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의 아이들

삼국의 아이들 ㅣ 북멘토 가치동화 39
정혜원 지음, 원유미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20년 7월

<삼국의 아이들>에는 두 개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하나는 이랑이 주인공이다. 이랑의 아버지는 역사가 그 나라 백성들의 뿌리라고 생각한다. 나라가 망해도 백성들은 사라지지 않는단다. 역사는 살아온 사람들의 흔적이 아니라 살아갈 사람들의 앞을 밝히는 등불이라고 말한다. 

고구려를 멸망에 이르게 한 것은 권력자들의 욕심이었다. 나라와 백성을 아랑곳하지 않고 제 권력을 지키려는 욕심이 연개소문 아들들의 사이를 갈라놓았고, 신하들과 백성들을 멀어지게 했으며, 할아버지를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백성들 때문에 망한 나라는 없다. 늘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고 멸망에 이르게 하는 것은 권력자들이다. 그 사람들의 잘못을 후세에 전하기 위해 아버지는 고구려의 최후를 촘촘하게 글로 쓰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이랑은 나라가 망해도 백성들은 살아남고, 백성들의 역사는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고, 평화를 기다리는 간절한 바람을 담고 있는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된다.

두 번째 이야기는 세 아이들이 전쟁의 소용돌이를 겪으며 참된 우정의 의미를 알아가는 이야기로 주인공들은 삼국시대에 살았던 고구려의 현고와 백제의 진주, 신라의 온남이다. 세 아이들은 전쟁 때문에 부모님을 잃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역사 이야기는 대개 굵직한 사건들을 배경으로 해서 유명 인물들 중심으로 전개되기 마련인데, 어린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본 삼국의 이야기는 지금껏 봐왔던 역사와는 많이 다르다.

 

온남은 현고 부모를 죽인 원수의 나라, 신라 사람이다. 온남이 현고 부모님을 죽인 것은 아니지만 분이 풀릴 때까지 온남을 할퀴고 때렸다. 온남은 자신도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고스란히 맞고만 있다.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아이들이 무슨 잘못이 있나? 다 피해자인데...

 

온남과 현고의 싸움을 뜯어말리던 진주가 결정타를 날린다. 옳은 전쟁은 없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도 여전히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정치판도 서로 권력을 차지하겠다고 싸우고 있다. 언제쯤 백성들을 위한 나라가 되려는지? .....

어린아이들의 시선으로 유명하지 않아서 기록의 가치도 없었을 백성들의 삶과 목소리를 담담하게 적어낸 정혜원 작가의 <삼국의 아이들>을 통해 색다른 관점에서 삼국의 역사를 느껴볼 것을 권한다. 서로의 관계가 유리 같은 이 시대에 여러모로 유익한 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