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행복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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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유정 작가의 신작 <완전한 행복>.

읽으면서 두 가지 사건이 생각났다.

몇 년 전 떠들썩했던 전남편 살해 사건과 최근의 남자친구 가스라이팅 사건.

덕분에, 라고 해야 할까, 이야기 자체의 흡입력도 좋았지만 머릿속에서 이미지화가 잘 되어 5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인데도 빠르게 읽어 나갔다.

“행복한 순간을 하나씩 더해가면, 그 인생은 결국 행복한 거 아닌가.”

“아니, 행복은 덧셈이 아니야.”

그녀는 베란다 유리문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마치 먼 지평선을 넘어다보는 듯한 시선이었다.

실제로 보이는 건 유리문에 반사된 실내풍경뿐일 텐데.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

112~113p.

강박적으로 결함과 결핍 없는 행복을 추구하는 여자 신유나.

그녀에게 행복은 더해가는 것이 아니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것이다.

이야기는 엄마에게 절대복종하는 딸 지유, 어린 시절의 사건으로 남보다도 멀어지게 된 언니 재인, 그리고 재혼한 남편 은호 세 명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중심인물은 신유나이지만, 그녀 시점의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유, 재인, 은호 셋의 시점으로도 모든 상황과 의문이 이미지로 자세히 떠오를 정도로 탄탄하게 구성되어 있다. 내가 소설 속 장면마다 구석에 함께 있으며 상황을 직접 지켜보는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시작부터 끝까지 소름 끼칠 정도로 어두운 분위기를 풍겼고, 뒤에 어떤 사건이 따라올지 예상이 되었다. 그런데도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는 건 작가의 능력이 그만큼 대단한 것이 아닐까. 가장 최근에 읽은 (최근이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로 시간이 지났지만) 정유정 작가의 책은 <종의 기원>이었다. 그 책을 읽고서도 이 사람은 정말 대단한 이야기꾼이라고 생각했는데, <완전한 행복>은 흡입력이 더 좋았다. 이야기의 구성을 정말 잘 하는 작가, 이번 이야기도 대성공인 것 같다.

우리는 누구나 행복을 추구한다.

그것은 인간의 본능이며 삶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다만 늘 기억해야 한다.

우리에겐 행복할 권리와 타인의 행복에 대한 책임이 함께 있다는 것을.

522p, 작가의 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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