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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의 시간을 담다 - 시간을 수집하는 사진가
구본창 글.사진 / 안그라픽스 / 2014년 4월
평점 :
사진 작가하면 최민식이란 이름만 알 정도로 사진 작가에 대해 잘 모른다. 다만 사진 하나가 주는 묘한 여운을 좋아해서 사진 전시회 같은 곳도 가곤 하지만 작가를 보고 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사진 그 자체가 주는 미학 때문에 가는 것이다. 유일하게 사진 작가의 사전 정보를 알고 전시회에 간 것은 최민식 밖에 없었다. 그래서 구본창이란 이름은 전혀 알지 못했다.
공명의 시간을 담다를 읽으면서 그리고 보면서 왜 이런 사진 작가를 진작 알지 못했나 싶을 정도였다. 처음 읽을 때만 해도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읽으면서는 푹 바쪄 들어갈 정도였다. 특히나 화이트 시리즈 같은 경우는 마치 전시회장에 가서 마음에 드는 작품 하나 만나면 한동안 그 예술 작품에서 눈을 뗄 수 없는 것처럼 화이트 작품을 마냥 바라보았다. 또한 바다를 주제로 한 사진 역시 그랬다.
어릴 때는 동네에 빨래를 흔히 볼 수 있었는데 요즘은 보기 힘들다. 그래서일까. 우리나라는 아니었지만 빨래 시리즈에 눈길이 갔던 건 어릴 때의 추억 때문이었다. 또한 우리가 흔히 보는 비누도 훌륭한 사진 작품으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도 퍽이나 흥미로운 것이었다. 사진 하면 뭔가 풍경을 찍어야 할 것 같은 고정관념에 사로 잡혀 있는 사람에게는 절대로 보이지 않는 새로운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사유의 깊은 맛을 느끼게 한 것은 바로 백자였는데 겉보기엔 그저 평범한 듯 하지만 백자는 마치 순백색의 아름다움에 어쩌면 그걸 보는 사람마다 각자의 상상력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하는 매력이 있다. 안타깝게도 외국에 있는 우리 백자를 보니 가슴이 찡하다. 물론 외국에서라도 좋은 대접을 받는다면 좋은 일이겠지만 우리 문화의 의식이 더욱 높아졌으면 한다. 우리 문화재 대부분은 나무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콘크리트로 되어 있다고 이야기는 들었지만 실제로 사진으로 보니 뭔가 안타까운 마음 뿐이다.
공명의 시간을 담다는 왠지 모르게 묵직한 느낌이 든다. 마치 오랜 시간 공을 들여서 만드는 곰탕과 같다. 사진 하나 글 하나에도 저자의 치열한 사유의 깊이가 느껴진다. 나도 저자와 같이 감성적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정말이지 기회가 닿으면 진짜 이야기라도 나누고 싶어진다. 혼자 생각하기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좋은 친구가 되어준 책이다. 사소한 것들의 새로운 발견을 보여준 구본창 작가의 다른 작품도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