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골드스타인의 통찰 명상 - 삶의 불만족과 괴로움에서 벗어나 자유에 이르는 길
조셉 골드스타인 지음, 이재석 옮김 / 마음친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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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마음챙김 관련 책을 몇 권 읽으면서 공통적으로 언급된 이름이 이 책의 저자인 조셉 골드스타인이다. 다른 책들에서 묘사된 그의 모습은 만나는 사람 자체를 편안하게 하는 완성적인 수행자의 모습, 깨달은 사람이라고 믿어지며 존경받는 스승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본인이 직접 저술한 책을 읽고 싶다는 호기심에서 처음으로 찾은 책이 <마인드풀니스> 와 이 책이다.

보통 나는 한 분야의 전문가의 책을 읽을 때 대충 목차를 비교해 겹치는 내용을 예상한 뒤, 왠만하면 그 저자의 최신작만을 골라 읽곤 한다. 이 책이 국내 출판된 도서가운데서는 최신 발행된 것이기에 읽기 시작했는데 서문을 읽다보니 <마인드풀니스> 쪽이 원서로서는 나중에 출판된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알았을 땐 이미 이 책을 구매한 뒤였으므로, 기왕 그렇게 된 것 반복되는 내용이라도 두번 읽어 나쁠 것 없다는 생각으로 이 책도 읽고, <마인드풀니스>도 읽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이 책이 훨씬 좋아서 구매해 읽은 보람이 있었다. 전체적으로 <마인드풀니스>는 불경원전을 참고하는 데에 충실하려는 저자의 의도 때문인지, 딱딱하고 문장이 자연스럽게 읽히지 않는 부분이 많아서 읽으며 애를 먹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 책, <조셉 골드스타인의 통찰 명상>은 결국은 같은 내용을 설명하고 있는 책이면서도, 마음챙김의 깨우침처럼 간명하고 가볍게 흐르듯이 읽을 수 있어 좋았다. 마음챙김을 이해하려는 초심자라면 이 책을 추천할 것이고, 이 책 자체로도 모자람이 없다고 생각하고, 마음챙김이 기원한 불경에 대한 이해를 더 구하는 사람이라면 <마인드풀니스>를 읽어도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별도의 어떤 지도를 받지 않고, 내가 책을 읽고 이해한대로 마음챙김 명상을 해보았는데, 과연 내가 가지는 느낌이 맞는 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많은 책들에서 마음챙김에 대해 설명하지만, 정말 그 수련을 많이 해본 사람이 가지게 되는 느낌의 정수가 궁금했다. 


레딧에도 나와 같은 질문에 답들이 달린 페이지가 있다. 

https://www.reddit.com/r/Mindfulness/comments/7w1bm9/what_does_mindfulness_feel_like/


대체로 고요함, 평화로움이라는 느낌에 수렴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내 이해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책을 읽으며 이해하게 된 것은, 마음챙김이 꼭 내가 생각한것처럼 도달하게 되는 어떤 특정한 느낌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마음챙김을 통해 자신이 인식하는 대상의 무상성과, 인식 자체의 무상성을 깨닫게 되면, 자유로움과 평화로움, 기쁨보다 더 좋게 느껴지는 고요함을 얻게 된다고는 하지만, 마음챙김은 마음이 괴로울 때에도 그것과의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 그 상태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 또한 내 표현이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파도에 맞서는 것이 아니라 파도의 흐름을 타는 것이다. 주변 상황이 시끄럽고 마음을 흐트러뜨릴지라도 평정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마음의 근육 같은 것.  이게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나 자신의 의문에 답을 구한 것이다.


수행이 즐거운 느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란 점을 마음 깊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즐거운 느낌만 받아들이려는, 완고하게 조건화된 마음에 맞설 수 있어야 합니다.

두번째 느꼈던 의문은 책에도 그 내용이 나와 있어 반가웠던 내용이다.


"자아가 없다면 지금 열심히 수행하고 있는 이 사람은 누구인가? 불교는 우리가 죽으면 윤회한다고 하는데 자아가 없다면 누가 윤회하는가? 누가 기억을 간직하고 누가 화를 내며 누가 사랑에 빠지는가? 도대체 자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의 참 의미는 무엇인가?"


우리가 순간순간 보고 느끼는 현상들의 무상성은 받아들이기 쉽지만, 그것을 인식하는 나 자체도 없다는 생각이 어떻게 보면 스스로를 한없이 불안하게 느끼게 할 수도 있다고 언급해준 점이 나만이 그런 의문을 느끼는 것이 아님을 확인시켜 주는 것 같아서 반가웠다. 그에 대한 이 책의 답은 선문답같은 느낌을 준다.


낙하산이 펴지지 않아도 떨어져 부딪힐 땅이 없다면 당신은 두려움없이 스카이다이빙을 즐길 수 있습니다.

애초부터 잃을 자신이 없기에 자신을 잃는 것이 무서워할 일이 아니라는 것.

이 책을 읽기 전의 나 자신이라면 이런 답에 만족 못했을 것이 분명하지만, 이 책은 쉽지만 차분히 조곤조곤 따라가게 해주므로, 어느새 가랑비에 옷젖듯이 이런 말들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게 한다. 

그럼에도 아직은 내가 따라가기 벅차다고 생각한 부분은 부모에 대한 감정과, 반사적으로 모기와 같은 작은 생명을 해치지 않는 마음가짐 정도랄까.

애초에 내가 마음의 혼란을 겪고, 이쪽으로 눈돌리게 한 것도, 이 책에서 기억해두라고 한 수행의 시작점인 나의 부모에 대한 원한과도 같은 감정 때문이기도 하고, 내가 과연 언젠가는 부모에게 자애의 명상을 할 수 있을지도 확신 못하겠다. 그리고 난 아직 벌레가 앞에 나타나면 전기모기채로 처리해버리는 사람이다. 

물론 내가 이 책의 저자와도 같은 수준에 도달하리라고는 믿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런 종류의 깨달음만으로도 나는 일상생활 속에서... 사람이 붐비는 터미널이나 백화점, 버스 속에서도, 예기치 않게 기다려 짜증이 나게 된 시간에도, 불쑥 내 짜증을 돋구는 무작위의 사건들 앞에서도, 낮시간 동안의 어리석음들이 머릿속을 떠도는 잠자리에서도, 조금 더 평화로울 수 있게 되었다. 지금 내가 남들만큼 감정적으로 들뜨고 확연한 행복감을 느끼지 못할지라도 내가 지금 가질 수 있는 고요한 행복을 안다. 그냥 어떤 차분한 내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런것에 휘둘리며 고통받는 내가 없음을 안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이 책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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