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왈 曰曰 - 하성란 산문집
하성란 지음 / 아우라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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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허 이태준 선생은 글의 형식 없이 자유롭게 쓴 글이라 하여 무서록을 펴냈는데 650자 안에서 쓰는 왈왈 이라는 하성란의 산문집은 형식을 갖추었기에 무서록은 아니다. 하지만 글의 내용은 잡다할 정도로 다양하다. 마치 정말 개가 한 번 짖는 것처럼 짧은 글 속에 작가가 하고 싶어하는 이야기가 다 담겨 있다고 할 정도였다. 소소한 일상을 일기 쓰듯 써내려간 듯한 이야기가 퍽이나 흥미로웠다.


650자 전후로 글을 쓴다는 것은 쉽다. 하지만 이런 글로만 한 권의 책을 펴낸다는 건 무척이나 힘들다. 650자라는 이 압박감에서 자유롭지 못하기에 그렇다. 소소한 일상을 써내려가는 건 책 좀 읽었다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쓸 수 있다. 어쩌면 일기장이 그런 역할을 해 줄 수도 있다. 그런데 650자 안에서 이렇게 다양하고 재미난 일상을 그릴 수 있다는 것과 더구나 늘 650자 전후로 썼다는 사실이 역시 작가는 다르구나 생각을 하게 한다.


사실 작가는 평범한 일상을 사는 사람 같지 않다고 느낀다. 그 이유는 글로 무언가를 묘사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고 오랜 시간 관찰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냥 지나는 일상을 작가들은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작가는 왠지 일상을 살아가더라도 남다른 느낌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착각을 하는 건.


작가 하성란도 결국 우리와 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란 것이 글 속에 드러난다. 이 책을 읽으며 나도 이런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일기로 남겨보자는 생각을 했다. 과거의 추억, 현재의 삶, 미래의 소망과 꿈을 하나 하나 기록해 나가는 것. 이것 또한 내게 커다란 의미로 다가올 나만의 산문집 혹은 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왈왈은 2009년에 신문에 연재 했던 걸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하성란은 이 책을 일기 쓰듯 했단다. 하성란의 책은 내 영화의 주인공이란 소설 이후로 왈왈이 두 번째다. 서점에서건 도서관에서건 헌책방에서건 자주 그의 이름을 보았지만 왠지 모르게 손이 가지 않은 작가였는데 왈왈이라는 책 제목도 재미있지만 내용도 재미있었고 나름 삶을 돌아보게 하였다. 한 개인의 기록물도 삶의 좋은 방향과 추억의 회상을 할 수 있다는 걸 이 책은 여실히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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