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일어나세요! 꿈꾸는 그림책 2
앤드리어 어렌 지음, 서애경 옮김 / 평화를품은책(꿈교출판사)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옛날엔 이런 직업이 다 있었다니 책을 읽으면서 신선하기도 했지만 혹시 메리 스미스부인이 작가의 할머니나 증조할머니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별 이상한 상상도 다 한다고 할지 모르지만 손녀가 어머니로부터 할머니의 투철한 직업정신에 대해 구전으로 전해 듣고서 쓴 글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기때문이다.

런던 근교에 사는 퉁퉁한 스미스부인이 계절이나 날씨에 상관없이 매일 이른 새벽에 나가
컴컴한 창문을 향해 콩알들을 발사한다고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신문지상에서 성적문제로 스트레스가 많은 청소년들이 쇠구슬총을 쏴 이웃집 베란다 창문들을 와장창 부수고 달아났다가 경찰에게 잡혔다는 기사를 익히 읽어보았어도 어디로 보나 나이 지긋한 부녀회장 스타일의 부인이 새벽마다 남의 집 창문에 대고 그런 장난질을 친다고 생각하니 정말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런데 그것이 엄연히 돈을 받고서 하는 일이었다니 영국인들의 사고방식과 문화에 대해
새삼 이질감을 느꼈다. 지지않는 태양이란 별칭을 가지고 세계 제 일의 강대국이었던 그 영국은 잠을 깨우러 다니는 직업까지 있었구나! 그런데 같은 시대의 우리 선조들은 어떻게 잠 든 사람을 깨웠을까라는 질문이 생겼다.일제치하에서 누가 마음 놓고 소리를 내어 잠 든 사람을 깨울 수나 있었을까라는..피식민지국의 암울한 현실이었겠구나를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여자 혼자서, 가로등도 없이 춥고 깜깜한 겨울 새벽에 일을 하러 다닌다는 것은 실제로는 많은 어려움이 따랐을 것 같다. 하지만 작가는 그러한 현실적인 어려움을 크게 부각시키는대신 주머니에 든 마른 콩들을 총알삼아 일찍 가게 문을 열고 일을 해야하는 사람들을 깨우러 다닌 스미스 부인의 씩씩함과 부지런함, 근면성에 초첨을 맞추고 있는 것 같다.


어찌나 걸음이 빠른지 잠에서 덜 깬 이웃들이 창문을 열면 스미스부인은 이미 사라지고 난 뒤였다니...정말 대단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모든 일이 그렇듯 같은 환경에 있더라도 사람마다 느끼고 반응하는 것은 천차만별이다.
일의 어려움을 한탄하기보다는 그 일을 최선을 다해 열심히, 다른 사람들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해 내는 것이 훨씬 멋이 있다. 일상생활에서 꼭 필요한, 없으면 무척 불편해서 살아가는데 큰 곤란을 겪을 수 있는 그런 세상에서 크게 대접받지 못하는 일을 잘 해 내는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만약 스미스부인이 지금 살아 있다면 한 번 쯤은
생활의 달인이란 프로그램에 멋지게 콩알을 날리며 출연을 했을 것 같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보거나 들어보지 못한 여러 문화권의 신기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소개해 주면 더 많이 상상하고 생각하는데 큰 도움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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