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아벨 문학과지성 시인선 30
고정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솔직히 고정희 시인을 말한다는 것이 나는 좀 부담스럽다. 나는 시인이 썼던 시 속의 그 사건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더군다나 고정희 시인을 다른 여러 배경을 알고 접한 것도 아니었다. 몇 년 전 아는 선생님으로부터 고정희 시인의 시집을 한 5권쯤 한꺼번에 받았던 것이 그 시인과의 첫 대면이었다.

책 표지 바로 뒷쪽 날개에 있는 고정희 시인의 사진을 보며 바로 밑의 작가 약력을 급하게 훑어내려갔던 것이 기억난다. 아마 다듬지 않은 듯한 짧은 머리, 큰 눈, 까무잡잡하고 동그란 얼굴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고정희 시인의 시는 참여시계열과 연시 그러니까 사랑시 그쯤으로 양분되어있다고 생각된다. 문득, 짧은 시 하나가 생각난다. '나는 너에게로 가는 그리움의 전깃줄에 감 전 되 었 다' 라는.

고정희 시인에 대해 알고 싶으려면 그녀의 시만을 보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5.18에 대해서 좀 알아야 할 것 같다. 몇 년 전 한참동안 주위 친구, 선배들과 5.18과 문학에 대해 열중했었다. 그러면서 봄날을 접했고, 고정희 시인의 프라하의 봄 이라는 시를 다시 접했고, 5.18에 관련된 사건 기록이나 자료를 얻으려고 광주 망월동의 묘지, 5.18기념관에도 찾아갔었다. 아직도 어렴풋이 그 어두움과 알 수 없는 울분, 침잠되는 슬픔, 우울이 기억난다. 그 망월동 묘지를 찾아가는 길은 얼마나 우여곡절이 많았던가.

그 사건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사진을 진열해놓은 그곳 안에서 어린 아이들, 젊은이들, 어린 여학생들의 얼굴을 보고 얼마나 가슴이 아프고 심장이 에려왔던가. 단편적인 인상들과 자료들이어서 그런지 그 사건에 대해 정확히는 몰라도, 마음으로 다가오고 이미지로 각인되는 데까지는 얼마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금의 민주화를 위해 희생되었던 그 사람들에 대해 그 때 한참동안 생각에 잠겨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기억, 친구가 그에 관한 시를 써서 보여주던 기억이 난다.

고정희 시인의 시집들은 책장 한쪽에 얌전히 꽂혀있다. 난 그 시집들을 자주 꺼내어 펼쳐보지는 않는다. 나중에, 다시 그 푸른 오월이 되면 다시 시집을 꺼내어 프라하의 봄을 찾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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