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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무엇 ㅣ 생각하는 분홍고래 17
레자 달반드 지음, 김시형 옮김 / 분홍고래 / 2020년 6월
평점 :

호기심을 마구 자극하는 <검은 무엇>, 책 제목이 참으로 요상스럽다. 게다가 검은 덩어리의 그림자에는 알록달록 색깔들이 있다. 이건 또 뭐지? 아무리 생각해도 희한하다. 도대체 정체가 뭘까? 물감을 풀어놓지 않는 이상 지구상에서 이런 현상이 만들어지는 것이 가능한가? 정말 모를 일이다.
레자 달반드 작가는 ‘검은 무엇’을 통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여기는 작은 공터다. 울긋불긋한 나무들이 더 커 보이고, 수적으로도 많아 훨씬 눈에 잘 띄어야 하는데, 오히려 조그마한 검은 형체가 도드라져 보인다.
커다란 여백에 있는 아주 작은 점 하나가 더 잘 보이는 것처럼.
나무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데, 왜 저기에 혼자 있는 걸까? 뭐지?
모두에게 무시당했던 권정생 작가의 <강아지 똥>이 생각난다. 만약 똥이라면 누구의 똥일까? 검은색 똥을 누는 동물이 있나?
‘검은 무엇’은 반짝이는 숲과는 대조적인 색깔이다. 예쁜 색깔들도 참 많은데, 왜 검은색을 내세웠을까? 어린이들은 밝은 색을 좋아하는데...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밝은 색을 좋아할 거라는 내 생각은 과연 옳은 것일까? 이 생각은 어디서 비롯된 것이지? 편견이고, 선입견일 수 있겠다.
숲 속에 사는 동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검은 무엇’의 정체를 밝힐 수 있는 방법을 찾기는 할까? 빨리 책장을 넘기고 싶어서 마음이 급해진다.
공터를 지나던 표범이 살금살금 다가가 ‘검은 무엇’을 요리조리 살펴보고서는 자기 몸에서 떨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황스러운 표정이다. 다시 갖다 붙일 생각은 안하고, 다른 표범들에게 조심하라고 당부하겠단다. 주변을 생각하는 마음이 아름답다.
그나저나 정확한 정보인지는 모르겠다. 제대로 관찰한 것이 맞는지?
숲에 사는 동물들이 ‘검은 무엇’의 정체를 알아보기 위해 냄새도 맡고, 뒤집어도 보지만 각자의 생각이 다 다르다. 하나도 일치된 것이 없다. 그래서 자기 생각을 말하느라 한바탕 난리가 났다. 공통점이 있다면 다들 두려워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알지 못하는 것이라서, 처음 보는 것이라서, 아니면 진짜 무서운 존재라서 부정적으로 표현한 것일까?
누구의 말이 옳을까? 정답이 있기는 한지도 모르겠다.
똑같은 것을 보면서도 생각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또, 모르는 것 같은데, 다들 자신의 사고에 갇혀 아는 것처럼 반응하는 것도 웃기다.
숲속 동물들이 호들갑스럽게 굴어도 ‘검은 무엇’은 미동도 없이 가만히 있다. 이쯤 되면 강아지 똥처럼 자기를 알릴 법도 한데, 묵묵히 그 자리만 지키고 있다.
많은 동물들이 자신을 두려운 존재로 여길 때 ‘검은 무엇’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억울하지 않았을까?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까? 내가 만약 ‘검은 무엇’이라면 뭐라고 말했을까? 과연 가만히 있었을까? 숲속 동물들처럼 호들갑스럽게 내 생각을 말하느라 누구의 말도 듣지 않았을 텐데...‘검은 무엇’의 침묵이 대단하다.
‘검은 무엇’은 유치원생 아이들과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읽으면 좋겠다.
‘검은 무엇’의 정체를 밝히는 것에 몰두하면서 읽어도 좋지만 다양한 질문을 통해 끊임없이 생각을 자극하면서 천천히 읽기를 권한다.
어쩌면 아이들의 기발한 질문들이 마구 쏟아질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