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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틀비 이야기
허먼 멜빌 지음, 이정문 옮김 / 문화사랑 / 1999년 6월
평점 :
절판
화자는 변호사이다. 그의 사무실에는 칠면조(얼굴색이 정오 이후에 붉게 된다는 데어서 붙여진 별명, 화자와 나이가 거의 같다, 60세쯤), 펜치(야심-주제넘게 일을 하려고 함-, 소화불량이라는 별명을 가지고있음, 25세 가량의 젊은이), 생강비스킷(12세의 소년, 잡다한 심부름을 함)의 세 사람의 서기가 있다. 화자는 그의 직책이 바뀌어 일손이 부족하게 되자 구인광고를 낸다. 그 광고를 통해 새롭게 이 사무실에 합류한 사람이 바로 바틀비이다. 이는 그가 어디에서 왔으며, 무엇을 하고자하는지 등에 관한 개인적인 이야기는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묵묵히 일도 해서 화자의 신뢰를 얻었지만, 그에게는 한 가지의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라는 그의 대답이었다.
그는 그가 마땅히 해야하는 일을 별로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그 말로 일체 손을 대지 않는다. 보통 때 같으면 그러한 상황에서 화를 내는 것이 정상인데도 화자는 그에게 말을 하지 못한다. 화자는 그를 신뢰하고 있었고, 왠지 모를 신비감 같은 것에 바틀비를 너그럽게 봐주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부터 바틀비는 그가 그동안 자연스레 해왔던 일조차 하기를 꺼려하고 그의 사무실에서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다. 또한 그의 사무실에서 살기도 한다. 물론 바틀비의 태도는 당당했다. 무슨 이유로 어디에서 그런 철판을 깐 얼굴이 등장할 수 있는지 처음에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물론 지금도 완전히 그 이유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화자는 이상하게도 그런 바틀비를 쫒아내지 못한다. 월급에 돈을 더 얹어주고 나가달라고 말도 해보지만 바틀비는 역시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라는 말만을 할 뿐, 사무실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대책이 서지 않자 화자는 사무실을 옮기기로 마음을 먹고 이사를 했다. 물론 바틀비는 데려가지 않았다. 바틀비는 예전의 사무실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화자는 또 애를 먹는다. 예전 사무실을 산 사람이 바틀비 때문에 자꾸만 찾아와서 어떻게 좀 해보라고 말을 한다. 어찌어찌 되어 바틀비는 형무소와 같은 곳에 갇히게 된다.
건물의 주인이 바틀비를 부랑자로 경찰에 고발하여 뉴욕 시 교도소에 수감되게 된 것이다. 화자는 그런 바틀비가 안쓰러워 사식을 넣어주기도 하고 면회도 가지만 결국 바틀비는 그 곳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는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도대체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끝장의 바틀비에 관한 이야기를 읽지 않았다면 도저히 바틀비가 왜 그렇게 살았었는지 어떤 독자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바틀비는 워싱턴에 있는 배달불능우편물과의 말단 서기로 일을 했는데 인사이동으로 인해 감원이 되었다. 감원이 바틀비를 그와 같이 만들었다는 것이 아니다.
바로 그가 배달불능우편물을 맡았다는데 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바로 죽음과 맞닥드려져 있기 때문이다. 갈 곳 없는 우편물들의 최후는 바로 소각이다. 저자는 이러한 짧은 이야기로 이 글을맺고 있다. 생각의 여운을 남겨주는 짧은 책이었다.