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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 없는 이윤 - 금융은 우리를 어떻게 착취하는가
코스타스 라파비챠스 지음, 송종운 옮김 / 서울경제경영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매우 이례적이었다. 세계적인 경제신문이자 보수적인 입장의 파이낸셜 타임즈가 굳이 서평을 내며 광고해준 것이다. 사실 이유는 간단했다. 영국을 위시한 유럽에서 코스타스 라파비챠스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였기 땨문에 외면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자세한 내용을 목차와 역자후기를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생산 없는 이윤: 금융은 우리를 어떻게 착취하는가
(코스타스 라파비챠스 지음/ 송종운 옮김)
PART1 금융화: 이론적 분석과 역사적 선례
1장 서론: 금융의 부상 이상하고 낯선 위기 /
금융화의 맥락과 구조적 측면들 /
금융시장과 은행 /
은행이 지배하는 파생상품시장의 확대 /
이 책의 구성에 대하여 /
2장 금융화에 대한 분석: 문헌들과 이론들
마르크스주의 정치경제학에서 찾은 금융화를 위한 이론적 실마리 /
금융화에 대한 여러 견해들 /
고전 마르크스주의에 기초한 다양한 금융화 분석의 경우 /
3장 금융지배의 첫 번째 파고와 마르크스주의의 이론적 대응
세기 말 금융의 부상 /
힐퍼딩의 자본주의 변모에 대한 분석: 지적인 측면과 정치적인 측면 /
힐퍼딩의 이론적 분석 구조 /
화폐와 신용에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 까닭 /
증권시장 /
금융자본과 트레이딩 블럭 /
위기 /
제국주의 /
PART 2 금융화의 정치경제학
4장 금융화된 자본주의의 화폐적 기초
금융화의 화폐적 특성 /
현대 화폐와 마르크스 화폐이론 /
가치를 갖지 않는 현대 국내화폐: 강제통용화폐, 민간신용화폐, 국가보증중앙은행화폐 /
금융화과정에서 출현한 가치를 갖지 않는 국내화폐: 전자화폐의 경우 /
프로퍼타입 전자화폐: 금융화된 자본주의의 새로운 화폐형태 /
금융화의 최정점에 있는 국가보증중앙은행화폐 /
가치를 갖지 않는 현대의 세계화폐: 준세계화폐로서 달러
5장 쉽게 변경되는 금융화의 지형: 금융과 자본주의 경제
자본주의적 사회 조건이 충족되어야 금융시스템이 출현 할 수 있다. /
이자낳는자본과 대부가능화폐자본 /
금융축적과 실물축적: 두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관계 /
자본시장, 투자은행, 기관투자자, 그리고 금융시스템의 디자인 /
6장 금융이윤의 수수께끼
금융이윤: 다양한 사회적 관계가 만든 여러 형태 /
마르크스경제학에서 이윤이란? /
자본주의 이전 사회의 이윤과 금융이윤 /
대출에서 비롯된 금융이윤: 레버리지의 중요성 /
에쿼티 보유에서 비롯된 금융이윤: 주식 화폐대부 /
금융자산 거래에서 비롯된 금융이윤 /
PART 3 금융화의 실증적이며 역사적인 특징들
7장 금융화된 축적의 전후사정
금융화에 대한 역사적 분석 /
금융화 과정에서 전개된 축적경로: 특징적인 경향들 /
국가가 만든 금융화된 축적 ‘채널’ /
8장 기본적인 경향과 변형된 형태들: 성숙한 금융화와 종속된 금융화
실물축적과 금융축적은 어떻게 다른가 /
전체적인 수준에서 본 금융축적 /
선진국 금융화의 핵심적 관계: 비금융기업, 은행 그리고 가계의 금융화 /
개발도상국에서 진행된 종속적 금융화 /
부록 /
9장 위기 속으로: 2017년 마침내 위기가
마르크스가 생각한 금융과 위기 /
미국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거대한 거품: 2001년~2007년 /
거품의 붕괴와 곧이은 대위기: 2007년~2009년 /
최악의 상황을 막은 국가개입: 2008년~2009년 미국의 경우 /
재정위기로 돌변한 위기: 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든 유럽 /
제한된 결과 이외의 것을 기대 할 수 없었던 유럽의 위기대응 /
건전성 문제의 복잡성 /
10장 결론: 금융을 통제하라.
차세계대전 이후 규제가 걸어온 길: 시장부정규제의 경우 /
금융화가 진행되던 시기에도 규제는 있었다: 시장순응규제와 되풀이 되는 시장부정규제 /
민간은행업의 실패와 시장부정규제 재도입의 어려움 /
금융화에 맞서기: 결론을 대신하는 몇 가지 당부의 말
참고문헌
역자후기
역자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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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코스타스 라파비챠스(Costas Lapavitsas)는 런던대학교 아시아 아프리카대학(SOAS)의 경제학과 교수로 우리나라에는 다소 생소한 학자다. 그러나 영국에서는 매우 유명할뿐더러 라파비챠스의 조국 그리스에서는 동네 상인과 아이들도 그 얼굴을 알 정도로 유명한 인물이다.
라파비챠스가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발생한 그리스위기가 한 몫 했다. 당시 그리스는 국가채무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었고, IMF, 세계은행, 유럽중앙은행과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금융기관들에게 돈을 갚으라, 그리고 긴축정책을 실시하라 등의 압력을 받고 있었다. 이에 새롭게 들어선 시리자 정권은 유엔의 구린 빚(odious debt) 등에 관한 조항을 들어 그리스의 국가채무를 전수 조사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이와 더불어 공공부문 노동자 해고와 그리스 전 사회를 파국으로 몰아넣게 될 긴축정책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고 선언하여 세계적인 이목을 받고 있었다. 라파비챠스는 당시 총리였던 알렉시스 치프라스(2015년~2017년 총리 역임)를 도와 국회의원에 출마해 금융기관의 편이 아니라 그리스 시민들의 편에서 싸웠다. 이런 측면에서 라파비챠스는 단순히 대학의 캠퍼스에 머문 학자가 아니다. 학자이자 정치인 그리고 어떤 측면에선 시민 활동가라고 하는 편이 적절하겠다.
라파비챠스가 대중적으로 이름과 얼굴을 알리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부채 의 지배” 정도로 번역될 수 있는 크레오크라티아(Χρεοκρατία: debtocracy)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서였다. 1시간 15분 분량의 “부채의 지배”는 2011년 언론인 출신인 카타리나 키티디와 아리스 차치스테파누가 공동으로 제작한 영상물로, 미국 네에션(The Nation)지에 따르면 5일의 상영기간 중 약 100만 명이 관람했다 고 한다.
“부채의 지배”의 주요 내용은 그리스의 부채가 사실은 이전 정권의 정치적인 목적에 의해 빌린 것에 불과하며 동시에 유로존 중심부 국가들과 이들 국가들의 금융기관의 이익에 봉사했다는 점을 밝힌 것이다. 또한 다큐멘터리 중간에 등장 하는 유럽연합의회에서 폭로한 유럽연합의원에 따르면, 그리스 정부에 지원금을 대준 중심부 국가들이 요구했던 것은 사회를 혼란으로 밀어 넣게 되는 대규모 노동자 해고가 골자인 구조조정이었으며, 더 나아가 그리스 정부에게 자신들이 빌려준 돈으로 전투기와 같은 무기를 강매했다고 폭로했다. 라파비챠스는 다큐멘터리 기획에서부터 출연까지 적지 않은 역할을 하며, 그리스시민들에게 그리스위기가 왜 발생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차분하게 설명했었다. 우리나라에는 많이 소개 되지 못했지만, 본 번역자는 시민단체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당시 사무처장 박준우씨 등과 함께 한국어 자막을 만들었고 한 차례 상영회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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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 책은 금융화에 대한 책이다. 금융화를 다룬 여러 책들이 있지만, 이 책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은행, 비금융기업, 그리고 가계를 중심으로 금융화를 분석하고 금융화가 이들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가를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보통 금융화라고 하면 투자은행이나 헤지펀드 같은 그림자은행을 주로 다루며 금융시장의 커다란 스캔들을 들어 그 폐해를 지적하는 수준임을 감안할 때 라파비챠스의 금융화 비판은 확실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가계의 금융화를 다루는 지점에서는 우리나라에도 여러 시사점이 있다. 우리 책을 다루는 한국의 연구자들이나 시민들이 주로 인용하고 있는 대목이 바로 여기다.
금융기관이나 금융시장 중심의 금융화 분석과 비판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시민들과 시민들의 삶이 금융화와 어떻게 얽혀있는지 구조적으로 분석하고 있는 책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라파비챠스는 확실히 독보적이다. 라파비챠스는 주거, 교육, 보건 등 사회서비스 분야에 금융화가 어떻게 들어와 시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는지 담담하게 분석하고 있다. 라파비챠스의 용어대로 하면 금융수탈과 금융착취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국가 수준에서 금융화가 낳는 부정적인 측면들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라파비챠스는 금융화가 각 나라에 동일한 모습으로 실현되지 않았다고 주장 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처지에서 관심이 가는 대목은 금융화가 취하는 종속적인 특징이다. 달러라는 세계화폐가 지배하는 현재 우리의 세계체계에서 우리나라와 같은 나라는 외환보유고를 상당히 많은 수준으로 축적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것은 우리가 수출에 의존적인 나라임과 동시에 외환위기와 같은 원화가 치의 급격한 폭락에 대비해야 한다는 존재론적 처지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를 통해 미국은 일종의 조공을 받는 것과 같은 부수적인 이득을 챙기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와 같은 처지의 국가들의 금융화가 종속적인 형태를 취하게 되는 것이다. 중국과 일본 역시 달러표시 외환보유고를 상당량 축 적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다르다. 우리나라의 화폐인 원화가 국제결제통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라파비챠스의 독자성이라고 인정할만한 대목은 금융이윤을 다루고 있는 대목이다. 라파비챠스는 제임스 스튜어트와 칼 마르크스의 금융과 관련한 착취의 내용을 복원했다. 스튜어트는 실증적 이윤과 상대적 이윤을 구분 하면서 “이전/양도 및 수탈에서 비롯된 금융이윤”을 개념화 했다.
본문에서도 역자주로 설명했지만, ‘이전/양도’는 alienation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흔히 소외라고 번역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경우엔 적절한 번역어가 아니다. 라파비챠스의 이론을 소개하면서 이를 ‘소외’로 번역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것 같다. 라파비챠스도 그렇고 스튜어트나 마르크스 역시 alienation을 이전 및 양도라는 맥락에서 사용하고 있다. 로마법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는데, 이에 따르면 alienatio는 내 것을 다른 사람에게 주는, 곧 이전과 양도를 의미했다고 한다. 루소 역시 이 용어를 사용했는데 그는 알리에나씨옹(alienation)이 가진 두 가지 의미를 갖고 일종의 말장난을 시도한 경우도 있다. 즉 내가 주권을 국가에게 양도하면 동시에 나는 소외의 처지에 이른다는 맥락에서 사용한 사례도 있다. 마르크스는 스튜어트의 주장을 이어받아 생산과정에서 잉여가치를 통해 뽑아낼 수 있는 이윤과 구별하여 이를 2차 착취 혹은 금융착취라고 개념화 했다.
스튜어트나 마르크스 전통이 오늘날 활발히 논의되지 않은 것도 이유지만, 여하튼 사라졌다고 할 정도로 금융이윤에 대한 논의가 익숙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긴 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라파비챠스의 “이전/양도 및 수탈에서 비롯된 금융 이윤” 개념은 우리가 마냥 금융화를 선진화 혹은 자본주의의 긍정적 미래라고 받아들일 수 없는 충분한 근거라고 여겨도 좋을 것 같다. 말하자면 오래전의 개념을 가져와 현대의 금융화 비판에 활용하더라도 전혀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다. 라파비챠스뿐 아니라 역자가 보기에도 그렇다는 뜻이다.
여기에 더해 라파비챠스는 금융화가 지속되고 거세질수록 펀드멘탈이라고 하는 실물경제의 토대는 훼손되고 이는 동시에 일반 시민들의 일자리와 생활수준도 악화시킨 다는 점도 분명히 밝혔다. 미국, 일본, 영국, 독일과 같은 선진국 네 나라만을 대상으로 실증적으로 분석했지만, 우리나라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3부에서 이를 실증적으로 자세히 다루고 있다.
라파비챠스의 금융화 비판이 주목받는 이유는 시각의 독특함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죠반니 아리기의 『장기20세기』를 여러 차례 읽어 왔다. 그리고 여러 비판적 지성들의 금융을 중심으로 하는 자본주의 비판에 익숙해 있다. 세세한 이론적 내용과 틀을 알지는 못하지만,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금융이 중심이 되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낯설어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자고 일어나면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는 부동산 가격부터, 주택담보대출이자율, 할부금융, 소액대출 등에서부터 국제 금가격이나 달러와 엔화, 그리고 중국의 위완화 등 국제 화폐 이슈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인상할 것인가 아니면 코로나19에 타격을 입은 경제와 실업률이 엄중하여 제로에 가까운 기준금리를 계속해서 유지할 것인가 혹은 유럽중앙은행이 돈을 얼마나 풀 것인가까지 다양하다 못해 다채롭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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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캠브리지대학의 장하준 교수가 “심오하고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연구”로 “우리시대의 필독서”라고 한 이 책은 크게 3부로 나눠져 있다. 1부는 ‘금융화: 이론적 분석과 역사적 선례’를 제목으로 금융화를 분석하기 위한 이론적 자원을 세우기 위한 전 단계 작업으로 금융화에 대한 과거의 이론적 분석들을 검토한다. 특히 19세기 금융화가 처음으로 전세계적인 차원에서 부상했을 당시 마르크스주의가 어떻게 대응했는가를 이론적으로 추적하고 있다.
다음으로 2부 ‘금융화의 정치경제학’은 금융화를 분석하기 위한 이론적 자원을 검토하며 라파비챠스 자신만의 이론적 분석틀을 제시하고 있다. 금융화 뿐만 아니라 현대자본주의에 대한 이론적 논쟁과 쟁점들에 대해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심오하고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2부에 매력을 빠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2부의 백미는, 독자에 따라 다르겠지만, 라파비챠스의 주장 중 가장 논쟁적인 6장 ‘금융이윤의 수수께끼’일 것이다. 바로 여기서 금융착취론을 전개하기 때문이다. 라파비챠스는 금융이윤의 원천을 대출/에쿼티보유/금융자산거래라는 세 형태를 통해 규명하고 있다. 이는 결코 아리기가 “답하지 않았던”(로버트 폴린) 대목이다. 아리기는 묘사만 했지 결코 답하지 않았다.
3부는 ‘금융화의 실증적이며 역사적인 특징들’이라는 제목하에 라파비챠스가 앞선 장들에서 제시했던 금융화분석에 적합한 이론적 틀로 금융화를 본격적으로 분석하는 장이다.
3부 금융화 비판은 범주적 측면과 실증적 측면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범주적 측면은 다시 세 차원으로 구분된다. ▲전체적인 수준에서 금융화에 대한 조망 ▲비금융기업, 은행 그리고 가계의 행태에 대한 검토를 통한 금융화의 기본적 경향의 확인 ▲선진국 금융화와 개발도상국 금융화의 본질적 차이가 그것이다.
전체적인 수준에서 금융화에 대한 조망은 금융축적과 실물축적간의 차이를 규명하는데서 시작한다. 라파비챠스는 금융축적과 실물축적은 서로 엉켜 있지만, 밀접한 관련을 갖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떤 관계를 갖느냐 하는 점이다. 말하자면 금융축적은 대부가능자본의 자체적인 증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실물축적의 부산물이며 잔여물이라는 것이 핵심이다.
라파비챠스는 전체적인 수준에서 금융축적을 검토하기 위해 ▲금융자산스톡 ▲부가가치 ▲금융부문의 고용 그리고 마지막으로 ▲금융이윤을 추적한다.
이를 통해 라파비챠스는 “성숙한 자본주의에서 전개된 금융축적은 나라별로 상당한 차이를 보이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상승세였다는 사실이다. GDP 대비 대부가능자본플로우와 GDP 대비 금융수입의 규모는 금융이 경제에서 차지하비중이 누적적으로 커져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무엇보다 금융권 고용이 상대적으로 정체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금융이윤은 총이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금융이 가치와 잉여가치를 창출하지 않는 중개활동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금융이윤의 원천은 경제의 다른 부문에서 창출된 이윤과 소득이다”(278)라는 결론을 제시한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서 “금융이윤이 이렇게 높은 수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이윤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금융화를 거치면서 금융수탈 혹은 ‘이전과 수탈에서 비롯된 이윤’이 더 중요해져갔다. 이 문제는 곧이어 이어지는 절에서 금융화의 핵심 관계들과 함께 심도 깊게 다룰 것”이라며 선진국의 금융화는 비금융 기업, 은행 그리고 개인(가계)이 보인 근본적인 행태 변화에 대한 분석을 전개한다. 이 대목이 라파비챠스 금융화 비판의 실증적 측면이다.
라파비챠스는 금융화의 핵심관계는 비금융자본의 금융운영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비금융기업의 금융화에 대한 실증분석을 두 단계로 전개하였다. 첫 단계는 지난 40년 동안 전체 투자자금조달에서 외부금융에 비해 내부금융이 어느 정도 차지하는지 그리고 두번째 자금조달 원천이 ‘신용 거래’, ‘은행’, ‘시장’ 중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를 살핀다. 이와 더불어 상대적 규모뿐 아니라 비금융기업의 금융자산과 부채가 어떻게 혼합되어 있는지도 들여다보았다.
분석의 결과 투자자금조달은 대부분 ‘내부’금융에 의존해왔으며, 이 때문에 ‘내부’금융의 지배력은 거의 절대적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2007년 위기 이후에 더 두드러졌는데 미국 법인기업들은 자신들이 투자한 것보다 더 많은 자금을 내 부에 보관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계속해서 논란이 되고 있는 기업의 내부유보를 둘러싼 갈등과 논쟁이 바로 이 대목이다. 기업의 내부유보 쌓기는 기업이 투자를 안 해서 쌓이는 노는 돈이 아니라 비금융기업 금융화의 결과인 것이다. 따라서 대응도 이러한 차원을 고려한 가운데 토론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비금융기업 부문 대차대조표의 자산과 부채항목을 통해 미국, 영국, 일본, 독일 네 나라 모두에서 금융화를 확인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비금융 기업의 증권시장에 대한 의존도는 커졌으며 동시에 자발적인 신용거래를 통한 자금조달은 미약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비금융기업의 금융화는 은행으로부터는 멀어졌지만 금융시스템과는 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금융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와중에 주가가 상승하는 것에 대한 판단도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주가상승은 경제가 잘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가 아니라 비기업의 금융화의 효과에 지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말해 기업 퍼포먼스를 나타내는 기업어음(CP)의 시장평가가 바닥인데 비해 기업의 평판에 주로 의존하는 크레딧물(CB)의 가치는 높게 거래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은행의 행태변화는 8장의 <그림 8.26>, <그림 8.27>, <그림 8.28>, <그림 8.29>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이 그림들이 보여주는 것은 금융화를 거치면서 상업은행이 생산적 축적으로부터 점차 이탈했을 뿐만 아니라 상업은행의 영향력도 크게 신장됐다는 사실이다. 또한 은행이 가계대출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는 것도 눈에 띄는 현상 중 하나다. 가계대출 대부분은 개인소비대출이 아니라 주택담보 대출이었다.
본문에서 자세히 검토하고 있는 것처럼, 금융화의 가장 두드러진 측면은 금융거래가 개인수입의 순환에 침투했다는 사실이다. 가계의 부채와 자산은 모두 공식적인 금융시스템의 품안으로 끌려 들어갔으며, 개인수입의 금융화는 곧 금융 부문이 민간업자의 (가계에 대한 재화와 용역의) 공급을 중개하는 과정이다. 바로 여기에 개인소득이 금융기관의 이윤으로 직접 이전되는 금융수탈이 결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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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역자에게 가장 인상적인 대목이었던 부분은 아래 글이다. 과연 우리는 지금과 같은 낭떠러지에서 이 같은 생각의 전환을 할 수 있을까?
“금융화에 맞서기 위해서는 개별적인 것 보다 공동체가 먼저라는 생각이 그리고 사적인 것보다 공적인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다시 확립되어야 한다. 개인적인 이윤과 이익보다 공적이해가 더 우선한다는 생각이 우리 모두의 머릿속에 자라잡지 않고서는 금융화에 맞서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공기관에게 대다수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담겨있는 경제에 개입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는 생각을,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않고서는 금융화는 뒤집히지 않는다”(413).
2000년대는 가격, 이윤, 거래규모면에서 금융의 예외적인 시대였으며 영향력과 오만함의 측면에서도 그랬다. (서문 중, iii)
2007년 여름 성숙한 자본주의 경제는 역사상 가장 불안정한 시대로 접어든다. (1장 ) - P3
영국 캠브리지대학의 장하준 교수가 "심오하고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연구"로 "우리시대의 필독서"라고 한 이 책은 크게 3부로 나눠져 있다. 1부는 ‘금융화: 이론적 분석과 역사적 선례’를 제목으로 금융화를 분석하기 위한 이론적 자원을 세우기 위한 전 단계 작업으로 금융화에 대한 과거의 이론적 분석들을 검토한다. 특히 19세기 금융화가 처음으로 전세계적인 차원에서 부상했을 당시 마르크스주의가 어떻게 대응했는가를 이론적으로 추적하고 있다. - P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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