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러시아 역사 -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 그러나 서양사에 가려진 러시아 역사의 시작부터 푸틴까지
에이브러햄 애셔 지음, 김하은.신상돈 옮김 / 아이비북스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처음 읽는 러시아역사 에이브러햄 애셔 지음/김하은·신상돈 옮김

 

일전 닥터 지바고를 보며 무대가 되는 혁명시절은 물론 러시아 역사에 대해 거의 백지상태인 채 소설을 읽는 것이 갑갑했는데 지바고를 만나기 전에 이 책을 먼저 들었다면 훨씬 읽는 진도가 빨랐을 것이다. 지바고는 1995 1차 혁명을 목격했으며, 이어 1917 2차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정이 해체되고 파란만장한 은둔이 시작된 것이기도 하다.

 

제목대로 처음으로 러시아역사에 관한 도서를 들었다.

학창시절 세계사 과목이 있었건만 이런 러시아역사를 몰랐던 건 왜일까?

세계사는 그렇다 치자. 우리의 역사인 국사, 韓國史이다.

오늘 뉴스에 서경덕 교수와 배우 송일국 씨가 한국사 수능 필수과목 선정을 위한 100만명 서명운동'을 한다는 소식이 있지만, ··수에 함몰된 교육의 폐해는 도산 안창호와 유관순을 테러범으로 부르는 뉴라이트가 중등 역사교과서를 편찬하여도 개가 닭 보듯 하는 현실이다.

우리의 역사를 위시하여 세계의 역사를 알고 교훈을 도출하여 민족과 국가의 實益을 추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유럽에서는 16세기에 거의 폐지되었던 농노제도가 1649년 러시아법전에는 농민의 복종조건으로 재 규정되며 되레 러시아의 주요제도로 확고한 입장이 된 점, 1789년 프랑스혁명으로 약화된 전제정치가 러시아에서는 1917년 까지 국정운영의 대원칙으로 존재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이처럼 고루한 정치·사회체제와 더불어 서구사회를 풍요롭게 한 17세기 근대 과학기술에서도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여 결과론적으로 현대 민주주의로의 軟着陸이 아직 더디다 하겠다.

 

 

러시아정교회의 유래가 로마가 아닌 비잔틴(그리스정교회)에서 전해졌다는 사실, 몽골족이 1240년부터 대략 1480년까지 240여 년 동안 사실상 러시아를 지배했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하여 처음 알았다. 또한 1918년 까지 200여 년 동안 러시아제국의 수도는 모스크바가 아닌 ‘(상트)페테르부르크였고 레닌의 사후에는 레닌그라드로 불렸다는 것도 마찬가지. 거듭 무지한 세계사 인식이다.

 

 

러시아는 유럽과 아시아의 중간이라는 지정학적 위치에서 독자적인 역사를 구축하였다. 그 역사는 찬란한 영광과는 거리가 멀었고 대개 평범한 시민과 농민들에게 일방적으로 복종을 강요했고, 무질서한 질서가 현재 집권자 푸틴에게까지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겠다. 알고 보면 고르바초프의 개혁과 개방도 의도된 것이 아니라 어쩌다 보니 얼떨결에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고 1917 11월 혁명을 이용하여 볼셰비키의 집권으로 레닌, 스탈린, 흐루쇼프, 브레즈네프, 안드로포프, 체르넨코,그리고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하는 고르바쵸프, 이어서 엘친, 푸틴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집권자들은 집권직전까지는 거의 예상치 못한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현대 러시아는 처칠의 표현만큼이나 철의 장막을 상징한다. 

 

러시아의 문호이자 사상가, 철학자, 교육자였던 레프 톨스토이 소설 <전쟁과 평화>에서 나폴레옹의 모스크바 침공이 무대가 되었다는 점에서 역시 제대로 눈여겨보지 않았다. 국가적으로 존경 받았던 톨스토이였겠지만 두 차례 혁명 와중에서 고난을 겪지 않았을까 궁금해서 관련 책자를 뒤져 보았다. 톨스토이는 1905 1차 혁명으로 국민의 폭동에 정부의 탄압이 가해지자 어느 쪽도 편들지 않고 몹시 고민했다고 한다. 그리고 1910년 운명하여 급 물살 치는 조국을 목격하지 못했다. 농노제와 전제정치의 종말로 농민에게 농지소유가 가능한 시대로 전환됨에 사후의 톨스토이도 기뻐할 만했겠지만 실질적으로 프롤레타리아독재에 예속되어 이전 체제보다 더욱 암울한 공포시대를 지냈던 후예를 바라보는 마음은 더욱 가슴 아팠을 테다. 

 

전체주의와 공포정치로 유명한 스탈린.

전체주의의 원류는 의외로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라 한다.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분야를 국가가 통제하는 정치형태로 스탈린은 국가제도를 비롯해 국민의 공적·사적 생활에 대해 완전한 감독권을 확보하려 해 전체주의의 결정판을 보여주었다. 휘하 비밀경찰은 혁명이 곧 최고의 법이며 혁명의 이름으로 행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정당하다를 원칙 삼아 국민을 겁박하였고, 동료들(공산당 고위간부)도 예외가 아니었다.  

 

미국인 저자가 40년 넘게 러시아 역사를 가르쳐 온 사람으로, 대체로 비관적인 시야로 러시아를 바라본 도서임을 유념하고 읽을 필요는 있겠다. 그리고 독자인 나 역시 반공을 국시로 한 시절 교육을 받았던 터에 소련으로 불렸던 당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부인할 수 없다. 

 

어쨌던 유럽 본류와 직접 교류하지 못하고 비잔틴(오늘날 터키)을 통해 문물이 유입되었고, 한 때 아시아의 침략을 받았지만 독자적인 국가의 형태를 키워갔는데 그 형태가 썩 바람직하지 않았으며 근대 들어 진정한 국민의 나라를 운영하겠다는 인텔리겐차의 뜻으로 마르크시즘을 도입하여 전세계를 좌지우지하려 했으나 74년 만에 막을 내렸다. 하지만 세계 1위의 지하자원 매장량, 세계 2위의 군사대국인 러시아는 무한한 발전가능성을 안고 영향력을 행사한다.

현재 스웨덴·노르웨이·덴마크 등 북유럽국가들이 가장 살기 좋은 나라라지만 그들의 선조는 바이킹-해적 출신이었고, 호주(오스트레일리아)는 영국 범죄자들의 귀양지로 시작된 나라였지만 일류국가를 지향하는 나라이다. 이에 비하면 장구한 역사와 고유의 종교와 문화가 깃든 나라, 소련의 굴레를 벗어난 러시아는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지향하고자 하는 국민의 열망과 권력욕에 함몰되지 않은 올바른 지도자를 만날 때 그들의 발전은 물론 세계평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현대 러시아에 애정을 보내며, 더불어 이웃인 한국과도 공생하여 윈윈 할 수 있는 우방으로 자리매김하는 러시아를 원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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