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학벌은 세습되는가? - 퓰리처상 수상 기자가 밝힌 입학사정관제의 추악한 진실
대니얼 골든 지음, 이기대 옮김 / 동아일보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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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불편한 진실이다! 책 제목에서 언급했듯이 <왜?>가 가장 강하게 나붙는 질문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손에 붙들고 끝까지 읽게 되면서 느끼는 것은 미국이란 나라에 대한 실망보다 그런 대학입시의 부조리를 거리낌 없이 말하고 표현하고 이렇게 춢판까지 할 수 있는 참다운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민주주의국가라는 점에 있다.  

특히 기자라는 저자의 직업의식이 반영되어 현실을 고발하고 파헤치는 것을 아주, 대단히 날카롭고도 뾰족하게 정곡을 찌르며 문제점을 드러내며 반문하고 있기에 한국적인 '관행이라서', 혹은 '다른 학교는 뭐 안그런가?' 라든지 '좋은 것이 좋은 것이다'라는 식의 능구렁이가 담 넘어가듯 하는 엉성한 답변을 결코 용납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책에 거론되는 브라운대의 사례를 비롯해서 노트르담의 동문입학, 대학교수자녀들에게 주는 특혜, 그리고 기여입학(솔직히 기부입학)이 가장 큰 세 가지의 음서제도인데 한 가지 한 가지 살펴볼수록 그 불공평함에 속이 다 아프다.   

 

아메리칸 드림을 표방하며 세계의 모든 인재들에게 동등한 기회의 땅이라 여겨지는 미국의 경우,많은 정치 실세들, 대학교수들, 부자들의 자식들은 보통의 서민의 자식들과 달리 치열한 경쟁을 거치지 않고도  예일, 하버드,프린스턴 같은 동부권 아이비리그의 최고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  

 

미국 최고 명문으로 알려진 이 콧대 높은 대학들이 속으로는 짐짓 숨기고 있는 거대한 사슬, 즉 돈과 인맥이라는 부모세대의 힘으로  신성해야할 상아탑에서의 대학신입생선발을 장사하듯 하고 잇는 것이다. 이것은 모두에게 차별없이 순전히 개인의 능력에 따라 공정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미연방헌법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은 물로, 상대적으로 힘이 없고 기반이 약한 이민자들에게는 기만에 가까운 처사인 것이다. 이런 사실은 매우 심각해서 부모가 부어주는 특혜 없는 학생들은 고작 정원의 40%만 놓고 경쟁하고 있다고 대학본부 스스로가 인정한 사실이다. 정원의 60%이상이 돈과 권력을 가진 미국의 백인기득권층의 자식들이 따 놓았기 때문이다.  

  

한국은 그 뿐만이 아니라 합격한 대학도 권력자에 의해 합격취소가 될 수도 있는 참혹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김대중대통령의 삼남인 홍걸씨가 고대 불문학과에 합격했을때 당시 총장은 정치권으로 부터 합격취소처분을 하라는 명령을 받았지만 학자적 양심을 지켜 아버지가 사형선고를 받고 감옥에서 복역중인데도 불구하고 합격의 결실을 맺은 한 학생에게 균등한 교육의 기회를 열어주었다. 

   

미운사람의 자식은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대학입학조차 못하게 만드는 나라, 그런 암울하고 어이없는 시대를 지나 이제 여기까지 온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되겠다. 그런데 어느덧 한국 내에서도 자녀의 대학을 자신의 사회적신분과 연결시켜 생각하는 풍토가 만연해 있다. 

대학교수들의 자식들의 경우엔, 특히 보이지 않게 은밀하게 한 자리 끼워주기가 어렵지 않게 성행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만약 그것을 옳지 않다고 하는 자가 나타나면 오히려 그 말때문에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에 누구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엄두를 내질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제도는 손을 못대더라도 말은 할 수 있지 않은가! 부끄러운 현실을 옳지 않다고 외칠 수는 있지 않은가! 그런데 한국은 그것조차 금지된 나라이니 아직도 갈 길이 멀다.교육이 바로 서야한다는 것은 공감하면서도 능력이 뛰어난 남의 자식이 부족한 제 자식보다 좋은 대학에 입학해서 더 나은 삶의 기회를 얻는 다는 것은 결단코 용납 못하는 사회가 지금의 오래된 현실이다.

그러고 보면 아무리 사악한 제도라 하더라도 그것을 운영하는 것은 사람이다. 즉, 당시 고대 총장처럼 바른 교육철학을 갖은 사람이 있다면 악한 제도 속에서도 사람을 길러내는 일에 충분히 큰 역할을 할 수 있었다. 바른 교육자 한 사람이 아쉬운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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