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존재의 탈바꿈은 진화의 몇 단계를 잇달아 겪으며 이루어진다. 첫 단계는 의식이 각성되어 변화의 의지를 갖는 것이다. 둘째 단계에서는 충분히 자란 애벌레처럼 과거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정화해야 한다. 변화를 앞둔 존재는 격렬한 복통과 설사, 구토와 같은 증상을 겪는다. 고통스럽지만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정화의 과정이다. 그렇게 깨끗해지고 가벼워진 애벌레는 머리를 아래로 두고 나뭇가지에매달리고 실을 토하여 제 몸을 감쌀 고치를 짓는다. 그런 다음 강렬한 빛과 남의시선을 막아 주는 그 두껍고 불투명한 장막 뒤에 숨어서 다음 단계를 준비한다. 고치를 가르고 성충이 되어 세상으로 나갈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애벌레와 성충의중간 단계에 있는 이 번데기는 숨을 늦추고 움직임을 멈춘다. 마치 번들거리는 미라와 같은 모습이다. 그런데 번데기는 외부의 공격에 매우 취약하다. 적들의 관심을 끌지 않기 위해 주위 환경에 맞춰 되도록 눈에 띄지 않는 모습을 취한다. 색깔뿐만 아니라 생김새까지 어떤 열매나 이파리나 꽃눈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다. 이시기에 번데기는 앞을 전혀 보지 못하고 외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느냐에 따라운명이 달라진다. 외부의 사건에 영향을 미칠 수도 없고 그것들에 맞서 스스로를지킬 수도 없다. 성충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지만 무사히 통과하기가 매우 어려운 단계이다. 어떤 우연이 작용하느냐에 따라 번데기는 살아남기도 하고사라지기도 할 것이다.
에드몽 웰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