이것도 없이, 집착은 우리를 부자유하게 만든다. 해탈이란 온갖얽힘으로부터 벗어난 자유자재의 경지를 말한다. 그런데 그얽힘의 원인은 다른 데 있지 않고 집착에 있는 것이다. 물건에대한 집착보다도 인정에 대한 집착은 몇 곱절 더 질기다. 출가는 그러한 집착의 집에서 떠남을 뜻한다. 그러기 때문에 출가한 사문들은 어느 모로 보면 비정하리만큼 금속성에 가깝다.
그러나 그러한 냉기는 어디까지나 긍정의 열기로 향하는 부정의 단계다. 긍정의 지평에 선 보살의 자비는 봄볕처럼 따사롭다. - P75

구도의 길에서 안다는 것은 행行에 비할 때 얼마나 보잘 것없는 것인가. 사람이 타인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은 지식이나말에 의해서가 아님을 그는 깨우쳐 주었다. 맑은 시선과 조용한 미소와 따뜻한 손길과 그리고 말이 없는 행동에 의해서 혼과 혼이 마주치는 것임을 그는 몸소 보여주었다.
수연! 그 이름처럼 그는 자기 둘레를 항상 맑게 씻어 주었다. 평상심이 도임을 행동으로 보였다. 그가 성내는일을 나는 한번도 본 적이 없다. 그는 한 말로 해서 자비의 화신이었다.
그를 생각할 때마다 사람은 오래 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어떻게 사느냐가 문제로 떠오른다. 1970 - P78

이와 같은 학문이나 지식을 나는 신용하고 싶지 않다. 현대인들은 자기 행동은 없이 남의 흉내만 내면서 살려는 데에맹점이 있다. 사색이 따르지 않는 지식을 행동이 없는 지식인을 어디에다 쓸 것인가. 아무리 바닥이 드러난 세상이기로, 진리를 사랑하고 실현해야 할 지식인들까지 곡학아세비겁한 침묵으로써 처신하려 드니, 그것은 지혜로운 일이 아니라 진리에 대한 배반이다.
얼마만큼 많이 알고 있느냐는 것은 대단한 일이 못 된다. 아는 것을 어떻게 살리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인간의 탈을 쓴 인형은 많아도 인간다운 인간이 적은 현실 앞에서 지식인이 할일은 무엇일까. 먼저 무기력하고 나약하기만 한 그 인형의 집에서 나오지 않고서는 어떠한 사명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무학無學이란 말이 있다. 전혀 배움이 없거나 배우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다. 학문에 대한 무용론도 아니다. 많이 배웠으면서도 배운 자취가 없는 것을 가리킴이다. 학문이나 지식을 코에 걸지 않고 지식 과잉에서 오는 관념성을 경계한 뜻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 지식이나 정보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롭고 발랄한 삶이 소중하다는 말이다. 여러 가지 지식에서 추출된 진리에 대한 신념이 일상화되지 않고서는 지식 본래의 기능을 다할 수 없다. 지식이 인격과 단절될 때 그 지식인은 사이비요 위선자가 되고 만다. - P91

<법구경>에는 이런 비유가 있다.
녹은 죄에서 생긴 것인데 점점 그 죄를 먹는다"
이와 같이 그 마음씨가 그늘지면 그 사람 자신이 녹슬고 만다는 뜻이다.
우리가 온전한 사람이 되려면, 내 마음을 내가 쓸 줄 알아야한다. 그것은 우연히 되는 것이 아니고 일상적인 대인 관계를통해서만 가능하다. 왜 우리가 서로 증오해야 한단 말인가. 우리는 같은 배를 타고 같은 방향으로 항해하는 나그네들 아닌77. 1975 - P95

하루하루 나 자신의 입에서토해지는 말을 홀로 있는 시간에 달아 보면 대부분 하잘것없는 소음이다. 사람이 해야할 말이란 꼭 필요한 말이거나 ‘참말‘이어야 할 텐데 불필요한말과 거짓말이 태반인 것을 보면 우울하다. 시시한 말을 하고나면 내 안에 있는 빛이 조금씩 새어 나가는 것 같아 말끝이늘 허전해진다.
좋은 친구란 무엇으로 알아볼 수 있을까를 가끔 생각해 보는데, 첫째 같이 있는 시간에 대한 의식으로 알 수 있을 것 같다. 같이 있는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지면 아닐 것이고, 벌써이렇게 됐어? 할 정도로 같이 있는 시간이 빨리 흐른다면 그는정다운 사이다. 왜냐하면 좋은 친구하고는 시간과 공간 밖에서 살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기도를 올려 보면 더욱 잘 알 수있다. 기도가 순일하게 잘될 경우는 시공 안에서 살고 있는 일상의 우리이지만 분명히 시공 밖에 있게 되고, 그렇지 못할 때는 자꾸 시간을 의식하게 된다. 시간과 공간을 의식하게되면 그건 허울뿐인 기도다.
~ 우리는 또 무엇으로 친구를 알아볼 수 있을까. 그렇다. 말이없어도 지루하거나 따분하지 않은 그런 사이는 좋은 친구일것이다. 입 벌려 소리내지 않더라도 넉넉하고 정결한 뜰을 서로가 넘나들 수 있다. 소리를 입 밖에 내지 않을 뿐, 구슬처럼영롱한 말이 침묵 속에서 끊임없이 오고 간다. 그런 경지에는시간과 공간이 미칠 수 없다.
말이란 늘 오해를 동반하게 된다. 똑같은 개념을 지닌 말을가지고도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것은 서로가 말 뒤에 숨은 뜻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엄마들이 아가의 서투른 말을 아내알아들을 수 있는 것은 말소리보다 뜻에 귀기울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사랑은 침묵 속에서 이루어진다.
사실 침묵을 배경 삼지 않는 말은 소음이나 다를 게 없다.
생각없이 불쑥불쑥 함부로 내뱉는 말을 주워 보면 우리는 말과 소음의 한계를 알 수 있다. 오늘날 우리들의 입에서 토해지는 말씨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자꾸만 거칠고 천박하고 야비해져 가는 현상은 그만큼 내면이 헐벗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안으로 침묵의 조명을 받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급한 현대인들은 자기 언어를 쓸 줄 모른다. 정치권력자들이, 탤런트들이, 가수가, 코미디언이 토해낸 말을 아무런 저항도 없이 그대로 주워서 흉내내고 있다. 그래서 골이비어 간다. 자기 사유마저 빼앗기고 있다.
수도자들에게 과묵이나 침묵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것도 바로 그 점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묵상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안에 고여 있는 말씀을 비로소 듣는다. 내면에서 들려오는 그소리는 미처 편집되지 않은 성서다. 우리들이 성서를 읽는 본질적인 의미는 아직 활자화되어 있지 않은 그 말씀까지도 능히 알아듣고 그와 같이 살기 위해서가 아니겠는가. - P100

침묵의 의미는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는 대신 당당하고 참된 말을 하기 위해서이지, 비겁한 침묵을 고수하기 위해서가아니다. 어디에도 거리낄 게 없는 사람만이 당당한 말을 할 수있다. 당당한 말이 흩어진 인간을 결합시키고 밝은 통로를 뚫을 수 있다. - P103

말씨는 곧 그 사람의 인품을 드러내게 마련이다. 또한 그 말씨에 의해서 인품을 닦아갈 수도 있는 거야. 그러기 때문에 일상 생활에 주고받는 말은 우리들의 인격 형성에 꽤 큰 몫을 차지한다. 그런데 아름다운 소녀들의 입에서 거칠고 야비한 말이 거침없이 튀어나올 때 어떻게 되겠니? 꽃가지를 스쳐오는바람결처럼 향기롭고 아름다운 말만 써도 다 못하고 죽을 우리인데,
언젠가 버스 종점에서 여차장들끼리 주고받는 욕지거리로시작되는 말을 듣고 나는 하도 불쾌해서 그 차에서 내리고 말았다. 고물차에서 풍기는 기름 냄새는 골치만 아프면 그만이지만, 욕지거리는 듣는 마음 속까지 상하게 한다. 그것은 인간의 대화가 아니라 시궁창에서 썩고 있는 추악한 악취나 다름없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 잠시라도 나를 빠지게 할 수가 없었다.
욕지거리가 인간의 대화로 통용되고 있는 요즘 세상임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배우지 못했거나 생활 환경이 무질서한 그런 애들과는 달라야 한다.
‘아름답다는 것은 그 사실만으로도 큰 보람‘ 이란 말을 앞에서 했다. 그럼 아름다움이란 뭘까. 밖에서 문지르고 발라 그럴듯하게 치장해 놓은 게 아름다움은 물론 아니다. 그건 눈속임이지. 그건 이내 지워지고 만다. 아름다움이 영원한 기쁨이라면 그건 결코 일시적인 겉치레일 수 없어. 두고 볼수록 새롭게 피어나야 한다. 그러기 때문에 아름다움은 하나의 발견일 수도 있어. 투명한 눈에만 비치기 때문이다. - P134

모든 오해는 이해 이전의 상태이다. 따라서 올바른 비판은 올바른 인식을 통해서만 내려질 수 있다. - P141

말 많은 이웃들은 피곤을 동반한다. 그런 이웃은 헐벗은 자기 꼴을 입술로 덮으려는 것이다. 그런 말은 소음에서 나와 소음으로 사라져간다. 그러나 말수가 적은 사람들의 말은 무게를 가지고 우리 영혼 안에 자리를 잡는다. 그래서 오래오래 울린다. 인간의 말은 침묵에서 나와야 한다. 태초에 말씀이 있기이전에 깊은 침묵이 있었을 것이다.
현대는 정말 피곤한 소음의 시대다. 카뮈의 뫼르소가 오늘에 산다면 이제는 햇빛 때문이 아니라 소음 때문에 함부로 총질을 할지 모르겠다. 1972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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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씀 - 법정 스님 법문집
법정 지음, 맑고 향기롭게 엮음 / 시공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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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얼굴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자기의 특색을 실현하고 일깨우며 자기만의 특성을 내보이라고 이 지구상에 불려 나온 존재라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자는 자기 분수와 자기 틀 자기 자리에 맞게끔 행동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남의 자리를 탐내거나 남의 모습을 띠려 한다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시쳇말로 죽도 밥도 아닌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저마다 특색을 지닌 얼굴이 있기에 남의얼굴을 닮으려 해서는 안 됩니다. - P27

법당은 절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각자의 집에도 법당이있습니다. 우리의 마음이 가는 곳 그곳이 바로 법당입니다. 그런 마음으로 집에서 유리창을 닦건 마루를 닦건 정결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티 하나를 용납하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부지런히청소를 할 때 그 마음의 표현인 얼굴이 정결해지지 않을 수 없는 거지요. 그런데 모처럼 그런 좋은 기회가 찾아왔는데도 다른사람한테 시켜 버리지는 않으세요? 그러고서 아름다워지겠다고헬스클럽에 다니고, 외모를 가꾸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음식을 기를 쓰고 먹지는 않습니까? 지극히 일상적인 일 속에서도 얼마든지 아름다워질 수 있는데, 왜 그것을 돈을 들이면서 할까요?
우리 마음이 가는 곳이면 그곳이 바로 법당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다들 부처님을 마음속에 모시고 있어요. 우리의 그때 묻지 않은, 청결하고 정결한 마음이 바로 부처님 마음과 조금도 다를 게 없습니다. - P29

그리고 적게 말하세요. 말수가 적어야 됩니다. 절에 다니는신도들도 그래요. 전에 좀 다녀서 신도들끼리 알 만하고 친할 만하면 도마 위에 올려서 이리 요리하고 저리 요리하고 지지고 볶고 그러잖아요. 할 수 있는 한 적게 말하세요. 한 마디로 충분할때는 두 마디가 필요 없어요. 또 남의 허물을 보는 그런 버릇들을고쳐야 됩니다. 절에 다니고 교회 다니면서 남이 갖지 않은 신앙을 가졌다면, 말하는 습관부터 고쳐야 됩니다. 그래야 자기 영혼을 밝힐 수 있어요. 그래야 자기 얼굴을 지닐 수 있는 겁니다. - P45

사람과 먹은 지혜에서 나오지 지식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사람을 편하게 해 주고 포근하게 감싸 주는 것은 지혜이지 결코지식이 아닙니다. 지식은 사람을 성급하게 하고 참을성 없게 만들어요 요즘 아이들이 성급한 건 학교에서 지식과 정보만 익히기 때문이에요 아이들뿐인가요? 성인들도 마찬가지고, 정치하는 사람들, 경제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혜는 참고 견딜 줄 알게 합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밖으로쳐다보려고만 하지 않고 안을 들여다볼 여유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무언가를 가득 채우려고 하지 않고 텅텅 비우려는 노력을 기울입니다. - P49

대인관계에서도 그렇습니다. 말수가 적은 사람에게 신뢰감이 갑니다. 초면이건 구면이건 말이 많은 사람에게는 신뢰감이생기지 않아요. 저도 말수가 적은 사람한테는 내 마음을 활짝 열어 보이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말이 많은 사람에게는 마음의 문이 열리지 않습니다. 사실 인간과 인간의 만남에서는 말이 그렇게 필요하지 않습니다. 꼭 필요한 말만 할 수 있어야 돼요. 그런데 안으로 말이 여물도록 인내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냥 밖으로쏟아내고 마는 겁니다.
이것은 하나의 습관이에요. 생각이 떠오른다고 해서 불쑥불쑥 말로 쏟아 버리고 나면 안에 여무는 것이 없습니다. 때문에내면이 비어 있어요. 말의 의미가 안에서 여물도록 침묵의 여과기로 걸러 낼 수 있어야 됩니다. 불교 경전에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말이 적으면 어리석음이 지혜로 바뀐다.‘ 참는 버릇을 들 - P67

여야 됩니다. 생각난다고 해서 다 쏟아 내면 말의 의미가, 말의무게가 여물지 않습니다.
말의 무게가 없는 언어에는 메아리가 없습니다. 깊이 전달되지 않습니다. 오늘날 인간의 말이 소음으로 전락한 것도 침묵을 배경으로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간의 말이 소음과다름없이 여겨지고 있는 것입니다.
말을 안 해서 후회되는 일보다 말을 해서 후회되는 일이 얼마나 많습니까? 타인에 대한 비난도 그래요. 남에 대한 비난은언제나 오해를 동반합니다. 왜냐하면 아무도 그 사람의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을 비난하고 판단한다는 것은 이미 지나간 낡은 사람, 한 달 전이라든가두 달 전 혹은 며칠 전의 그 사람을 현재의 상황으로 재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 사이 그 사람의 내부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아무도 모르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비난은 늘 오해를 동반하게 마련입니다. - P68

탐욕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제가 기회 있을 때마다 늘하는 소리이고 《샘터》에도 몇 차례 썼습니다. 될 수 있는 한 적게 갖도록 노력해야 됩니다. 더욱 적을수록 더욱 귀합니다. 더욱사랑할 수 있어요 넘치는 것은 모자란 것만 못합니다. 우리에게는 모자란 것도 있어야 돼요. 그래야 갖고자 하는 희망이 생깁니다. 가령 옷가게에 새로운 옷이 걸렸다거나 새로운 물건이 나왔다고 할 때 그걸 단박에 사버리면 그것으로 끝나 버립니다. 한 - P72

며칠 가지고 있다가 그냥 시들해지는 거예요. 설령 그것을 살 만한 돈이 있다 하더라도 미루는 거예요. 그러면서 그 물건이 있는지 없는지 살피기 위해 그 가게 앞을 한 번씩 지나가 봐요. 그러면 그 물건을 볼 때마다 가슴이 부풀어요. 그것은 얼마든지 행복의 조건이 될 수 있는 거예요. 그런데 단박에 사버리면 그걸로끝나는 겁니다. 가지고 싶은 것이 있더라도 필요한 것이 있더라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생활필수품이 아닌 한 자꾸 미루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세원이라는 여과 장치를 통해서 그것이 진짜로내게 필요한 것인지, 없어도 좋을 것인지 판단이 섭니다. 그건행복의 조건이에요. 필요하다고 해서 그때그때 잔뜩 사들여 보세요. 얼마나 거추장스럽습니까? 결국에는 그 물건 더미에 깔려서 꼼짝 못하게 됩니다.
이사할 때를 생각해 보세요. 남 주기는 아깝고 버리기에는아쉬운 물건이 얼마나 많아요? 그것은 나한테 필요 없는 짐이에요. 그것은 구하지 않아도 좋을 물건들입니다. 지금 우리는 그런물건들 속에 갇혀서 살고 있어요. 풍요한 감옥 속에서 살고 있는겁니다.
- P73

사람은 살 줄 알아야 됩니다. 아무리 험한 세상이 오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절망하지 않고 꿋꿋이 여유 있게 살 줄 알아야 됩니다. 분수를 모르고 무엇인가에 집착하게 되면 그 집착이우리의 자유를, 우리가 훨훨 날아오를 수 있는 날개를 꺾고 말아요. 집착은 또한 우리의 자기희생을 방해합니다. 무엇인가를 가지고 싶다는 마음은 비이성적인 열정이에요. 그런 비이성적인열정에 들뜰 때 우리는 정신적으로 병듭니다. 냉정하게 생각할수 있어야 돼요. 우리 집에,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인가, 이런 판단 - P74

을 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해요. 단박에 그 자리에서 사들이면 몇 시간은 좋을 줄 몰라요. 그런데 그게 짐이 됩니다. 사나홀지나면 쳐다보지도 않아요.
사치는 가난과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목표는 풍부하게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풍요하게 존재하는 데 있습니다. 삶의 부피보다는 질을 문제 삼아야 합니다. 채우려고만 하지 말고 텅텅비울 수 있어야 됩니다. 그래야 새것이 들어올 수 있고, 텅 빈 데서 영혼의 메아리가 울려 나옵니다.
탐욕을 극복하려면 나누어 가질 수 있어야 돼요. 다른 사람한테 준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베푼다고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오만한 생각입니까? 내 것이 어디 있습니까? 원래 내 것은 없습니다. 잠시 맡아서 가지고 있는 겁니다. 이 세상에 나올 때 무엇을 가지고 나옵니까? 살 만큼 살다가 하직할 때도 가지고 갈 수없습니다. 원래 내 것이 아니기 때문에.
먼저 온 사람들의 노력으로 만든 것을 이 세상을 사는 동안잠시 관리하는 거예요. 그걸 잘 관리하면 그 기간이 연장됩니다.
그런데 관리를 잘못하면 단박에 회수 당해요. 세무 사찰을 통해서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우주의 질서예요. 나누어 갖는겁니다. 나누어 가질 때 내 영역이 내 개인의 영역이 그만큼 확장되는 겁니다. 물질만 나누어 갖는 것이 아닙니다. 기쁨도 슬픔도, 두려움도 나누어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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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것인 줄 알았으나 받은 모든 것이 선물이었다"
 "죽음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 삶이 무인지 알게 된다" - P17

"여기 유리컵에 보이차가 들어갔지? 이 액체가 들어가서 비운 면을 채웠잖아. 이게 마인드라네. 우리 마음은 항상 욕망에 따라 바뀌지? 그래서 보이차도 되고 와인도 돼. 똑같은 육체인데도 한 번도같지 않아, 우리 마음이 늘 그러잖아. 아침 다르고 저녁 다르지."
"네. 날씨처럼 변하는 게 감정이지요."
"그런데 이것 보게. 그 마인드를 무엇이 지탱해주고 있나? 컵이지 컵 없으면 쏟아지고 흩어질 뿐이지. 나는 죽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내 몸은 액체로 채워져 있어. 마인드로 채워져 있는 거야. 그러니 화도 나고 환희도 느낀다네. 저 사람 왜 화났어? 뜨거운 물이담겼거든. 저 사람 왜 저렇게 쌀쌀맞아? 차가운 물이야. 죽으면 어떻게 되나? 컵이 깨지면 차갑고 뜨겁던 물은 다 사라지지. 컵도 원래의 흙으로 돌아가는 거야. 그러나 마인드로 채워지기 이전에 있던 컵 안의 void는 사라지지 않아. 공허를 채웠던 영혼은 빅뱅과 통했던 그 모습 그대로 있는 거라네. 알겠나?" - P23

"나는 도덕적이고 이타적인 사람이 아니야. 오히려 에고이스트지. 에고이스트가 아니면 글을 못 써 글 쓰는 자는 모두 자기 얘기를 하고 싶어 쓰는 거야. 자기 생각에 열을 내는 거지. 어쩌면 독재자하고 비슷해. 지독하게 에고를 견지하는 이유는, 그래야만 만인의 글이 되기 때문이라네. 남을 위해 에고이스트로 사는 거지." - P28

가장 중요한 것은 비어 있다

"매사 귀를 쫑긋하고 들어야겠습니다. 이치를 거스르는 말에민하게 반응하면서요."
"그렇지. 귀를 정확하게 세워서 그런데 그거 아나? 이목구비 중에서 귀가 가장 복잡하고 특이하다네. 눈 코 입은 성형수술하면 다똑같아지잖아. 귀는 그렇게 할 수가 없어. 1억 명이 다 모양이 달라평소엔 잘 안 보이고 거저 달려 있는 것 같지만, 귀야말로 얼굴의지문이라고 나는 생각해. 그래서 고흐도 귀를 잘랐지. 귀의 형태는들락날락이 비정형이고 랜덤해. 일종의 카오스지. 소용돌이야. 사람의 인체는 모든 게 정돈되어 있는데, 귀와 배꼽만 정돈이 안 돼있어."
"신기하군요. 귀는 바깥으로 돌출되어 있고 배꼽은 움푹 들어가 - P38

있죠. 말씀을 듣고 보니 귀와 배꼽은 탄생의 블랙홀처럼 보입니다.
우리가 엄마 뱃속에서 나온 날을 귀빠진 날이라고 하고, 또 엄마 몸에서 끊어낸 탯줄의 또아리가 배꼽이니까요."
"오묘하지. 시체 해부하는 사람들에게 들은 이야기네만, 검시관들이 시체를 해부할 때는 반드시 배꼽 중심으로 배를 가른다고 해요. 똑같은 배꼽이 하나도 없다는 거지. 그런데도 검시관의 눈엔죽은 사람의 배꼽이 마치 모나리자의 미소처럼 보인다더군. 어머니의 미소로 보인다는 이야기야."
"쓸모없어 보이는 배꼽도 그런 신비가 있었군요!"
"재미있지. 배꼽을 만져보게. 몸의 중심에 있어. 그런데 비어 있는 중심이거든. 배꼽은 내가 타인의 몸과 연결되어 있었다는 유일한 증거물이지. 지금은 막혀 있지만 과거엔 뚫려 있었지 않나. 타인의 몸과 내가 하나였다는 것, 이 거대한 우주에서 같은 튜브를 타고있었다는 것. 배꼽은 그 진실의 흔적이라네.
혹 배꼽이 아무 쓸모도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누워서 몸 위에찻잔을 놓아보게. 어디에 놓을 텐가? 이마? 코? 아냐, 배꼽밖에는없어. 비어 있는 중심이거든. 가장 중요한 것은 비어 있다네. 생명의 중심은 비어 있지. 다른 기관들은 바쁘게 일하지만 오직 배꼽만이 태연하게 비어 있어, 비어서 웃고 있지."
- P39

"모든 책을 다 의무적으로 서문부터 결론까지 읽을 필요는 없네."
"선생님은 그럼 책을 어떻게 읽으셨나요?"
의무감으로 책을 읽지 않았네. 재미없는 데는 뛰어넘고, 눈에 띄고 재미있는 곳만 찾아 읽지 나비가 꿀을 딸 때처럼, 나비는 이 꽃저 꽃 가서 따지, 1번 2번 순서대로 돌지 않아. 목장에서 소가 풀 뜯는 걸 봐도 여기저기 드문드문 뜯어 풀 난 순서대로 가지런히 뜯어먹지 않는다고. 그런데 책을 무조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는다?
그 책이 법전인가? 원자 주기율 외울 일 있나? 재미없으면 던져버려 반대로 재미있는 책은 닳도록 읽고 또 읽어. 그 기나긴 ‘카라마조프의 형제들』도 나는 세 번을 읽었어. 의무적으로 읽지 않는다는말이네. 사람들도 친구 사귈 때, 이 사람 저 사람 두루 사귀잖아. 오랜 친구라고 그 사람의 풀스토리를 다 알겠나? 공유한 시절만 아는거지. 평생 함께 산 아내도 모르는데(웃음). 한 권의 책을 다 읽어도모르는 거야. 책 많이 읽고 쓴다고 크리에이티브가 나오는 것 같아? 아니야. 제 머리로 읽고 써야지. 일례로 번역은 창조지만 학술논문은 창조가 아니거든."
"그럼 뭐지요? 논문의 정체성은?" - P41

"발견이지. 이미 있는 것을 찾아낸 것. discover는 cover를 벗기는거야. 재미난 것은 아메리카 대륙 찾아낼 때까지 발견‘이라는 말조차 없었다는 거네. 디스커버는 포르투갈어에서 왔어. 그러면 독창적이라는 말은 어떨 것 같나? 독창적이라는 건 사실 뻥이라는 얘기야 너 혼자의 얘기라는 거지. 개성, originality가 인정받은 것도 19세기 이후 낭만주의가 생기면서부터였네. 그전까지만 해도 오리지널리티는 나쁜 뜻이었어. 보편적인 것을 위반했거든."
"선생님이야말로 평생 보편적인 것을 위반하셨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책은 어떤 느낌이 되길 바라세요? 모두를 안심시키는 보편적인 진리? 아니면 발견되길 기다리는 유니크한 진실?"
"부디 내 얘기를 그대로 쓰지 말게. 자네가 독창적으로 써."
"독창적으로 쓰라 하심은…………."
"인터뷰가 뭔가? inter. 사이에서 보는 거야. 우리말로 대담이라고도 번역하는데, 대담은 대립이라는 뜻이야. 대결하는 거지. 그런데 말 그대로 서로 과시하고 떠보고 찌르면 거기서 무슨 진실한 말이 나오겠나. 위장술밖에 더 나오겠어? 군인들이 전투할 때 왜 위복을 입겠어? 살기 위해서 감추고 색을 바꾸는 거지. 인터뷰는 그래선 안 되네. 인터뷰는 대담對談이 아니라 상담相談이야. 대립이 아니라 상생이지, 정확한 맥을 잡아 우물이 샘솟게 하는 거지. 그게나 혼자 할 수 없는 inter의 신비라네. 자네가 나의 마지막 시간과공간으로 들어왔으니, 이어령과 김지수의 틈새에서 자네의 눈으로보며 독창적으로 쓰게나." - P42

꿀벌을 잘봐. 꿀벌처럼만 하면 좋은 문학이 돼.
영국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이 그랬지. 인간은 세가지 부류가 있다네. 개미처럼 땅만보고 달리는 부류, 거미처럼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사는 부류. 개미 부류는 땅만 보고 가면서 눈앞의 먹이를 주워먹는 현실적인 사람들이야. 거미 부류는 허공에 거미줄을 치고재수 없는 놈이 걸려들기를 기다리지. 뜬구름 잡고 추상적인 이야기를 하는 학자들이 대표적이야.
마지막이 꿀벌이네. 개미는 있는 것 먹고, 거미는 얻어걸린 것 먹지만, 꿀벌은 화분으로 꽃가루를 옮기고 스스로의 힘으로 꿀을 만들어, 개미와 거미는 있는 걸 gathering 하지만, 벌은 화분을 transfer하는 거야. 그게 창조야.
여기저기 비정형으로 날아다니며 매일매일 꿀을 따는 벌! 꿀벌에문학의 메타포가 있어. 작가는 벌처럼 현실의 먹이를 찾아다니는사람이야. 발 뻗는 순간 그게 꽃가루인 줄 아는 게 꿀벌이고 곧 작가라네." - P53

"진실의 반대말은 망각이라고 그러셨지요. 잊지 않고 있습니다.
"맞아. 우리가 잊고 있던 것 속에 진실이 있어. 경계할 것은 거짓이 아니라 망각이라네. 덮어버리고 잊어버리는 것. 복잡하게 생각할 것도 없어. 은폐가 곧 거짓이야.  - P70

"내 인생이 운이 좋다 나쁘다. 그런 평가를 해본 적은 없네."
"운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말 자체가 어쩌면 운이 좋다는 뜻 아닐까요?"
"허허, 따져보면 태어난 것 자체가 엄청난 운을 타고난 거라네.
운 나쁜 사람은 이 세상에 태어나지 못해. 세상에 나온 후엔 제 각자 운명의 길을 걸어가지. 다른 소설, 다른 시, 다른 드라마를 사는거야. 인생극장이라고 하지 않나." - P77

"결정된 운이 7이면 내 몫의 3이 있다네. 그 3이 바로 자유의지야.
모든 것이 갖춰진 에덴동산에서 선악과를 따먹는 행위, 그게 설사어리석음일지라도 그게 인간이 행사한 자유의지라네. 아버지 집에서 지냈으면 편하게 살았을 텐데, 굳이 집을 떠나 고생하고 돌아온탕자처럼....…… 어차피 집으로 돌아올 운명일지라도 떠나기 전의탕자와 돌아온 후의 탕자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네. 그렇게 제 몸을 던져 깨달아야, 잘났거나 못났거나 진짜 자기가 되는 거지. 알겠나? 인간은 자신의 자유의지로 수만 가지 희비극을 다 겪어야 만족하는 존재라네."
"선생님! 그런데 그런 자유의지의 일환으로 열심히 노력했는데매번 운이 따라주지 않아서 낙심하는 사람도 많이 봤습니다. 보통사람들은 노력과 운의 부조화를 견디기 힘들어합니다. 나는 실력이있는데도 왜 일이 잘 안 풀리냐는 거죠."
"가위바위보에서 진 사람은 화는 나겠지만 ‘난 실력이 없어‘라고 - P83

생각하지 않아. 반면 달리기 선수가 백 미터 달리기를 할 때마다 꼴찌 한다면 창피함을 느끼겠지. 여기서 미묘한 이슈가 생겨. ‘모든것이 정해진 운명‘이라고 해버리면 패자는 변명거리가 생겨. ‘내가지는 건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운이 없어서‘라고. 숙명론, 팔자론으로 풀어버리면 ‘타고나길 그렇게 타고 났어‘로 모든 걸 덮을 수있네. 가난해도 실패해도 ‘팔자‘ 핑계 대면 그만이거든. 그런데 인생의 마디마다 자기가 책임지지 않고 운명에 책임을 전가하는 건.
고약한 버릇이라네.
마라톤 경주를 하다 갑자기 하늘에서 돌멩이가 날아와서 넘어진사람은 ‘운이 나빴다‘는 위로를 받을 만해. 그러나 인간이 노력할수 있는 세계에 운을 끌어들이면 안 돼. 커트라인 1점 차로 누군가는 시험에 붙고 떨어지지만, 그것도 근접한 수준의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경쟁이야. 세상은 대체로 실력대로 가고 있어. 그래서나는 금수저 흙수저 논쟁을 좋아하지 않아. ‘노력해봐야 소용없다‘
는 자조를 경계해야 하네."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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