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낮잠 - 사진, 여행, 삶의 또 다른 시선
후지와라 신야 글.사진, 장은선 옮김 / 다반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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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낮잠 후지와라 신야/ 다반

 

독서에 대한 낮잠은 이 책의 제목인 인생의 낮잠과는 차원이 다르다.

가을이 오는 길목에 선 구월이 채 더위가 물러가진 않은 점도 있었지만 이 좋은 무렵 책 읽기를 방기한 나는 반성해야 한다.

제목과 개와 돼지가 자는 모습은 담은 책 표지는 의외이면서 차라리 신선하다는 느낌이 든다. 지은이가 사진작가 아니랄까 봐

 

그의 전작 돌아보면 언제나 네가 있었다도 읽었지만 책장을 넘기며 뭔가 스치는 감이 든다.

잔잔히 스며들며 치열히 전개되는 삶의 몇 발자국 뒤에서 자유를 만끽하며 사유하는 일상을 거니는 것이다. 그리곤 알맹이가 꽉 찬 내용을 펼치고 다시 무대를 접는 후지와라 신야의 기법이라고 봐야겠다.

 

독수리 군단에서 지적하는 종군기자에 관한 만행에 가까운 행태는 일반 세계인들에겐 낯선 감각이었다. 난민들을 먹이감 삼아 눌러대는 행위가 죽은 사람의 살을 뜯는 독수리처럼 보인다는 글에 동조하고자 한다.

 

연애소설의 조건에서 지은이의 여성에 관한 글이나 사진이 없는 이유를 밝히는 중 일본 극우파로 유명한 자로 할복한 미시마 유키오가 마르고 해골바가지 모습이었고 보디빌딩으로 육체 콤플렉스를 극복했다는 사실은 의외였다.

 

고양이 섬 탐방 1’에서 지구가 원래는 누구의 것도 아니라는 것, 들개나 길 고양이를 잡으려는 인간의 오만함을 질타하곤 인간이 멋대로 소유한 결과 지구 생태계 파괴와 다른 동식물까지 휘말려 들게 하는 현상을 탓한다.

 

자살 미수의 가을은 울컥하게 한다.

60대 회사원이 건물 옥상에 올라가 자살을 앞두고 모종의 그리움으로 눈물을 흘리고 눈물을 흘린다는 행위 자체에 그리움을 느낀다. 도대체 이렇게 운 것이 몇 년 만인가 자문해보기도 한다. 주변 인기척에 몸을 숨기게 되고 멀리 아래 세상에서 아이들 뛰어 노는 소리가 들리도록 한참을 추스리다 시간이 흘러 밤이 되고 야경을 바라보며 다시 눈물을 흘린다. 낮에는 느끼지 못했건만  뺨 위로 흘러내리는 눈물이 뜨거웠다는 생각을 한다….나중에 자살 미수자의 생각은 또 있다. 죽은 아내가 땅 밑의 황천세계에서 비상계단을 타고 올라오는 소리가 그때 인기척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영국의 어느 도시. 도심에서 가장 가까운 지역엔 노동자 계급이, 그로부터 10~15분 더 달려가는 곳엔 중급 주택가이고 다시 30분 정도 더 가야 하는 곳에 상류주택지, 주거지엔 번쩍이는 네온사인은 커녕 평범한 광고간판마저 없다는, 일본이나 한국에선 상상도 못하는 주거환경이 부럽다.

또 부동산을 판매할 때 토지가는 거의 변하지 않고 집 자체의 가격만이 부동산 가격의 기준이 된다는 언급에선 예나 지금이나 부동산 광풍이 일상화된 한국은 지옥 아닐까.

 

후지와라 신야의 책은 현재 12권이 번역되어 있다. 어디 장거리 여행에 지참하고 마주하면 차창에 풍경이 스치듯 일상생활에서 무심히 바라본 현상이나 생각들을 무단 마주하여 내면을 두드리는 극적 효과를 불러 일으키지 않을까. 부담 없이 책장을 넘긴다고 해서 통속적이란 색깔을 입힐 필요는 없다. 요즘 유행어로 옷을 입히자면 힐링이다. 생활전선에서 칼칼해진 마음을 보듬어 인간성을 드러내게 하는 힐링으로 이끄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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