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잡았다! ㅣ 미래그림책 156
다시마 세이조 지음, 황진희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20년 8월
평점 :
다시마 세이조 작가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일본을 대표하는 그림책 작가 중 한 사람인데다가 개성이 뚜렷하다고 하니, 식상하지 않아 배울 점이 분명 여럿 있을 것 같았다. 생명의 약동을 붓 터치 하나만으로 강렬하게 그려낼 수 있다고 하니, 우리 아이들의 미적 감각도 키울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표지에서의 그림은 초등생들도 충분히 그려낼 수 있는 그림일 것 같아서 살짝 실망스러웠다. 물고기도 크고, 손가락도 큰 것이 꼭 어린아이들의 그림 같다. 디테일하게 묘사하지 않고, 대충 그린 그림 같아서 나라면 분명 색칠을 제대로 더하라고 했을 것이다. 색채도 다양하게 사용하지 않아 단순해보이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밀감을 준다. 그림을 잘 못 그리는 아이들과 그림에 대한 부담감을 가진 아이들에게는 자신감을 줄 수 있는 그림이다.
제목은 <잡았다!>이지만 그림에서는 손으로 움켜쥐지 않았기에 잡았다가 아니라 스쳤다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면 만졌다? 커다랗게 확대된 눈동자와 입을 크게 벌린 것으로 봐서는 주인공이 많이 놀란 듯하다. 그에 반해 물고기의 눈빛은 아직 잡히지 않은 것 같은데 무척 슬퍼 보인다. 진짜로 잡힌 건가? .....
듬성듬성 머리가 나 있는 주인공의 품 안에 커다란 물고기가 안겨 있다. 몸부림을 치지 않고, 얌전하다. 왜 탈출을 시도하지 않는 거지? 당장이라도 물 안으로 뛰어들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을 텐데, 물 밖이라 정말 위험할 텐데.... 이 장면이 표지에 나와야 제목과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왜 사용하지 않았을까?
짧은 글이지만 물고기를 잡기까지의 과정과 잡았을 때의 느낌까지 정말 디테일하게 표현했다. 내가 직접 물고기를 잡은 듯하다.
우리집 아이들 같으면 자랑하려고 당장에라도 뛰어왔을 텐데, 주인공은 물고기를 잡는 데 너무 에너지를 쏟은 탓인지 잠을 자게 된다. 한숨 자고 일어나 보니 잡았던 물고기가 풀밭에 축 늘어져있다. 통에서 튀어나온 물고기! 물이 없으니 죽어가는 것은 당연한 일! 물고기를 잡았을 때보다 더 당황한 표정이다.
마지막 장면을 향해가는 묘사들이 긴박감을 준다. 책장을 빨리 넘겨주지 않으면 궁금증을 참지 못하는 아이에게 한소리 들을 수도 있겠다.
다시 통으로 집어넣어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순서인데, 작가의 생각은 나와 다르다. 어떻게 그런 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인지? 아이의 관점에서 바라보았기 때문일까? 때 묻은 나와는 달리 참 순수하다. 순수,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면서 잃어버린 감정이다. 그래서 더 많이 동화의 세계 속으로 빠져 들어가야 할 것 같다.
피카소 그림을 대하는 것처럼 다시마 세이조의 그림 세계를 솔직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피카소 그림은 난해하고, 다시마 세이조의 그림은 투박하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미술에는 젬병이고, 문외한이지만 책을 처음 대했을 때의 느낌은 실망스러웠다. 강을 파랗게 칠한 것과 풀과 나무를 칠한 초록색과 연두색의 터치가 대충 칠한 듯하고, 정성이 하나도 들어있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놀라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제대로 표현되어 있다. 찬사를 받을 만하다.
<잡았다!>는 글이 매우 짧다. 그래서 유아용 도서다. 지금 글자를 익히는 첫 단계라면 스스로 읽기에 좋은 책이다. 작가보다 더 많은 생각들을 끄집어 낼 수 있겠기에 엄마랑 읽으면서 나누는 대화가 더 의미심장할 수 있다. 작가는 아이의 관점을 가졌을 뿐이지만 아이들은 작가보다 훨씬 더 풍부한 생각들을 펼칠 수 있을 것이기에 많은 생각들을 끄집어내기만 한다면 또 한권의 책이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본다.
안타깝게도 이제는 아무나 쉽게 팔딱거리는 물고기를 잡으면서 어린 시절을 체험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에너지 많은 남자 아이들이라면 물고기를 잡는 과정을 생동감 있게 표현했기에 책을 다 읽고 나면 분명히 물고기를 잡으러 가자고 할지도 모르겠다. 날씨가 조금 쌀쌀해지기는 했으나 낮 시간에 강에 나가 물에 발 담그고 물고기들을 쫓아보는 것도 좋겠다. 아니면 다양한 물고기를 그려보는 것으로 독후활동을 대신 해도 좋겠다.
허니에듀 서평단으로 ‘미래아이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