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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행복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유정 작가의 신작 <완전한 행복>.
읽으면서 두 가지 사건이 생각났다.
몇 년 전 떠들썩했던 전남편 살해 사건과 최근의 남자친구 가스라이팅 사건.
덕분에, 라고 해야 할까, 이야기 자체의 흡입력도 좋았지만 머릿속에서 이미지화가 잘 되어 5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인데도 빠르게 읽어 나갔다.
“행복한 순간을 하나씩 더해가면, 그 인생은 결국 행복한 거 아닌가.”
“아니, 행복은 덧셈이 아니야.”
그녀는 베란다 유리문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마치 먼 지평선을 넘어다보는 듯한 시선이었다.
실제로 보이는 건 유리문에 반사된 실내풍경뿐일 텐데.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
강박적으로 결함과 결핍 없는 행복을 추구하는 여자 신유나.
그녀에게 행복은 더해가는 것이 아니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것이다.
이야기는 엄마에게 절대복종하는 딸 지유, 어린 시절의 사건으로 남보다도 멀어지게 된 언니 재인, 그리고 재혼한 남편 은호 세 명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중심인물은 신유나이지만, 그녀 시점의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유, 재인, 은호 셋의 시점으로도 모든 상황과 의문이 이미지로 자세히 떠오를 정도로 탄탄하게 구성되어 있다. 내가 소설 속 장면마다 구석에 함께 있으며 상황을 직접 지켜보는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시작부터 끝까지 소름 끼칠 정도로 어두운 분위기를 풍겼고, 뒤에 어떤 사건이 따라올지 예상이 되었다. 그런데도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는 건 작가의 능력이 그만큼 대단한 것이 아닐까. 가장 최근에 읽은 (최근이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로 시간이 지났지만) 정유정 작가의 책은 <종의 기원>이었다. 그 책을 읽고서도 이 사람은 정말 대단한 이야기꾼이라고 생각했는데, <완전한 행복>은 흡입력이 더 좋았다. 이야기의 구성을 정말 잘 하는 작가, 이번 이야기도 대성공인 것 같다.
우리는 누구나 행복을 추구한다.
그것은 인간의 본능이며 삶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다만 늘 기억해야 한다.
우리에겐 행복할 권리와 타인의 행복에 대한 책임이 함께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